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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구멍가게만 그렸더니 BBC도 찾아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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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미경 (20년동안 '구멍가게'를 그린 화가)

마음슈퍼, 엄마슈퍼, 행복슈퍼, 덕수상회…. 우리 어린 시절에 동네 어귀에서 이런 구멍가게 하나쯤은 꼭 있었죠. 엄마한테 100원 받으면 구멍가게로 쪼르르 달려가서 하루 종일 과자 고르고 사탕 고르고 이랬던 추억 다들 갖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요즘은 편의점에 밀려서 정말 동네 구멍가게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요. 지난 20년 동안 이런 동네 구멍가게만 찾아다니면서 구멍가게 그림을 그려온 화가가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이 구멍가게 그림이 영국 BBC 방송에도 소개가 되면서 화제가 되고 있네요. 오늘 화제 인터뷰 작품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의 작가 이미경 씨 연결을 해 보죠. 이 작가님 안녕하세요?



◆ 이미경>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제가 라디오라서 그림을 보여드릴 수가 없어서요. 그러니까 잠깐 설명을 드리자면 바탕은 하얀 도화지고.

◆ 이미경> 네, 하얀 종이죠.

(사진=블로그 '이미경의 그림이야기')

 

◇ 김현정> 그렇죠. 우리가 기억하는 그 익숙한 동네 구멍가게가 있고 그 앞에는 꼭 나무가 한 그루씩 그려져 있어요, 작가님 그림에는?

◆ 이미경> 예전에는 집을 지을 때 가정집만 아니라 이런 영업하는 집에도 나무를 한 그루씩 심잖아요. 그러면 가게 앞에 이렇게 나무가 커다랗게 자라고 또 그 밑에 평상이 놓여져서 햇빛을 가리면서 그 안에서 쉴 수도 있고요.

◇ 김현정> 동네 사람들 쉬어가는.

◆ 이미경> 네, 나무 덕분에 그렇게 자연스럽게 우리가 알 수 있는 그런 그림들이 그려지는 거죠.

◇ 김현정> 그 앞에 자전거도 한 대 놓여 있고, 자물쇠로 잠가놓지 않아도 누가 가져가지 않아요, 이건.

◆ 이미경> 그럼요. 대신 자전거를 봐주기도하고, 또 아이들도 맡겨놓고 일도 보러 가기도 하고요.

◇ 김현정> 이게 우리 이미경 작가의 동네 구멍가게 그림입니다. 그럼 무려 20년을 구멍가게 그림을 그리셨으면 이거 몇 편이나 그리신 거예요, 몇 개의 구멍가게를?

◆ 이미경> 제가 이번 기회에 제가 새어봤어요. 한 250개 가까이 되더라고요.

◇ 김현정> 아니, 사실은 지금 편의점 시대고 마트 시대고, 어디가? 하면 마트 간다, 시골에 사는 분들도 날 잡아서 마트 가서 장봐요, 이런 분들이 많은 분위기여서 동네 구멍가게 찾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닌데요?

◆ 이미경> 지금은 정말 쉽지 않아요. 제가 10년, 20년 전에는 그냥 찾으려고 하지 않아도 우연히 길을 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게 구멍가게였어요. 그런데 이제 점점... 한 5년 전까지만 해도 좀 됐는데 점점, 작년에 가보니까 전부 다 편의점으로 바뀌었더라고요.

◇ 김현정> 맞아요.

◆ 이미경> 참 힘들어요. 그런 정서를 이제는 우리가 간직한다는 거는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사진=블로그 '이미경의 그림이야기')

 

◇ 김현정> 지금 들으시는 분들이 우리 이 작가님이 어떤 의도로 구멍가게만 찾아다니면서 보물찾기하듯이 그리셨는가, 대충 감은 잡히실 것 같은데 그래도 처음에 어떻게 구멍가게에 꽂히셨는지 어떻게 된 겁니까?

◆ 이미경> 우리 모두 다 어릴 적의 기억은 갖고 있어요. 그리고 구멍가게라는 것이 누군가 마음속에 그 시대를 지나왔던 사람들에게는 다 하나 이상의 에피소드들은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 김현정> 맞아요.

◆ 이미경> 저 또한 그랬어요. 어릴 적에는 시골에서 살았고 그 기억들이 있는데 크면서부터 그 기억이 공부하거나 결혼하고 이러면서 사는 데 바빠서 전혀 잊혀져 있던 것을 제가 시골로 지역으로 내려가면서 그 구멍가게를 보면서 다시 소환된 거예요, 그 기억들이.

그래서 이걸 그림으로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표현하는 방법은 그림이잖아요. 글을 쓰시는 분들은 글을 쓰시겠지만 그래서 그림을 그리게 됐고 그림을 그렸더니 좋았더라. (웃음) 그래서 얘네들이 한 점, 두 점 쌓였고요.

또 좋은 가게들을 만날 때, 두런두런 그 가게의 주인, 어르신들의 사연들을 들으면서 이야기들이 삶의 이야기가 축적되면서 그 숨은 그 가치들이 의미부여가 된 거예요. 계속 이 작업을 이렇게 20년 동안 끌고 갈 수 있었던 힘은 그 안의 이야기, 스토리의 힘이 아니었던가 싶어요.

◇ 김현정> 그러면 그 200여 개의 구멍가게들을 쭉 그리시면서 지금 안의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하셨잖아요. 어떤 가게가 제일 기억에 남으세요. 어떤 스토리, 어떤 구멍가게?

◆ 이미경> 홍천 서면에 가면 서면쪽에 대곡리에 위치한 가게에요. 그런데 갑판은 없어요. 지명이 그래서 대곡리 가게라고 하는데 저도 우연히 길을 돌다가 발견한 가게예요. 정말 옛날 '멸공'이라는 글씨가 남아 있고요. '간첩신고' 이런 거 신고하세요라는 그 팻말이 남아 있을 정도로 되게 오래됐어요. 그런데 제가 갔을 때는 문이 열려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도 안 계시는 거예요, 진짜로. (웃음)

◇ 김현정> 어디 가셨어요, 주인이.

◆ 이미경> 맞은편에서 오시더라고요.

◇ 김현정> (웃음) 어떤 분이셨어요?

대곡상회. (사진=블로그 '이미경의 그림이야기')

 

◆ 이미경> 한 육십 정도 되시는 분 같아요. 젊으시더라고요. 사연을 여쭤봤더니 원래 부모님이 하시던 가게인데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남동생 내외가 불의의 사고로 둘이 같이.

◇ 김현정> 세상을 떠났어요?

◆ 이미경> 네. 그 다음에 어린 조카들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 가게는 덩그러니 있고, 어떻게 할지 몰라서 이분들이 그냥 이쪽으로 내려와서 조카들을 거기서 키우고 남아 있는 거죠.

◇ 김현정> 조카들을 키우면서 이곳에서 구멍가게 일하면서 이렇게 살아가는 부부 이야기가 담겨 있는, 그래서 더 아름다웠던 대곡리 구멍 가게. 예쁘네요. 그래요. 어떤 가게일지 상상이 돼요. 이 작가님도 개인적으로 추억의 구멍가게가 있으세요? 어린 시절 떠올리면?

◆ 이미경> 저는 뽑기를 많이 했어요.

◇ 김현정> 뽑기? (웃음)

◆ 이미경> 네. 뽑기. 그래서 제 책에도 있는데 달고나. 요즘 뽑기가 아니라 달고나라는 뽑기예요.

◇ 김현정> 달고나, 기억하실 거에요.

◆ 이미경> 그런데 그게 무릎이 성할 날이 없어요. 맨날 달고나 연탄에 조그마한 화로에 무릎을 맨날 데여서 제가 물집이, (웃음) 커서도 그 흉터가 화상 자국이 계속 남아 있을 정도로.

◇ 김현정> 맞아요. 그러니까 우리 지금 라디오를 들으시는 청취자들은 그게 어떤 느낌인지 아실 거예요. 감이 잡히실 거에요. 라디오에서 느껴지는 느낌도 비슷하거든요. 아날로그적이고 우리 어린 시절의 추억, 뭔가 애틋한 상상의 나래. 구멍 가게를 보면서도 켜켜이 쌓인 그런 추억들, 우리의 기억들 예쁜 그림들을 떠올리실 거예요.

◆ 이미경> 그럼요. 저도 그래요. 지금 떠올리면서 얘기하는 중이에요.

◇ 김현정> 그래요. 그래요. 아, 따뜻한 아침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리실 거예요?

◆ 이미경> 네, 그럼요. 그런 정서를 또 모든 분들이 공감할 수 있다면 또 소재를 찾아서 계속 작업을 이어나가야죠.

◇ 김현정> 구멍가게 말고도 우리 생활 속에서 잊혀져가는 것들, 사라져가는 추억들 꺼내서 기록으로 남기는 그림으로 남기는 작업들 좀 부탁드릴게요.

◆ 이미경> 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 이미경> 네, 감사했습니다.

◇ 김현정> 구멍가게만을 20년 동안 그려온 작가입니다. 영국 BBC에도 얼마전에 소개가 되면서 화제가 되고 있죠. 이미경 작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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