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제공)
대한민국 임산부들은 서럽다. 임산부 배려석에 앉을 수도 없고, 육아휴직도 눈치가 보여 마음대로 쉴 수 없다. 살 맞대고 사는 남편조차 그 마음을 제대로 몰라준다. 그런데도 매스컴에서는 연일 "저출산율 극복"을 외쳐댄다. 빠듯한 가정 경제 안에서 일과 출산,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여성의 입장을 알고는 있는 것일까.
9일(일) 밤 11시 5분 방송되는 'SBS스페셜'에서는 임산부 아내의 입장을 이해해보기 위한 남편들의 임신 도전기가 그려진다. 6~10㎏의 임신 체험복을 입고 출퇴근하기, 육아·설거지·청소·운동·잠, 그리고 출산까지.
결혼 5년차 창용 씨는 한 달 뒤 탄생할 둘째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 사실 그는 임신 체험 전까지만 해도, 둘째 임신이 첫째 때보다 힘들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둘째 임신 뒤 그에게 가장 무서운 단어는 첫째 서아의 입에서 나오는 "안아줘"였다. 서아에게서 훈련소 조교가 겹쳐 보이는 건 착각일까. 서아는 식사 때마다 바닥에 밥을 주듯 음식을 흩뿌려놓고, 온몸이 물감투성이가 될 만큼 미술놀이를 즐긴다. 아내에게는 일상이었을 일들인데, 창용 씨에게는 이십대 군대 생활을 떠올리게 한다.
심신이 지쳐, 진짜 임신이라도 한 것마냥 머릿속에 음식들이 아른거린다. 하지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다. 임신성 당뇨를 앓고 있는 아내 현경 씨와 똑같이 달고 짠 음식을 금해야 하는데다 탄수화물 양도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는 임신의 마지막 단계인 출산이 기다리고 있다.
지은·민준 부부는 한창 신혼을 보내고 있는 결혼 10개월차 부부이다. 결혼하자마자 초고속 임신에 성공해 한 달 뒤 태어날 아기 '짱짱이'를 기다리고 있다. 아내를 따라 임신 9개월에 돌입한 민준 씨를 가장 반기는 사람은 바로 그의 장모님이다. 장모님은 30년 전 애 셋을 홀로 키우던 기억에 한탄한다.
경기 수원시는 전국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가장 많이 들리는 도시다. 염태영 수원시장도 임신에 도전했다. 임신 전 그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임산부들이 입을 모아 힘들다고 말하는 대중교통 이용이었다. 염 시장은 시청에 가기 위해 부른 배를 감싸 안고 버스에 올라탔다. 하지만 출근 시간대라 그런지 버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수많은 자리 중 임산부 배려석은 단 한 자리, 그마저도 임산부가 아닌 다른 사람이 앉아 있다. 무거운 몸 때문에 식은땀이 절로 나고 거친 운전에 뱃속아이가 다칠까 걱정되지만, 버스에서 만난 엄마들은 그 자리에 앉아본 적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승용차를 직접 운전할 때도 부른 배 때문에 넓은 주차공간이 필요하지만, 임산부를 위한 주차공간은 많지 않다고 한다. 보건소에서 확인한 임산부 전용 주차칸은 단 두 칸뿐이다. 그곳마저도 임산부 차량이 아닌 일반차량이 주차돼 있다. 임산부를 위한 여러 제도들이 존재하기는 하나, 실질적인 도움은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화성 대표는 외식 주문 중개 플랫폼 C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다. 콜센터를 운영하며 수많은 여직원들을 만나 온 그는, 그동안 여성들을 위한 복지를 많이 마련했다고 자부한다. 임산부로서의 첫 출근 날, 전 대표는 콜센터 고객 응대 업무를 맡았다. 좁은 공간에 앉아 몇 시간째 감정 노동을 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점점 지쳐간다. 그런 그에게 얼마 전까지 만삭의 업무를 보던 한 여직원이 떠오른다. 가만히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힘들고 다리가 퉁퉁 붓는다.
"회사랑 부딪치게 된다면… 사실은 마지막으로 생각하게 되는 게 퇴사의 길을 걷는 것? 왜냐하면 아이를 포기할 순 없으니까요."
전 대표는 임신을 경험한 직원들로부터 충격적인 고백을 듣는다. 실제로 직원들은 출산과 육아 때문에 퇴사까지 생각해 봤다고 말한다. 업무 중 밀려오는 피곤함, 휴가를 낼 때마다 눈치를 보게 되는 상황, 휴직 후 공백에 대한 두려움, 출산 후 육아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 이 모든 것들이 임산부를 회사 밖으로 내모는 것만 같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