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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사람' 손현주 "1987년 이야기, 투자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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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①] 손현주가 밝힌 '보통사람'의 A to Z

영화 '보통사람'에서 형사 성진 역을 맡은 배우 손현주. (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배우 손현주는 '보통사람' 같은 배우다. 그래서 그는 잘생긴 배우들 사이에서 더욱 독보적이다. 어디에나 존재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렬한 스릴러에서 사람 냄새 나는 드라마까지 손현주에게는 경계가 없다. 허술한 유부남으로, 섬뜩한 악역으로, 80년대 가장으로, 그는 무수히 변신을 거듭해왔다.

영화 '보통사람'의 그는 '보통사람'이고 싶었던 형사 성진을 연기한다. 성진 캐릭터는 다소 연기하기 어려운 층위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초반 전형적인 1980년대 가장이었다면 후반에는 잘못된 선택으로 삶이 완전히 망가진다. 권력을 향한 욕망보다는 가족을 위한 희생의 서사가 주를 이룬다.

정의와 배신 사이, 손현주의 연기는 시대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삶을 대변한다. 다음은 손현주와 나눈 일문일답.

▶ 처음 '보통사람' 시나리오를 만났을 때를 기억하는지?

- 상암에 보면 영화 감독들한테 빌려주는 사무실이 있다. 변변한 거 하나 없는 방에 '공작'이라는 시나리오가 있었다. 나한테 티백 녹차를 내주더라. 시나리오를 봤는데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벌써 3년 전이다.

▶ 2017년은 6월 항쟁 30주기이도 하다. 거기에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건까지 겹쳐서 영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떠오르더라. 시국과 참 절묘하게 어울리는 영화다.

- 지금 이런 시국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냥 저는 김봉한 감독이 안타까웠다. 이게 투자가 되겠냐고 생각했거든. 투자를 힘들게 받았던 것은 사실이다. 나는 1980년대나 2017년이나 그렇게 다를 것 없이, 전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정서는 지금이 더 피곤하고 각박하겠지만…. 그냥 사람 냄새가 나는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 6월 항쟁 등을 암시하는 요소가 곳곳에 들어 있어서 정치적인 시선에서 영화를 해석하는 경우도 있는데.

- 이런 시기가 오리라고는 상상을 했다. 그러나 지금일 줄은 몰랐다. 정치적인 걸 내가 잘 모르기도 하고, 굳이 영화까지 결부시켜서 이야기하기 보다는 영화는 영화대로 봐줬으면 한다.

▶ 극 중 아내는 말을 못하는 장애를 가진 여성으로 등장한다. 라미란이라는 배우가 그런 애틋한 연기까지 잘 어울린다는 걸 알았다. 실제 호흡은 어땠나.

- 라미란이 내 옆에 있을 때는 내 아내인 줄 알고 착각을 할 정도로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라는 드라마 스케줄이 겹치면서 굉장히 피곤해 하더라. 정말 틈만 나면 잤다. (웃음) 말을 못하는 요소를 더한 게 라미란 생각이었는데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정말 마음이 움직였고, 아팠고, 미안했다. 다음 작품에서 코믹한 부부로 만나도 재밌을 것 같다.

영화 '보통사람'에서 형사 성진 역을 맡은 배우 손현주. (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 정의를 추구하는 추기자 역의 김상호와는 뜨거운 우애와 배신을 넘나드는 호흡을 펼친다. 실제로 김상호와의 작업은 어땠나?

- 영화 '완득이'에서부터 눈여겨 봤는데 이번에 처음 만났다. 김상호라는 배우는 정석적인 연기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눈동자를 들여다 보면 같은 남자인데도 불구하고 정말 슬프고 아름답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점이 이 배우를 예측 불가능하게 한다.

▶ 장혁은 '손현주' 이름 석자만 믿고 배역도 모른 채로 영화에 참여했다는데 실제로 두 사람이 막역한 사이인가 보다.

- 원래 연락을 자주하면서 친하게 지내는 사이다. 우리 둘이 드라마 '타짜' 했을 때 만났는데 당시 이야기만 하려고 해도 이틀이 걸린다. (웃음) 제작사에서 시나리오를 건네 줬을 때, 내가 한다고 이야기 들으니까 바로 하겠다고 답했다더라. 그냥 참 잘했다고 해줬다. 후배 연기에 대해서 내가 뭐라고 말할 처지는 못된다. 본인이 자리매김 잘해서 최선을 다해줬다.

▶ 영화 속 성진을 보면 처음에는 안기부의 선택을 받고, 연쇄살인사건 조작에 깊게 개입한다. 잠깐의 기쁨 뒤에 너무 잔혹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 그런 성진의 심리는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는가?

- 넘어가지 않아야 하는 그 순간들은 굉장히 두려운 순간이다. 가지 않아야 하는 선을 넘었기 때문에 결국 파탄이 났다. 즐겁고 기분좋은 순간은 순간일 뿐이었던 거다. 성진은 권력을 가진 것 같지만, 그 권력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그 때 이미 넘어간 거다.

▶ 본인이 생각하는 '보통사람' 그리고 '보통의 인생'이란 무엇인가?

- 나는 안기부 차장인 규남까지도 시대에 희생당한 불쌍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참 잔인한 시대였다. 그렇게 보면 '보통사람'에는 선악 구분이 없다. 이런 질문은 참 고민이 된다. 지금 이 시대는 점점 더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지고, 점점 더 외로워지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보통사람'이라는 영화는 그런 점에서 단편적인 모습이지만 그 시대를 풀어내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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