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마당극 뮤지컬 '판', 사이다 풍자 '쏠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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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판' (사진=유연석 기자)

 

조선시대 이야기꾼의 삶을 다룬 풍자 뮤지컬 '판'이 모습을 공개했다. CJ문화재단이 첫 제작지원을 한 창작 뮤지컬이라 이전부터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23일 언론에 공개된 '판'은 기대 이상이었다. 탄탄한 스토리와 곳곳에 담긴 풍자·해학, 흥겨운 음악까지 뛰어난 완성도를 선보였다.

이 작품은 2015년 11월 크리에이티브마인즈에 선정돼 전문가 멘토링 등 작품개발 과정을 거쳐 2016년 6월 낭독공연으로 발표된 바 있다. 낭독공연 당시 90분 분량이었던 작품은10개월간의 추가 개발기간 동안 완성도를 더해 110분짜리 정식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19세기 말 조선을 배경으로 양반가 자제인 '달수'가 염정소설과 정치풍자에도 능한 최고의 이야기꾼이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신인 정은영 작가는 '달수'가 '호태'를 통해 이야기꾼의 매력에 빠지고 '낭독의 기술'을 전수받는 과정, 낮에는 점잖은 양반가의 도련님으로 밤에는 자유로운 영혼의 이야기꾼으로 변신하는 '달수'의 이중생활을 짜임새 있는 구성과 재치 넘치는 대사로 흥미진진하게 펼쳐냈다.

뮤지컬 '판' (사진=유연석 기자)

 

이 과정에서 현실을 풍자하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조선시대 서민들 사이에서 흉흉한 세상을 풍자하는 패관소설들이 퍼지자, 조정은 돈을 받고 책을 빌려 주는 세책가에 있는 소설들을 모두 거둬 불태우라는 명령을 내린다. 이 모습은 '문화예술계 검열'을 연상시킨다.

또 사또가 퇴임 뒤 살 집(절)을 마련하려 장사치들로부터 후원금을 강제로 걷은 뒤 절을 짓는 모습은, 퇴임 후를 대비해 기업들에 출연을 강요하여 재단을 만드는 현실의 권력자를 떠올리게 한다.

흥을 돋워주는 음악도 인상적이다. 극의 양식은 전통연희를 따르지만, 음악은 서양 뮤지컬을 기본으로 했다. 보사, 탱고 등 서양음악에 제대로 전통음악을 접목시켜, 세련됨과 친금함을 둘 다 잡았다.

뮤지컬 '판' (사진=유연석 기자)

 

무대와 객석이 1m 정도로 가까운 점도 매력이다. 배우들의 흥겨운 노래와 춤사위는 물로 미세한 표정과 호흡소리까지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변정주 연출은 "우리 전통 연희는 기본적으로 객석과 무대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열린 공간이기 때문에, 극장이 가진 건축적 구조를 이용해 빈 무대를 어떻게 입체적으로 활용하느냐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정은영 작가는 관객이 뮤지컬 '판'을 보면서 마음껏 웃기를 바랐다. 그는 "이 작품은 코미디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도 이야기 속에서는 모두 이뤄낼 수 있다. 설령 '판'의 이야기가 허황된 꿈 같은 이야기라도, 보는 시간만큼은 유쾌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윤솔이 작곡하고 김길려가 음악감독을 맡았다. 뮤지컬 배우 김지철, 유제윤, 김대곤, 김지훈, 최유하, 박란주, 윤진영, 임소라, 최영석이 출연한다. 공연은 24일부터 4월 15일까지 대학로 CJ아지트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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