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육상거치 작업이 거듭 늦춰지는데도 소형 모듈 트랜스포터만을 고집한 이유에 대해 사실상 '돈 문제' 때문이라고 인정했다.
그동안 해양수산부는 선박 운송장비인 모듈 트랜스포터(M/T)의 교체에 관한 추가비용 등은 인양업체인 상하이샐비지가 부담할 뿐, 정부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해수부 이철조 현장수습본부장은 지난 5일 정례브리핑에서 인양작업 도중 추가 작업에 관해 "비용 관련해서는 상하이샐비지가 수행하는 사안"이라며 "저희들이 직접적으로 비용에 관여할 것은 없다"고 밝혔다.
M/T 추가 비용에 대해서도 "추가비용 발생은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M/T 조달비용은 1차적으로 상하이샐비지가 지불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눈에 띄는 점은 '상하이샐비지가 지불한다'는 부분이 아니라 '1차적으로', '직접적으로'라고 단서를 달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CBS 단독보도
(관련기사 : [단독]선체조사委 "육상거치 시점은 상업적 판단")로 "육상거치 시점은 상업적 판단의 문제"이며 "선박 안전 등 선체조사와는 무관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돈 때문에 해수부가 인양을 서둘렀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해수부도 말을 바꿨다.
이 본부장은 바로 다음날인 지난 6일 정례브리핑에서 "상하이샐비지는 용역계약의 수행자로 1차 부담한다"면서도 "다만 한국 정부 측의 지시에 따른 추가비용은 상호 협의해서 지불하도록 돼 있다"고 인정했다.
이와 같은 대표적인 사례가 진도 앞 맹골수도의 사고해역 해저에 설치된 유실방지 펜스의 경우다.
정부는 지난해 계약금 이외에 세월호를 인양 도중 미수습자 유해 및 유류품 유실을 막기 위해 펜스 설치 비용을 요구했는데, '추가 과업 지시'로 인정돼 60억원의 추가비용을 지불하게 됐다.
해수부의 세월호 인양 관련 예산은 총 1020억원으로, 이 가운데 초기 계약금은 851억원이며 3단계에 걸쳐 지급된다.
잔존유 제거와 유실 방지 등 1단계 작업을 완료하면 213억원(25%), 인양·지정장소 접안 등 2단계를 마치면 468억원(55%), 육상거치·보고서 제출 등 3단계까지 무사히 끝내면 나머지 170억 원(20%)이 차례로 상하이샐비지에 지급된다.
하지만 상술한 펜스 설치 비용에 더해 기상 문제로 작업을 중단했을 때 들어간 비용(5억원)도 지급하기로 하고 수정 계약을 체결하면서 총 계약금액은 916억원으로 늘어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해수부 관계자는 CBS 취재진에게 "세월호 선체를 반잠수선에 선적한 직후 상하이샐비지 측이 추가 비용을 주지 않으면 목포로 가지 않겠다고 했다"며 "해수부 장관의 서명이 담긴 비용 관련 서류를 요구해 이철조 단장 등 해수부 고위 관료들이 직접 나서 설득하기도 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 세월호 추정 무게는 약 1만 6천톤으로 알려졌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해수부가 현재 준비해 1·2차 테스트에 사용한 1축당 25톤을 들 수 있는 소형 M/T로는 땅으로 옮기기는커녕 아예 들어볼 수도 없는 수준이다.
이에 앞서 그동안 일각에서는 중대형 M/T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됐지만, 해수부는 상하이샐비지에 M/T 교체를 끝내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해수부는 상하이샐비지 측의 요구대로 선체 자체가 참사의 증거인 세월호에 구멍을 뚫고 유해와 유류품 유실 우려에도 물빼기 작업을 강행했다.
이처럼 해수부가 M/T 장비 교체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도 결국 추가 비용의 책임을 면피하려던 것으로 드러난 만큼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