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기독교계를 대표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이영훈 대표회장)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정서영 대표회장)이 오는 12일 통합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양 기구는 먼저 통합을 선언한 뒤, 실질적인 통합을 위한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기총·한교연 '선 통합 후 조치'
한국교회교단장회의도 5일 모임을 열고,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을 환영했다. 왼쪽부터 기독교대한감리회 전명구 감독회장,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 김선규 총회장,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 이성희 총회장,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총회 이종승 총회장.
한국교회교단장회의(교단장회의)는 5일 오전 모여,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 선언을 지지하고, 통합 선언 기자회견에 교단장회의에 속한 총회장들이 참석해줄 것을 요청했다.
양 기구의 통합 선언은 양대 보수 연합기관이 하나로 합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둘로 갈라졌던 보수 연합기관이 통합을 한다는 명분은 사실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양측이 통합 선언을 하기 위해서는 한기총의 경우 실행위원회를 통과해야 하고, 한교연은 임원회의 결의를 거쳐야하는데 한기총은 오는 7일 실행위와 임시총회가 예정되어 있고, 한교연은 11일 임원회가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통합 선언 이후 실질적인 통합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자칫 선언으로만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기총과 한교연은 지난해 8월에도 통합 선언을 한 바 있다. 당시에도 주요 교단장들이 모여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을 촉구한 바 있다. 양 측은 연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지난해 10월까지 통합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하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이번에는 어떨까?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과 엄기호 통합추진위원장 한교연 정서영 대표회장과 고시영 통합추진위원장이 지난 4일 모처에서 모여 사실상 통합 선언을 약속했다. 그리고 교단장회의는 이같은 결정을 환영했다.
지난해에도 통합 선언 뒤 후속 작업 지지부진실질적인 통합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가장 걸림돌은 역시 한기총 내 이단 문제다.
특히 한교연 바른신앙수호위원회(바수위·위원장 황인찬 목사)가 지난해 12월 한기총에 속한 일부 교단과 인사에 대해 이단성 조사를 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이단성 조사에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와 이영훈 목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리고 한교연 바수위는 지난 3월 최종 보고서를 임원회에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바수위의 처음 입장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교연은 바수위의 이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다.
연합기구가 이단을 규정할 권한은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분명 한교연이 공식적으로 조사해 보고한 문건이다. 한교연 바수위는 김노아 목사와 류광수 목사 역시 이단으로 지적했다. 모두 한기총에 속한 목회자들이다.
하지만 한교연이 줄곧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한기총 내 이단 문제 해결을 외쳐온 상황이어서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통합의 명분이 없어지게 된다.
한교연 정서영 대표회장은 "이단 문제 해결을 전제로 통합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한교연 바수위원들을 포함해 다수를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한교연 바수위원장인 황인찬 목사는 한교연 통합추진위원회 서기도 맡고 있다. 하지만 황 목사는 양 기구 대표회장들이 만나는 사실도 몰랐다.
양 기구 대표회장들은 통합을 낙관하지만, 뜻대로 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김노아 목사 등이 제기한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 직무정지 가처분과 관련,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법원은 이르면 다음주 초 가처분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에는 한기총 전 현직 임원들이 이영훈 대표회장의 직무정지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하는 등 한기총 내부도 혼란한 상황이다. 한기총 측은 이에 대해 직무정지 가처분을 제기한 전 현직 임원 중 대다수가 명의를 도용당했다고 주장했다.
양 기구의 통합 선언이 선언에만 그치지 않도록,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