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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을 살아낸' 시인 황금찬 선생 영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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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 최고령의 대표적인 기독 시인인 후백(后白) 황금찬 선생이 지난 8일 향년 9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한 세기를 시와 함께 해온 기독 문인의 마지막 가는 길에는 시와 신앙의 가족들이 자리를 지키며 고인을 떠나보냈다.

 

 

11일 오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고 황금찬 선생의 장례예식은 대한민국문학인장으로 치러지는 동시에, 평생의 신앙공동체였던 초동교회의 예배로 진행됐다.

장례예배에 참석한 교인들과 문인들은 100년 삶의 굽이굽이를 믿음으로 바라보고 시로 풀어낸 고인을 추억했다.

초동교회 원로장로이자 고인과 함께 문인으로 활동을 해온 김영진 장로는 "최고의 시인인 예수의 언어를 좇아 평생을 시와 걸었던 이 동해안의 시인은 불어오는 바닷바람으로 실을 짜고 파도의 밀려오는 물결로 피리를 불었다"고 고인의 삶을 소개했다.

1970년대부터 초동교회에서 조향록 목사와 신앙생활을 해온 고인은 직분을 받을 자격이 안된다면서, 한사코 직분을 거부해 평생 신자로 남았다.

초동교회 손성호 목사는 "고인은 기독교인 이라는 말 보다 신앙인이라고 불리길 원했었다"면서, 신앙을 실천으로 살아내었음을 되새겼다.

"교리와 조직과 체계와 형식의 기독교는 그의 옷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모두 아울러 하나로 신앙이 되는 것을 원했던 것 같습니다. 삶으로서의 신앙, 문학으로서의 신앙 , 만남으로서의 신앙 그리고 소망으로서의 신앙을 살아내셨죠."

조문객들은 고인이 작사한 찬송가 '아침 햇살 비칠 때 (443장)'의 가사를 읊으며 시어 속에 녹여낸 그의 신앙 고백을 가슴에 새겼다.

"아침 햇살 비칠 때 찬란하듯이 주님 얼굴 대할 때 마음 즐겁다. 우리 주님 내 맘에 빛나는 태양 문 앞에서 머무시는 주님 영접해 한 평생을 주와 함께 살아가리라..."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한국기독교문인협회,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등 후배 문인들과 고인의 제자들도 아쉬움의 눈물로 고인을 떠나보냈다.

홍금자 시인은 커피를 좋아했던 고인을 생각하며 "아직 커피 끓일 물이 남았는데 벌써 가셨다"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1918년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나 최고령 문인으로 존경받던 후백 황금찬 선생, 한 세기의 삶을 마감한 그는 경기도 안성 초동교회 공원묘원에 안장됐다.

아름다운 시어와 서정적 글이 담긴 39권의 시집과 25권의 산문집을 남긴 채 하나님의 품에서 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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