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 붙어보입시더' kt는 '너클볼의 마법사' 좌완 에이스 라이언 피어밴드(왼쪽) 등 막강한 마운드를 앞세워 정규리그 단독 1위 돌풍을 달리고 있고, 최고 몸값의 사나이 이대호가 6년 만에 복귀한 롯데는 화끈한 불방망이의 힘으로 2위에 올라 있다.(자료사진=kt, 롯데)
지난 겨울 가장 적극적으로 전력을 보강한 두 팀은 KIA와 LG였다. 각각 4년 100억 원과 95억 원에 FA(자유계약선수) 타자, 투수 최대어로 꼽힌 최형우와 차우찬을 영입했다. 여기에 KIA는 해외 진출을 노리던 앞선 2명 이상의 FA 양현종까지 눌러앉혔다.
두 팀이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에서 선전할 것이라는 전망은 당연했다. 두 팀은 '디펜딩 챔피언' 두산의 한국시리즈(KS) 3연패를 막을 대항마로 꼽혔다. 예상대로 두 팀은 순항하고 있다. 개막 2주째 일정을 마친 10일 두 팀은 나란히 공동 2위(6승2패)를 달리고 있다.
그런데 시즌 전 하위권으로 분류됐던 두 팀이 의외의 선전을 펼치고 있다. 시즌 초반이라지만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제 10구단 막내인 kt와 4년 연속 가을야구가 무산됐던 롯데다.
2년 연속 최하위인 10위를 넘지 못했던 kt는 10일 현재 당당히 단독 1위(7승1패)다. 지난해도 4월5일 한때 1위였지만 당시는 3승1패로 표본이 적었다. 특히 팀 평균자책점(ERA) 1위의 난공불락의 마운드를 자랑한다. 롯데도 전력 강화와 누수의 ±를 감안하면 근소한 플러스였지만 화끈한 불방망이로 2위(6승2패)를 달린다.
▲'국민 감독'도 인정한 kt 마운드최근 김인식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KBO 리그 팀들에 대한 걱정을 드러냈다. 투수들이 부족해 조만간 고전을 할 것이라는 근심이었다. 김 감독은 "현재 리그에 투수들이 너무 없더라"면서 "한 달 정도 지나면 투수력이 크게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강팀이라고 하는 구단들도 그렇더라"고 덧붙였다.
그런 김 감독이 투수력을 인정한 팀이 있다. 바로 kt다. 김 감독은 "시범경기 때부터 봤는데 kt 투수들이 괜찮더라"면서 "아마도 올해는 좀 다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시범경기라 큰 의미는 없지만 kt는 팀 ERA가 4.13으로 5위였다. 그러나 7승으로 승률 1위였다.
정규리그 들어 kt는 최강의 마운드를 자랑한다. 10일 현재 팀 ERA가 겨우 1.00으로 단연 1위다. 리그 전체 ERA인 3.94보다 3점 가까이 낮다. 2위 LG(2.67)와도 차이가 상당하다. 볼넷(13개)과 홈런(3개) 허용도 단연 1위다. 투구수도 1000개로 가장 적다. 이닝당 출루 허용(WHIP)도 유일하게 1.00 미만(0.90)이다.
만년 기대주 좌완 정대현이 2승 ERA 0.00으로 두 부분 선두를 질주한다. 9일 삼성을 상대로 개인 통산 첫 완봉승을 거둔 라이언 피어밴드도 2승에 ERA 0.56(2위)다. 시범경기에서 기대를 모았던 돈 로치도 2경기 1승 ERA 2.77로 KBO 리그에 연착륙했다.
'kt의 미래들' 올 시즌 kt의 돌풍을 이끌고 있는 영건 4인방 정대현(왼쪽부터), 김재윤, 심재민, 조무근.(자료사진=kt)
특히 팀 세이브(3개)와 홀드(9개) 1위인 불펜진은 ERA '0'의 행진을 달린다. 개막 이후 8경기에서 22이닝 연속 무실점의 짠물투를 자랑한다. 묵직한 직구가 일품인 마무리 김재윤은 올해 변화구까지 가다듬어 세이브 1위(3개)를 달린다. 그 앞에 나서는 장시환, 조무근, 심재민 등 필승 불펜도 나란히 2홀드로 든든하게 받친다.
지난 2년 동안 kt는 팀 ERA 꼴찌였다. 첫 1군 시즌이던 2015년 5.56, 지난해는 5.92까지 치솟았다. 지난 겨울 몸값 100만 달러가 넘는 특급 용병도 없었다.
하지만 명투수 출신에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김진욱 감독이 취임한 올해 환골탈태했다. 김 감독은 그러나 "원래 좋은 자질을 가진 투수가 많았다"면서 "모든 게 코치들과 선수 덕"이라고 공을 돌렸다.
하지만 겨우 10경기도 치르지 않은 시즌 초반이다. kt는 그동안 대진운이 나빴다고 보기 어렵다. 트레이 힐만 감독이 첫 한국 무대를 맞는 SK와 역시 초보 사령탑 김한수 감독에, 전력 누수가 상당한 삼성에 3연승을 거뒀다. 지난해 우승팀 두산과는 1승1패를 거뒀다. 적어도 5월까지는 가야 진짜 실력인지 가늠해볼 수 있다. 김 감독도 "곧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대호는 황재균보다 훨씬 더 크다이런 점에서 롯데의 초반 상승세는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롯데는 지난해 준우승팀이자 1승15패로 철저하게 밀렸던 NC와 개막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마쳤고, 지난해 정규리그 3위 넥센과 플레이오프(PO) 진출팀 LG에 각각 2승과 2승1패를 거뒀다.
후끈 달궈진 방망이의 힘이 컸다. 롯데는 10일 현재 팀 타율(3할3리), 홈런(17개), 득점(56개)로 모두 1위를 달린다. 지난해 롯데는 팀 타율(.288)과 홈런(127개), 득점(777개) 모두 8위였다. 가을야구에서 소외된 4년 동안 롯데의 팀 타율은 5위 밑이었다.
4년 150억 원 '역대 최고액의 사나이' 이대호의 복귀 효과가 크다. 이대호는 타율 4할6푼4리(28타수 13안타)로 1위를 달린다. 출루율도 5할4푼5리로 NC 권희동(.576)에 이어 2위다. 일본을 정복하고 메이저리그(MLB)까지 경험한 만큼 상대 견제에도 홈런 4위(3개)에 타점 12위(6개)에 올라 있다.
이대호의 존재감은 타선 전체에 미친다. 이대호에 상대 투수들의 신경이 몰리면서 다른 타자들과 승부에 상대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 또 이대호를 거르고 승부를 걸어오는 경우에는 동료들이 타격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이대호 뒤인 5번 타자 최준석은 타점 5위(8개)를 달린다. 이대호 앞에 나서는 앤디 번즈도 외국인 타자 중 가장 높은 타율(.333)과 많은 홈런(2개)을 기록 중이다.
'승택아, 억수로 잘했데이' 롯데 이대호(왼쪽)가 8일 LG와 홈 경기에서 끝내기 홈런을 때려낸 후배 오승택을 껴안고 격려하는 모습.(자료사진=롯데)
이대호의 진정한 가치는 동료들과 시너지 효과에 있다. 이대호의 부산 수영초등학교 동창이자 롯데 입단 동기인 이우민은 지난주 타율(5할8푼3리), 출루율(6할6푼7리) 1위였다. 5경기에서 12타수 7안타 3볼넷 1홈런 2타점 4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이우민은 지난해 타율 1할9푼3리였다. 이우민은 "지난 겨울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준비하는데 이대호 등 동료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한다.
후배들에게 끼치는 영향도 크다. 이대호는 일본에 진출한 2012년 이전에는 한 마디로 '무서운 선배'였다. 그러나 팀 주장을 맡은 올해는 달라졌다. 시즌 개막에 앞서 이대호는 "모두 프로 선수고 후배들도 많은 경험을 쌓았는데 뭐라고 하기보다는 격려를 해주겠다"고 말했다. 그 말처럼 이대호는 박수를 치고 격려하며 더그아웃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당초 롯데가 이대호를 통 큰 투자로 영입했지만 전력 상승 요인이 엄청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잖았다. 미국으로 진출한 지난해 4번 타자 황재균(샌프란시스코)보다는 나을 것이지만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황재균은 지난해 타율 3할3푼5리 27홈런 113타점을 올려줬다. 그러나 이대호의 가치는 현재까지 황재균보다는 확실히 크다는 게 입증되고 있다.
다만 롯데도 이런 상승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지켜봐야 한다. 롯데는 그동안 시즌 초중반까지 잘 나가다 후반기 뒷심 부족을 보인 적이 많았던 까닭이다. 롯데 마운드도 일단 검증이 더 필요하다. 팀 ERA 4위(3.42)인 롯데는 윤길현(9.82)과 노경은(9.00), 이정민(11.57), 박시영(5.68) 등 불펜이 아직 불안하다. 선발 김원중이 1승 ERA 0.82로 혜성처럼 나타났지만 지난해까지는 무명이었다.
시즌 초반 투타 1위를 달리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kt와 롯데. 과연 이들의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향후 시즌 전 하위권 전망을 완전히 뒤집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