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 방지를 위한 차단 방역 모습. (사진=충남도 제공)
지난 2014년 이후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발생하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과 관련해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
살처분 작업에 군병력을 투입하고, 위기경보 단계를 대폭 축소하는 등 초동 대응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또한, 전염병이 5년 이내에 3회 발생한 농장에 대해선 축산업 허가를 취소하고, 철새도래지 인근 지역에 사육을 제한하는 등 사전 예방 대책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13일 황교안 대통령권한 대행이 주제하는 'AI, 구제역 방역 개선대책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가축전염병 개선대책을 확정했다.
◇ 살처분작업에 특전사 투입, 3번 발생 농장 '삼진 아웃제'이날 회의에서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은 "AI와 구제역 2개 유형이 동시에 발생했지만, 방역 과정에서 인력 부족 등으로 살처분 조치가 지연됐다"고 보고했다.
김 장관은 또, "철새도래지 인근 가금류 밀집사육으로 인한 구조적 한계와 농장 차단방역 미흡 등 문제점이 노출됐고, 특히 경제성을 중시하는 공장식 밀집사육이 늘어나면서 방역에 근본적으로 취약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정부가 보다 강력한 가축전염병 개선 대책을 마련했다.
먼저, AI 위기경보 단계를 현재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4단계로 운영했으나 앞으로는 AI가 발생하면 즉시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를 발령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일시이동중지(스탠드스틸) 명령과 가축 시장 폐쇄, 전국 거점소독시설 설치 등이 동시에 이뤄지게 된다.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중앙)이 12일 농식품부 기자실에서 사전 브리핑을 통해 가축전염병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방역이 취약한 소규모 농가에 대해선 전국의 시.도지사가 수매와 도태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특히, AI가 발생하면 해당지역에 배치된 특전사 소속 재난구조부대의 병력을 최대 60명까지 착출해 살처분과 운반, 매몰 작업에 투입하도록 규정을 만들었다.
다만, 일반 병사가 아닌 하사관급 이상 병력을 투입하고 구제역 발생에 따른 소와 돼지에 대해선 운반, 매몰작업만 하도록 했다.
이밖에, 5년 안에 가축전염병이 3회 이상 발생한 농장에 대해선 사업면허를 아예 박탈하는 '삼진 아웃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 철새도래지 3㎞이내, 신규 가금류 농장 불허정부는 가축전염병 발생에 따른 사후조치뿐만 아니라 사전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도 마련했다.
최근 AI가 계속해 발생하고 있는 전국 15개 밀집사육 지역에 대해선 농장 이전과 시설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18년부터 사업비의 30%를 정부 예산에서 지원할 방침이다.
또한, AI 발생 위험지역과 농장에 대해선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사육제한 명령을 내리고, 동절기에는 육용오리와 토종닭 사육을 제한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특히, 현재 가금류 사육농장에서 500m이내 지역과 철새도래지 인근 3km 이내 지역, 농업진흥구역 등에 대해선 가금류 신규 허가와 등록을 통제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밀집사육 개선을 위해 닭 사육 케이지의 마리당 면적을 현재 0.05㎡ 에서 0.075㎡로 50%를 확대하고 높이와 통로 설치규정도 신설해 적용하기로 했다.
(사진=자료사진)
정부는 또, AI 발생 위험 시기인 10월에서 이듬해 2월까지는 계란수집차량의 산란게 농장 출입을 금지하도록 했다. 대신, 주요 지역별로 거점시설을 마련해 계란을 유통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밖에도 특별방역대책기간(10월~이듬해 5월)에 실시했던 합동점검을 상시점검 체제로 바꿔, 축산업 무허가, 미등록 농가에 대한 일제점검을 연 2회 실시하고 취약농장에 대해선 수시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동물보호 경찰제를 도입해 농장 점검을 강화하고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의 방역 조직과 인력을 확충하기로 했다.
김재수 장관은 "이번 조치에 대해 축종별로 찬반 논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해마다 되풀이되는 가축전염병 때문에 정부와 해당 농가는 물론이고 소비자들도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반드시 추진돼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따라서 "축산농가들이 처음에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더 이상 AI하고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생각으로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