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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의 사생활 : 바이오로깅으로 훔쳐본 동물들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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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동물 연구는 늘 대상 동물을 관찰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관찰만으로는 어떻게 해도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 쌍안경 너머로 관찰하던 사슴이 관찰자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수풀 사이로 후다닥 달려가 사라져 버리면, 조사자는 속수무책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관찰의 한계를 보충하기 위해 개발된 방법이 바로 '바이오로깅(bio-logging)'이다. 바이오로깅은 동물의 몸에 센서나 비디오카메라같은 다양한 기기를 부착해 인간의 눈을 대신해 해당 동물의 행동을 조사하는 최신 조사 방법이다.

'펭귄의 사생활 : 바이오로깅으로 훔쳐본 동물들의 일상'의 저자는 바이오로깅이 무엇이고,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시작부터 찬찬히 짚어가며 자신이 바이오로깅이라는 도구를 통해 야생동물들의 사생활을 관찰한 이야기를 시종일관 유머러스하게 들려준다.

새는 왜 계절에 따라 이동할까? 앨버트로스는 어디로 날아가는 걸까? 바이칼바다표범들은 얼마나 깊이 잠수할까? 다랑어는 정말 태평양을 횡단할까? 저자는 누구나 한 번쯤은 동물들을 보며 궁금해 했을 법한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하나씩 해 나간다. 더 나아가, 단순한 사실을 발견하고, 증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애초에 앨버트로스와 바다표범은 왜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인지’ 더 나아가 ‘어떻게 새는 날 수 있으며, 바다표범은 어떤 메커니즘으로 잠수가 가능한지’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은 모두 ‘동물이 어떻게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해 왔느냐’라는 생물학의 본질을 건드린다. 단순히 동물들의 일상을 조사하는 관찰자 입장을 넘어서 생명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관한 메커니즘과 진화의 의의를 밝혀내는 것이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책 속으로

저 멀리에서 검은 점 몇 개가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어라’ 싶어 자세히 바라보니 그것은
빙원 너머 혹은 빙산 뒤에서 무리지어 솟아 나왔다. 검은 점들은 어느새 다음 전장으로 이동하는 병사들처럼 일사불란하게 대열을 맞춰 관측선 쪽을 향해 다가왔다. 아델리펭귄이었다! 나는 다급히 선실로 달려가 카메라와 쌍안경을 거머쥐고 다시 갑판으로 달려 나갔다. 그사이에도 짧은 시간 동안 펭귄의 수는 늘고 대열은 더더욱 질서정연한 모습이 갖춰지고 있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카메라를 들어 뷰파인더 너머를 살펴보니, 어느 펭귄은 터벅터벅 걷고 또 어떤 펭귄은 배밀이로 미끄러지며 대열의 폭을 조금씩 좁혀 갔다. 그렇게 아델리펭귄 무리는 결국 열차처럼 하나의 직선을 이루었다. 펭귄 열차는 시간이 멈춘 듯 거대한 빙산을 배경으로 스르륵스르륵 내 눈앞을 가로지르고, 내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멀어져서 이윽고는 빙원 저편으로 사라져 갔다. 내가 둘째가라면 서러울 펭귄의 팬이 된 것은 바로 그 순간이다.
-p.77

많은 동물 개체의 행동을 동시에 측정하며 상호 관계 혹은 사회성을 밝혀내는 것이 가까운 미래에 바이오로깅이 지향하는 원대한 목표이다. 새나 어류가 편대를 꾸려 이동하는 것은 왜일까? 편대에 리더는 존재할까? 집단으로 생활하는 동물들은 서로 정보를 공유할까? 타자를 돕기도 할까? 혹은 속이기도 할까? 인간 사회를 볼 때와 같은 시점으로 동물의 집단을 살펴보면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늘 존재하는 보편적인 생물의 진리를 밝혀내는 것. 그것이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집단 바이오로깅’이다.
-p.207

동물계 잠수 챔피언은 현재 2,000미터가 넘는 잠수 기록을 보유한 향유고래이다. 단, 코끼리바다표범도 그에 가까운 잠수 기록이 있다. 훗날 이들의 기록을 뒤엎을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직 많은 수수께끼에 둘러싸인 부리고래과 고래이다.
왜 그렇게 깊게 잠수하는가? 그것은 오랜 세월에 먹이와의 걸친 흥정 결과였다. 먹이인 물고기나 오징어에게 햇볕이 닿아 플랑크톤이 많이 자란 얕은 심도는 매력적인 곳. 하지만 자신들을 잡아먹는 바다표범이나 고래의 사정 거리에는 들어가고 싶지 않을 것 아닌가. 한편 바다표범이나 고래는 물고기나 오징어를 앞지를 만큼 깊게 잠수해 그들을 잡으려 한다. 이런 대치의 결과로 일부 바다표범과 고래에게서 걸출한 잠수 능력이 발달했다.
-p.250

바이칼바다표범은 포동포동하게 살이 찐 모습이 대단히 익살스럽다. 바다표범이란 동물이 대체로 동글동글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바이칼바다표범의 살이 찐 모양새는 상식의 틀을 한참 벗어나 있다. 둥근 공에 손발이 붙어 있는 것 같은 상식을 파괴하는 모습에 틀림없이 흠칫할 것이다. 내가 처음 야생 바이칼바다표범의 체형을 측정했을 때, 몸길이보다 몸통 둘레가 훨씬 더 긴 것을 안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전 세계 포유류 중에서도 그런 역전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바이칼바다표범 정도이리라.
-p.252~253

와타나베 유키 지음 | 윤재 옮김 | 니케북스 | 344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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