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 이종필 교수는시사 분야에 글을 써온 시사평론가다. 때로는 과학자로서 한국 과학계의 현실을 비판하고, 때로는 아마추어 정치평론가로서 선거결과를 분석했으며, 때로는 영화나 드라마와 시사적인 현상을 연결하며 독창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해석했다. 신간 '과학자가 나라를 걱정합니다'에서는 이종필 교수가 10년 동안 여러 칼럼을 통해 과학자로서 나라를 걱정한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칼럼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무너져가는 민주적 시스템에 관한 우려를 확인할 수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기득권은 더욱 노골적으로 이권을 추구했고, 그러한 행태를 감시해야 할 민주적 시스템은 권력의 힘 앞에 무력화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 실린 「그들은 ‘제2의 노무현’ 탄생이 싫었다」에서 이종필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론 몰린 이유는 단순히 노무현이라는 한 개인에 대한 괴롭힘이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기득권 세력이 노무현으로 대표되는 비주류가 다시 한 번 대한민국에 중심에 서는 것을 두려워했다고 분석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화제가 된 글이 쓰인 배경과 글과 관련한 뒷이야기, 지금 시점에서 바라본 그 글의 의미 등을 풀어놓았다.
이종필 교수는 이 책에서 대한민국이 이루어야 할 새로운 목표로 ‘문명화’를 제시한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었으나 그 이후 어떤 목표를 설정해 국가를 운영해야 할지 충분히 고민하지 못했다. 이 책은 대한민국이 이루어야 할 다음 목표로 ‘문명화’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방법론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학적 방법론을 이용해 국가적 문제에 대응해야 대한민국이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고, 그러한 단계의 국가를 지향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추구해야 할 목표라는 것이다.
책 속으로 아마도 노무현은 5년 내내, 아니 일생을 그들과 싸우면서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을 것이다. 탄핵이 두려워 불의에 고개를 숙이는 모습, 실체적 진실과는 상관없이 수의를 입고 수갑을 찬 모습, 그 모습이 노무현 한 명의 굴욕과 불명예로만 기록된다면 노무현은 타협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16대 대통령으로서 노무현은 결코 그럴 수가 없었다. 그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자살로 내몰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제2장, 125쪽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있기까지,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광장은 ‘촛불’과 ‘태극기’로 양분되었다. 탄핵이 인용된 이후 어쩌면 그 분열이 더 심해질지도 모른다. 이를 미리 우려한 탓인지 헌법재판소가 선고하기 오래전부터 결과 승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양쪽을 바라보는 대부분의 언론 보도는 너도 옳고 너도 옳다는 상대주의에 머물고 만다. 이런 기계적인 중립이 과연 ‘공정한’ 처사일까?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 사태를 맞이한 우리가 여기서 무언가 역사적 교훈을 남기려면 상대주의적이고 기계적인 중립을 넘어선 보편적인 가치판단을 내려야 한다. 태극기든 촛불이든 누구나 합의할 수 있는, 아니 합의해야만 하는 최소한의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조기대선은 이제 현실이 되었다. 누구를 새로 뽑느냐는 문제를 넘어,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상대주의를 넘어, 이 시대가 던지는 역사의 질문과 마주해야 한다. 우리는 답을 구할 것이다.
―제3장, 330쪽
이종필 지음 | 동아시아 | 340쪽 |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