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후보(왼쪽)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통령후보
이번 조기대선이 중도·진보 우세의 기울어진 운동장 구도로 점차 굳어지면서 보수진영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유력주자 견제를 위한 단일화와 텃밭 민심 결집 시도 등 위기 탈출을 위한 선거 공식도 허물어지면서 그야말로 ‘멘붕’ 상태에 빠진 모양새다.
◇ 후보 단일화 ‘주춤’보수진영에서는 ‘반문(反文) 연대’ 구축을 통한 위기탈출 시나리오가 자주 거론됐지만 성사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그나마 현실적이라고 평가됐던 보수후보 단일화도 답보 상태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국정농단 세력으로 지목된 친박(親朴)계와 손을 잡으면서 스스로 단일화 명분을 소멸시켰다는 평가다.
친박 인적청산을 요구하던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이제 홍 후보를 ‘대법원 재판을 앞둔 무자격자’라고 규정하며 확실히 선을 긋는 모습이다.
유 후보는 ‘자강론’을 앞세우고 있지만, 캠프에서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론도 종종 거론된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한 자릿수 지지율로는 선뜻 나서기 어려운 게 사실인데다가 유 후보가 안보 문제 등을 이유로 유 후보와 거리를 두고 있어 이 역시도 성사 가능성은 불투명해 보인다.
◇ ‘安’으로 몰리는 보수민심…상처 남긴 적자경쟁
단일화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한 보수진영은 텃밭 TK(대구·경북)에 결집을 호소하며 적자 경쟁에 나섰지만, 이 역시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보수 민심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쏠리는 양상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각 당 대선주자 확정 후 처음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안 후보는 5자 구도에서도 35%의 지지율을 보이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38%)와 양강 체제를 구축했다.
(전국 유권자 1005명 대상·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특히 TK에서 안 후보는 38%의 지지율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보수 후보들의 약세 속에 ‘문 후보가 아닌 유력주자를 지지하자’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이 지역에서 보수주자들의 지지율은 유승민 후보 15%, 홍준표 후보 14%에 그쳤다. 합산해도 안 후보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로, 유력주자군에 포함되지 못하면서 선택을 받지 못하는 약세의 늪에 빠진 셈이다.
◇洪, '박근혜 출당' 단일화 승부수?…내부는 ‘시끌’우선적으로 ‘빨간불’이 켜진 곳은 홍 후보 캠프다. 측근들 사이에서는 “홍 후보가 이번 대선이 진보와 보수의 대결로 갈 것이라고 본 게 패착”이라는 말이 나온다. ‘비(非)문재인·비박근혜’ 심리가 안철수 상승세의 기반인데, 홍 후보는 보수결집에 초점을 맞추고 우클릭과 강성발언을 거듭해 중도 표심을 잡지 못했다는 논리다.
홍 후보는 ‘전략 수정’을 고심 중이다. 한 관계자는 “앞으로 대선 후보로서 강경발언도 줄이고, 바른정당에 대한 대응도 일체 하지 않는 쪽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을 둘러싼 논의도 주변부에서 이뤄지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기소되면 자동으로 당원권이 정지되지만, 후보가 한 발 나아간 강경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는 진박(眞朴) 조원진 의원이 8일 돌연 “한국당은 보수가 아니다“라며 탈당한 배경이기도 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조 의원의 탈당에 더해 홍 후보가 내주 쯤 박 전 대통령 출당 방침을 밝히며 바른정당과의 단일화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홍 후보가 조 의원의 탈당을 두고 “바른정당과 자꾸 합친다고 하니 반발로 탈당한 것 같다“고 밝힌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반면 유 후보는 ‘자강론’을 내세우며 위기를 정면돌파 하겠다는 입장을 굳혀가는 모습이다. 유 후보는 7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단언컨대 홍 후보와 단일화는 없다”고 했고, 같은 날 부산 방문 현장에서는 안 후보를 겨냥해 “안보가 너무 불안한 후보”라고 직격했다.
단일화 압박을 이겨내겠다는 의지표명으로 해석되지만, 내부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캠프 관계자는 “후보 토론회가 시작되면 보수 대표로 우뚝 설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며 “하지만 내부에서는 끝까지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놓기 위한 물밑 접촉이 있고, 단일화 요구도 나오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