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사진=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세론(論)에 맞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대항마론을 띄우는 가운데 두 사람 간 '1대 1' 구도의 실현 가능성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안 전 대표는 최근 지지율 상승세에 힘입어 자강론(自强論)을 유지하면서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등의 '보수-중도' 표심을 흡수해 몸집을 키워나갈 조짐이다. 3일 민주당 경선 직후 중도 표심의 향배와 보수 정당들과의 후보 단일화 성사 여부 등이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진박(眞朴) 세력까지 껴안겠다며 '총동원령'을 내려 단일화 가능성을 오히려 차단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대구‧경북(TK) 집중 공략에 나서는 등 자기색채를 강화하고 있다. 일단 보수진영은 통합연대보다 각자도생하는 다자구도에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 安 빠지면 뜨는 安…바른정당과 합치면 더 유리
안 전 대표의 반등은 문 전 대표 대세론의 반작용으로 분석된다. 민주당 경선에서 문 전 대표의 승리 가능성이 커지면서 야권-중도 계층 중 '반(反)문 표심' 이탈의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셈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안 전 대표는 '대통령 적합도' 다자구도 조사에서 22.3%를 기록했다. 34.6%를 기록한 문 전 대표에 비해 오차범위 바깥으로 뒤지는 수치이지만, 지난 주 대비 문 전 대표는 1.4%p 하락한 반면, 안 전 대표는 12.2%p나 급등했다.
이 같은 추세는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빠진 4자 구도에서 더욱 뚜렷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홍 후보를 중심으로 단일화 해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포함한 4자 대결에서 문 전 대표는 41.6%, 안 전 대표가 33.8%를 기록해 7.8%p로 격차가 감소했다.
특히 4자 대결의 경우 안 전 대표가 바른정당 지지층을 흡수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홍 후보 중심으로 뭉칠 경우 바른정당 지지자의 38.8%가 안 전 대표 지지 계층으로 이탈했다. 유 후보의 지지층이 홍 후보보다 안 전 대표를 더 선호하는 경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인용된 조사는 KSOI 자체 조사다.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31일~지난 1일 이틀간 유무선 RDD(무선79.0%, 유선 21.0%)전화면접조사 방식을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수준이며, 응답률은 15.3%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사진=자료사진)
◇ 빗장 걸고 'TK 혈투' 들어간 보수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홍 후보 중심으로 합칠 경우 오히려 국민의당에 유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국당은 겉으로는 '대선 전 합당' 주장을 하면서도 내부적으론 대선 후 지방선거를 노린 선거연대를 선호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후보가 "지게작대기라도 짚겠다"며 김진태 전 후보 등 강성 친박계 끌어안기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정농단 지적을 받는 친박을 더한 '플러스(+) 정치' 선언은 역으로 다른 정파로의 외연확장 가능성은 줄이는 것이다. 연대보다 독자 세력화에 치중하는 포석이다.
홍 후보는 특히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친박 핵심부의 간접적인 조력까지 받은 상태다. 친박 실세 최경환 의원이 지역구 조직에 '자유 투표' 원칙을 하달하며 사실상 우회 지원했다. 홍 후보의 향후 기조가 친박 청산에 의한 바른정당 끌어안기보다 흡수통합 쪽에 기울 것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홍 후보는 문 전 대표에게 '아들 특혜취업 의혹'을 제기했고, 안 전 대표의 사면위 설치 주장엔 '얼치기 좌파'라고 공세를 펴는 등 야권을 싸잡아 비판했다. 바른정당에겐 "가출을 멈추고 복귀하라"고 설파했다. 모두 연대 가능성을 줄이는 적대성 발언이다.
이런 가운데 바른정당 유 후보는 주말사이 고향인 대구‧경북(TK)을 집중 공략하며 홍 후보와의 보수 적통 경쟁에 주력했다. 특히 바른정당을 흡수하겠다는 홍 후보를 '무자격자'로 몰아붙이며 "한국당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유 후보는 최근 정치적 멘토인 이회창 전 국무총리로부터 무원칙한 연대론에 거리를 두라는 조언을 듣는 등 명분 없는 단일화를 경계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구(舊)여권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보수는 집토끼부터 다잡는 내부결집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며 "만약 전열 재정비에 성공할 경우 굳이 안 전 대표에 힘을 실어주기 보다 대권 승리나 패배 후 재편 쪽에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