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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룡 "朴 면전서 김기춘 지적했더니 오히려 '무한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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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우리가 모르는 것을 (그분은) 알고 계신 게 있을 겁니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부 장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 앞에서 실세였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문제점을 지적했더니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이다.

유 전 장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전 실장의 첫 재판에 증인으로 6일 출석했다.

유 전 장관은 2013년 8월 김기춘 피고인이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 정권의 반대 예술인이나 문화인에 대한 지원 배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김 전 실장이 그해 9월부터 영화 변호인을 만든 CJ엔터테인먼트에 규제를 요구했고 수석 비서관회의에서는 시도 문화재단의 좌편향 인사들에 대한 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고 말했다.

특히 유 전 장관이 좌편향 인사들에 대한 지원 배제를 소극적으로 이행하자 김 전 실장은 모철민 당시 교육문화수석을 통해 직접 문체부 간부들에게 적극적 대처를 요구했고 이에 대해 유 전 장관은 "모 수석의 지시를 따르지 말라"고 간부들에게 지시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유 전 장관은 갈등이 확산되자 2014년 1월 말 박 전 대통령과의 대면 보고에서 "자꾸 이런 일(지원 배제)이 벌어지는데 곤란합니다. 반대하는 사람도 안고 가야 사회 통합이 됩니다"라며 정치적 견해가 다른 문화 예술인에 대한 포용을 요청했다.

유 전 장관은 대통령 대면 보고 이후에는 청와대 비서실이 문체부에 직접 관여하는 일이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가 터지자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은 정무수석실을 통해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만든 뒤 문체부로 전달하고 적극적 이행을 촉구했다.

그 와중에 박 전 대통령은 2014년 5월 19일 해경 해체를 선언하는 대국민 담화에서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불과 며칠 뒤 자니윤 씨를 한국관광공사 감사로 임명하라고 지시했다.

유 전 장관은 청와대에 감사 임명이 어렵다는 견해를 전달했지만 "김 전 실장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되지 왜 자꾸 머리를 쓰냐'는 뉘앙스의 핀잔을 했다"고 술회했다.

세월호 참사로 청와대의 블랙리스트 실행 요구 압력은 커지고 자니윤 문제와 김진선 당시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문제 등으로 청와대와 문체부의 대립은 더 악화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유 전 장관은 결국 면담을 요구해 2014년 7월 9일 박 전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했다.

유 전 장관은 이 자리에서 "각 부처 인사에 대한 청와대 인사 장악과 김진선 전 위원장의 감사원 표적 감사, 문화예술계 차별과 배제, 세월호 참사 문제 등에 대한 김기춘 실장의 문제 인식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말씀을 올렸다"고 진술했다.

특히 그는 "박 전 대통령에게 '(그렇게 가르고 배척하면)한 줌도 안되는 자기편만 남을 겁니다. 그러면 그 사람들만 가지고 뭐를 하실 겁니까. 매우 실망스럽고 정권 초 생각하신 대로 원래 생각으로 돌아와야 합니다'라고 진언을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미동도 없이 듣다가 김기춘 전 실장의 문제가 나오자 '우리가 모르는 것을 (그분은) 알고 계실 겁니다'라는 말만 했다고 전했다.

유 전 장관은 그 말을 듣는 순간 "김기춘 실장을 무한 신뢰하고, 김 실장이 있는 한 박근혜 정부의 기조가 바뀌지 않겠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 직후인 7월 16일 유 전 장관은 결국 경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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