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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in] 반성 없는 사면이 낳은 전두환 회고록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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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중항쟁 기념행사위원회는 6일 옛 전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두환 회고록' 발간을 규탄했다.(사진=자료사진)

 

■ 방송 : 전남CBS 시사프로그램 <생방송전남>
■ 채널 : 라디오 FM 102.1 / 89.5 (17:00~18:00)
■ 진행 : 안효경 아나운서
■ 대담 : 최창민 전남CBS 기자

◇ 안효경> 생방송전남이 금요일마다 마련하고 있는 코너. 한 주간 지역의 주요 뉴스를 골라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최창민 기자의 [뉴스 in]입니다. 최 기자 나와 있는데요. 오늘은 어떤 뉴스를 가져오셨습니까?

◆ 최창민> 오늘 가져온 뉴스는 이달 초에 발간된 전두환 전 대통령 회고록의 역사 왜곡 논란입니다.

◇ 안효경> 지난달 말부터 회고록 발간 소식과 함께 내용의 일부가 공개됐는데요. 5.18과 관련해서 억울한 심정이 담겼다고 알려졌죠.

◆ 최창민> 네 그렇습니다. 우선 '전두환 회고록'이란 제목으로 발간된 이 책은 총 3권으로 이뤄졌는데요. 2천 쪽의 방대한 분량에서 1권 '혼돈의 시대'는 10.26 사태부터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과정, 2권 '청와대 시절'은 대통령 재임 중 국정 수행에 대한 내용, 3권 '황야에 서다'는 대통령 퇴임 이후의 일들을 담고 있습니다.

◇ 안효경> 가장 문제가 됐던 건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내용이었죠. 어떻게 기술돼 있는지 소개해주시죠.

◆ 최창민> 사실 5.18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숨진 광주시민들을 생각할 때 입에 담기조차 힘든 내용입니다. 그렇지만 5.18의 주범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5.18에 대한 현재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인만큼 역사적 기록 차원에서도 살펴봐야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반성의 태도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자신을 '씻김굿의 제물'로 비유했습니다. 자신은 광주에서 벌어진 군부대에 의한 학살과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제물'이 됐다는 겁니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서도 '광주사태'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그대로 읽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나에게 가해져 온 모든 악담과 증오와 저주의 목소리는 주로 광주사태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광주사태로 인한 직간접적인 피해와 희생이 컸던 만큼 그 상처가 아물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또 상처와 분노가 남아있는 한, 그 치유와 위무를 위한 씻김굿에 내놓을 제물이 없을 수 없다고 하겠다"

◇ 안효경> 씻김굿으로 묘사를 했다는 건데, 씻김굿이 뭔지 모르는 청취자들을 위해 간략히 설명해주시죠.

◆ 최창민> 우리 민속 신앙에서 쓰는 용어인데요. 죽은 사람이 이승에서 풀지 못한 원한을 풀어 주어서 극락으로 가도록 기원하는 굿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자신도 억울하다, 희생자다 이런 의미인거죠.

십자가, 원죄 등 기독교적인 용어도 사용하고 있는데요. 회고록을 보면,

"광주사태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이 원죄가 됨으로써 그 십자가는 내가 지게 됐다. 나를 비난하고 모욕주고 저주함으로써 상처와 분노가 사그라진다면 나로서도 감내하는 것이 미덕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신앙적 표현이 사용된 것은 5.18에 대한 자신의 신념이 확고하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 안효경> 5.18의 경우 아직도 발포 명령자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서술도 있다고요.

◆ 최창민> 네. 회고록에서,

"나의 유죄를 전제로 만들어진 5·18 특별법과 그에 근거한 수사와 재판에서조차도 광주사태 때 계엄군의 투입과 현지에서의 작전지휘에 내가 관여했다는 증거를 찾으려는 집요한 추궁이 전개됐지만 모두 실패했다"

또 "광주에서 양민에 대한 국군의 의도적이고 무차별적인 살상 행위는 일어나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발포명령'이란 것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습니다.

◇ 안효경> 현재. 정부가 인정한 5.18 민주화운동 관련 희생자 수는 얼마나 되죠?

◆ 최창민>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망과 부상 등 피해가 인정된 것은 4천300여 명 정도이고 이중 200여 명이 죽거나 행방불명됐습니다. 당시 군부대의 총칼에 이처럼 공식적으로만 수백명이 숨졌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거죠.

◇ 안효경> 전두환 회고록 내용이 공개되자, 5.18 단체들은 물론 야당에서도 반발이 심한 상황이죠?

◆ 최창민> 어제였죠. 37주년 5.18민중항쟁 기념행사위원회는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옛 전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고록과 자서전을 통해 망발을 한 전두환과 이순자 부부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습니다.

행사위는 회고록에서 드러난 전두환 전 대통령의 표현을 언급하면서 "5월 영령들과 광주시민 앞에 무릎 꿇고 참회록을 바치지는 못할망정 또 다시 망발로 5월 가족과 광주시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전두환, 이순자 부부의 망발은 우리 사회 적폐 청산이 얼마나 절박한 과제인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다"며 "이들 부부에게 법적 책임을 묻고 전두환의 추징금 납부 등 신군부의 역사적 책임을 물어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안효경> 정치권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어제 전두환 회고록에 대해 "37년 만에 또 역사 쿠데타를 자행하는 파렴치함을 보여줬다"고 비판했습니다.

박완주 원내수석은 전 전 대통령을 '전두환 씨'로 지칭하며 "광주를 피로 물들인 죄에 대한 죄의식은커녕, 발포 명령을 부인하고 자신을 5.18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했다"며 "80년 5월 당시 전두환이 자위권을 발동했다는 군 기록이 밝혀졌다. 명백한 증거에 대해 외면하는 것은 마치 누구를 꼭 닮은 것 같다"고 꼬집었습니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어제 국회 원내정책회의에서 전두환 회고록과 관련해 "전 재산이 27만원이라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아흔을 앞두고 부적절한 발언으로 문제를 만들고 있다"며 "'종이가 아깝다'는 말은 이럴 때를 두고 쓰는 말인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도 어제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전두환 회고록에 대해 "주장 자체가 억지가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회고록을 보지는 못했지만 사실상 그 당시 실세가 모든 것을 장악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안효경> 전두환 전 대통령은 이미 대법원 판결을 통해 12.12 군사반란과 5.18 민간인 학살 등이 인정됐죠? 사형 판결까지 나왔었는데요.

◆ 최창민> 네. 맞습니다. 대법원은 1997년 4월 '12·12, 5·18 사건' 확정판결에서 "광주 재진입 작전명령은 시위대의 무장상태 그리고 그 작전의 목표에 비추어 볼 때, 시위대에 대한 사격을 전제하지 아니하고는 수행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므로 그 실시명령에는 그 작전의 범위 내에서는 사람을 살해하여도 좋다는 발포명령이 들어 있었음이 분명하다"며 전 전 대통령 등의 내란목적 살인 등 모두 13가지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1심의 사형 판결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으로 감형과 함께 2200억원의 추징을 명령했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항장불살(降將不殺)'이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하며 사형을 면하겠다고 판결했는데요, 6.29 선언을 수용해 평화적 정권교체를 수용한 것을 항복이라고 보고 항복한 장수는 죽이지 않는다는 의미의 고사를 인용한 겁니다.

◇ 안효경>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는데. 이후에 사면이 이뤄졌죠?

◆ 최창민> 전두환 전 대통령은 형이 확정된 후 250일 만에 김영삼 정부가 대통령 특별사면을 결정했습니다.

당시 퇴임을 2달 앞둔 김영삼 대통령이 국민 화합이라는 명분으로 정치적인 사명 결정을 내린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전 전 대통령이 사면을 받기까지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이나 유족, 광주시민들에게 한 번도 제대로된 반성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반성 없는 사면이 이번 전두환 회고록 같은 논란을 낳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역사 청산을 위한 제대로 된 반성 없이 정치적인 이유로 이렇게 쉽게 사면을 해준다면 또 다시 불의한 역사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 안효경> 공교롭게도 지금 우리는 현직 대통령의 파면과 구속 사태를 맞이하고 있죠. 구속되자마자 정치권에서 사면 논란이 일었었는데. 시사하는 바가 크군요.

◆ 최창민> 네. 이제는 민간인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될 전망입니다.

또 재판 결과에 따라 실형을 살게 될 경우 정치적 상황에 따라 사면 논의가 이뤄질 수도 있는데요.

다만 이제는 더 이상 '반성 없는 사면'은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면 또 후세에 이런 논란이 반복될 수 있으니까요.

◇ 안효경>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최창민 기자였습니다.

◆ 최창민>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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