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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과장', '초인가족', '자체발광 오피스'의 공통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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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에 초점 맞춘 오피스 드라마 대세

매년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지만,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은 2113시간(2015년 기준)이나 된다. 노동자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다름아닌 '직장'임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만큼 익숙한 공간, '일터'를 배경으로 하는 오피스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공감 포인트를 더 잘 건드릴 수 있다는 점에서 꾸준히 사랑받아 왔다.

샐러리맨 초한지(2012), 광고천재 이태백(2013), 직장의 신(2013), 미생(2014), 송곳(2015), 프로듀사(2015), 욱씨남정기(2016) 등 최근 5년 간 방송된 대표적인 작품만 7편에 이를 정도다.

올해 상반기에는 오피스 드라마가 조금 더 '집중적'으로 편성됐다. KBS2 수목드라마 '김과장', SBS 초감성 미니드라마 '초인가족 2017', MBC '자체발광 오피스' 등 지상파 3사가 오피스 드라마를 연이어 내놨기 때문이다.

직장 동료와의 갈등 혹은 로맨스, 갑질 논란, 신입사원의 회사 적응기,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 노조 탄압 등 다룰 수 있는 소재가 무궁무진하다는 점, 일상을 그대로 뚝 떼어온 것 같은 높은 리얼리티 등이 오피스 드라마의 매력으로 꼽힌다.

◇ '덜 나쁜 놈'이 만드는 히어로물 '김과장'

KBS2 '김과장' (사진=로고스필름 제공)

 

지난달 30일 종영한 KBS2 '김과장'(연출 이재훈·최윤석, 극본 박재범)은 3편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작품이다. 13년 만에 드라마로 컴백한 이영애 주연작 SBS '사임당, 빛의 일기'가 워낙 강자로 지목되던 상황이라, 방송가에서도 '김과장'이 이렇게까지 선전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김과장'은 돈에 대한 천부적인 촉을 가진 '해먹기'의 달인 김성룡(남궁민 분)이 중심이 되는 히어로물이다. 누구보다 이문에 밝고 뺀질거리고 그다지 정의감이 있는 인물은 아니지만, 압도적인 '거악' 앞에 부조리를 느끼고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나선다는 점이 신선한 포인트였다.

김성룡과 대척점에 서 으르렁거리는 전직 검사이자 TQ그룹의 재무이사인 서율(이준호 분)도 틀에 박힌 악역이 아니라, 캐릭터의 일관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입체적 캐릭터로 사랑받았다.

'김과장'은 특히 현 시국을 연상케 하는 깨알 패러디와 상황 설정으로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줬다. 이재훈 감독은 제작발표회 때부터 서율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모델로 한 캐릭터라고 밝혔고, '도어락 3인방'으로 불리는 극중 '비선실세'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것으로 보이는 체포영장이 등장했다.

또, 최순실 씨의 "민주주의 검찰이 아니다"와 뒤이은 청소노동자의 "염병하네!"라는 발언이 극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이밖에도 회계 부정, 노조 탄압, 수사 중 꼬리 자르기 같은 소재를 두루 다뤄 '유쾌상쾌통쾌'한 사이다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지상파 드라마에서 보기 드물게 뚜렷한 러브라인이 없던 것도 '김과장'만의 특징이었다.

◇ 회사원들의 '웃픈' 직장생활 파고든 '초인가족 2017'

SBS '초인가족 2017' (사진=도레미엔터테인먼트 제공)

 

매주 월요일 밤 에피소드 2개가 연속 방송되는 SBS' 초인가족'(연출 최문석, 극본 진영)은 도레미주류 영업2팀을 배경으로 회사원들의 때론 고달프고 때론 웃음나는 현실적인 삶을 비교적 가벼운 터치로 그려가고 있는 중이다.

빽도 라인도 없어 승진에서 늘 물먹는 만년과장 나천일(박혁권 분)과 믿음직한 사수 최부장(엄효섭 분), 홍일점이지만 서른 중반이 되도록 아무도 '안 데려가서' 안대리라는 놀림을 받는 안대리(박희본 분), 베일에 싸인 미스터리한 신입사원 이귀남(이호원 분), 사내 정치에 골몰하는 아부왕 박대리(김기리 분)의 회사생활이 '초인가족'의 주 무대다.

'초인가족'에서는 '맞아맞아' 하고 맞장구 칠 수 있을 만큼 실감나는 에피소드가 눈에 띈다. 부사장-전무 양강 구도로 나뉘어진 상황에서, 나천일이 초주검이 된 몸을 이끌고 볼링대회와 낚시대회를 모두 참석해 눈도장을 찍는 에피소드를 예로 들 수 있다.

정규직 문앞에서 실패하고 쫓겨나 오랫동안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나백일(배유람 분)의 에피소드, 형식적으로 끝나고 마는 사내 성희롱 예방 교육을 강도높게 비판한 안대리의 일침 등 공감백배 사연들이 풍성하다. 최근에는 안대리와 이귀남 사이에서 핑크빛 무드가 진행돼 새로운 재미를 주고 있다.

◇ 잘 드러나지 않았던 '여성 비정규직' 다룬 '자체발광 오피스'

MBC '자체발광 오피스' (사진=MBC 제공)

 

가장 후발주자인 MBC '자체발광 오피스'(연출 정지인, 극본 정회현)는 '이런 가족 같은 회사!'라는 강렬한 포스터 문구에서부터 알 수 있듯, 어엿한 직장인이 되길 원하는 사회 초년생들의 설움과 울분을 담아내는 드라마다.

99번째까지 낙방하고 맞은 100번째 회사에서 계약직이 된 주인공 은호원(고아성 분)이 우연히 시한부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갑보다 무서운 을로 거듭나는 것이 큰 줄기다.

잘못은 손님이 저질렀는데도 무조건 고개를 숙여야 하는 알바들의 현실, 쉼 없이 일하고 취업준비에 매달리는데도 '스펙이 없다',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지원자들을 공공연히 무안주는 회사, 정규직이 되고 싶다는 간절한 열망 등 취업준비생들의 아픔을 콕콕 찌르면서도 유쾌한 코드를 잃지 않는다.

무엇보다 '자체발광 오피스'는 모처럼 '여성 비정규직'을 앞세운 드라마다. 너무나 능력이 출중해 회사에서도 어찌할 수 없는 힘을 가졌던 '직장의 신'의 계약직 미스 김(김혜수 분)과 최연소 승진 타이틀을 지닌 '욱씨남정기'의 러블리 코스메틱 마케팅 본부장 욱다정(이요원 분)과는 결이 다르다.

고용 불안정성을 겪는 여성이라는 어쩌면 '을 중의 을'로 볼 수 있는 위치 때문에, 은호원이 할 말 다 하며 잘못된 점을 조목조목 지적할 때 통쾌함이 배가된다.

등장인물 간의 관계가 보다 조밀해지고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시청률도 차츰 오르고 있다. 첫 방송 때 3.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였던 시청률은 6회까지 오면서 6.0%로 올랐다. '자체발광 오피스'도 '쇼핑왕 루이', '역도요정 김복주'와 같이 역주행 기록을 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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