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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SM A&R실이 말하는 '스테이션'의 모든 것

지난해 2월 3일 공개된 SM '스테이션' 시즌1 첫 곡 태연의 '레인'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해 1월 27일,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5개의 신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매주 특정 요일에 음원을 발표하는 '스테이션'(STATION)이었다.

정규·미니·싱글 앨범이라는 기존 앨범 발매 시스템에서 벗어나 SM 내부 아티스트는 물론 외부 아티스트·프로듀서·작곡가는 물론이고 다른 기업 브랜드와의 협업을 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될까?' 싶었던 프로젝트는 정말로 '이루어졌다'. 소녀시대 태연의 솔로곡 '레인'을 시작으로 지난해 2월 3일부터 진행된 '스테이션'은 꼭 1년 만인 지난달 3일 엑소 수호와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의 '커튼'으로 시즌1의 막을 내렸다.

SM은 '스테이션'을 통해 소속 가수들의 첫 솔로곡을 발표하는가 하면, YG-JYP 등 수많은 타 소속사 가수들과 콜라보레이션을 꾸몄고, 소울, 일렉트로니카, 록, 재즈, 힙합, 클래식, 트로트 등 다양한 장르를 다뤘다.

엔터테인먼트사에서 '음악'을 중심에 두고 장기 프로젝트를 벌여 궁극적으로 '다양성 제고'를 목표로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도 있었으나, 일부 곡을 제외하고는 대중의 사랑을 받은 곡이 적고 손에 꼽을 만한 '파격적 시도'가 부족했다는 아쉬움도 뒤따랐다.

그럼에도, SM은 '스테이션'의 시즌2를 예고했다. 다양한 외부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이라는 기본 틀은 유지하되 이를 해외 아티스트까지 확장하고, 장르·시즌별 프로젝트는 물론 '스테이션'과 연결된 다양한 콘텐츠를 MCN을 통해 함께 공개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힌 상태다. 여기에 현역 작곡가, 프로듀서, 인디밴드, 아마추어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참여형 콘텐츠 오픈 스테이션도 신설한다. 첫 곡은 레드벨벳의 '우드 유'(Would U)로 오늘(31일) 정오 각 음원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CBS노컷뉴스는 '스테이션'의 탄생 배경에서부터 52주 프로젝트에 대한 자체적인 평가, 시즌2에 대한 그림까지 '스테이션의 모든 것'을 SM A&R실(Artist and Repertoire)에게 들어 보았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이뤄졌다. 노컷 인터뷰

SM '스테이션'은 곡을 정식 발표하기 전에 노선도를 먼저 공개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사진=SM 스테이션 인스타그램 캡처)

 

▶ 매주 금요일에 발표되는 디지털 음원 공개 채널, '스테이션'은 지난해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밝힌 SM 5대 신규 프로젝트 가운데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이었다. 기획 배경과 준비 기간이 궁금하다. (시즌1 기준)

최근 몇 년 사이 특정 장르들 위주로 소비되고 있는 음원차트를 보며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새로운 콜라보 프로젝트를 통해 보다 넓은 스펙트럼의 '좋은 음악'을 많이 들려줄 수 있는 채널이 필요하겠다는 내부적인 의견이 반영되었다. 1~2년 전부터 글로벌 음악환경과 문화 트랜드 분석을 통해 큰 그림을 잡고 준비해왔다.

▶ 이제 '앨범' 혹은 '음반'의 시대가 끝났다고 판단해 52주 장기 음원 공개 프로젝트를 준비한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급변하는 글로벌 음악환경에서 음악적으로 우리가 조금 더 발전시키고 준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으며, 이를 스테이션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시도해 보자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결국 이런 음악 작업은 실제로 작업에 임하는 작사·작곡가뿐 아니라 음반 기획과 제작에 관련된 사내·외의 여러 부서, 더 나아가 이를 실현하는 SM 내·외부의 아티스트들의 음악적 펀더멘털(fundamental)을 더 넓히고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다양한 아티스트, 프로듀서, 작곡가들과의 콜라보레이션과 브랜드 대 브랜드로서의 콜라보레이션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작업 대상 선정 기준이 궁금하다.

스테이션은 모든 국내외 아티스트, 프로듀서, 기업 모두에게 열려 있다. 어떠한 콜라보가 되든 그 작업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에 대한 고민과 분석을 계속 한 후, 여러 조합을 만들어 보고 시뮬레이션한다. 실제로 구성이 가능해지고, 곡이 준비되었을 때 섭외에 들어갔다.

▶ '스테이션' 노선도를 보면 아티스트 라인, 프로듀서 라인, 셀러브리티 라인이 있다. 셀러브리티 라인은 비음악인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비음악인에게까지 '스테이션'을 개방한 이유가 있다면?

비음악인의 참여는 두 번 있었는데, 각 스테이션 곡마다 컨셉이 있고, 곡의 컨셉에 맞춰 진행하다 보면 음악인은 아니지만 평소 음악에 관심이 많은 분들까지도 고려하게 된다. 윤정수-김숙의 경우는 유머러스한 곡의 컨셉에 맞게, 올림픽 메달리스트 선수단은 올림픽 응원을 위한 공익적인 곡의 컨셉에 맞게 진행한 것이다. (* JTBC '님과 함께'에서 커플로 나온 윤정수-김숙의 '너만 잘났냐'라는 곡은 2016년 6월 3일에, 슈퍼주니어 이특·엑소 수호·케이시가 불렀고 2016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는 모든 국가대표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한 '나의 영웅'은 같은 해 7월 1일에 발매됐다.)

지난해 6월 13일 발매된 윤정수-김숙의 트로트 '너만 잘났냐'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 보다 구체적으로, '스테이션'에서 '음악' 그 자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윤정수-김숙의 트로트 음원은 파격적이라는 평과 함께, 유명세와 시의성에 기댄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동시에 나왔는데.

스테이션 자체가 '음악'이다. 초기 아이데이션(ideation, 관념화) 과정에서는 정말 R&B에서부터 트로트, 국악, CCM까지 안 나온 얘기가 없었다. 트로트는 장르는 기성세대에게 굉장히 어필하는 매력적인 장르이다. 쉬운 것 같지만 나름의 음악적 공식과 패턴이 있고, 트로트만이 가진 훌륭한 훅이 있었기에, 트로트를 꼭 내자라는 의견이 스테이션 초반부터 계속 있어서 데모를 꾸준히 받아보았다. 데모를 듣자마자 곡의 가사나 멜로디가 윤정수-김숙과 매칭이 잘 되어서 재미있는 곡이 나오겠다고 생각했다. 스테이션은 '무한도전'과 '아는 형님'과 같이 방송과도 연계하여 여러 차례 진행한 적이 있었다. 곡의 프로모션을 고려해 방송과의 연계를 시도한 건 사실이지만, 여기에는 '윤정수-김숙'이라는 매개가 있었기에 진행된 것이지, 유명세와 시의성만을 기대어 진행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하고 싶다.

▶ '스테이션'의 가장 뚜렷한 정체성은 '협업'으로 보이는데, 의외로 홍대 씬이나 인디음악을 하고 있는 뮤지션들과의 작업은 없었던 것 같다. A&R 쪽에서 이들과의 작업에 무관심하거나 소극적이었던 것은 아닌가.

시즌 1에서 '10cm', '인레이어'과 같은 밴드와의 협업을 진행했지만 인디 뮤지션과의 협업이 많이 보이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는 지금도 여러 인디 레이블과 접촉하며 많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기대해 달라. (* 10cm는 2016년 3월 11일 발매된 윤아의 '덕수궁 돌담길의 봄'에 피처링으로 참여했고, 메탈 밴드 인레이어는 '마인드잭'이라는 곡을 같은 해 4월 29일 발매했다.)

▶ 그동안 발라드, R&B, 소울, 일렉트로니카, 록, 재즈, 힙합, 클래식, 댄스, 트로트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이 발표됐다. '스테이션'이 음악시장의 다양성 제고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보는지.

눈에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차트와 데이터만으로 기여도를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본다. 곡을 듣지는 않았지만 이런 이야기가 들리고 '아. 맞아. 음악에는 이런 이런 장르도 있고, 이런 아티스트도 있었지' 하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다양성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음원 또는 음악 차트에 진입하지 않은 곡들 중에서도, 좋은 음악과 장르들이 너무 많지 않은가? 1년에 52곡이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지만, 최선을 다해 이런 부분에 기여하고 싶었고, 결국은 음악 시장의 파이를 키워 더 다양한 음악과 뮤지션들이 나와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기도 했다.

방송인 겸 재즈 보컬리스트 이동우와 스웨덴 출신 재즈 뮤지션 오피 노아가 지난해 6월 24일 발표한 '데피니션 오브 러브'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 반면 '스테이션'은 음원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낸 음원이 별로 많지 않은 편이다. 내부에서는 이런 '음원 성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음원차트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스테이션'의 성패를 가늠하는 지표로 삼은 것은 무엇인지?

성적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지만, 성적만으로 음악과 뮤지션을 판단하지 않아야 좋은 음악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음악의 다양성 제고)에 더 기여하고 싶었기에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좋은 음악들을 섭외하고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의도적인 방향성이었으니 우리는 성적에 대해서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정작 중요한 것은 '성적'이 아닌, '정말 좋은 음악들이 스테이션을 통해 나왔는지'가 아닐까 싶다. 이런 부분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 '스테이션'을 통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다고 생각하나. 또, 시즌2에서 영역을 넓힌 이유가 있나.

가장 긍정적인 점은 우리 스스로가 매우 가치있는 양질의 공부를 했다는 점이다. 음반 기획을 진행하는 A&R이라는 부서에는 30명의 A&R이 있다. 각각 다른 사람들인지라 모두가 서로의 취향이 다르다. 아이데이션 과정에서 많은 음악적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고, 스테이션에서만큼은 이런 부분들이 더 많이 반영됐다. 이를 현실화하는 과정은 매우 고단하고, 복잡하며, 전문성을 더욱 요구했고, 더 많은 음악을 듣게 만들었다.

단순히 음반 기획 부서인 A&R에만 해당된 내용이 아닌 SM 전사적인 이야기였다. 마케팅, 비주얼&아트, M/V, SNS 프로모션 등 더 넓은 범주의 장르의 음악으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야 했다.

이를 실현해 준 아티스트들을 다시 보게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SM 내·외부의 많은 아티스트들과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은 우리에게 또 다른 의미에서의 네트워크를 만들어주었다.

이러한 공부에서 뽑아낸 노하우를 통해 시즌2에서는 더욱 다양한 시도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고, 그렇기에 힘듦보다는 기대감이 앞선다.

잃은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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