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올바른 국가 시스템을 제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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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할 일은 무엇인가: 새로운 사회, 새로운 세대에 필요한 국가를 말한다'

 

"박근혜 게이트가 터진 것은 어떻게 보면 한국 사회에 축복이다. 모든 문제점이 다 노출되고 더 이상 감출 게 없을 때, 기득권도 더 지킬 게 없어질 때 비로소 새로운 체제로 나아갈 수 있는 전환을 맞게 된다. 그동안 사방이 꽉 막혀 있고, 도무지 달라질 것 같지 않아 절망감만 줬던 이 사회가 어쩌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기회가 생겨난 것이다." _이헌재(p. 49)

'국가가 할 일은 무엇인가'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경제평론가 이원재씨가 국가의 낡은 시스템을 바로잡을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나눈 대담을 엮은 것이다.

이헌재는 '국가의 일'에 대해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사고를 하지 않으면 새로운 미래 동력을 찾기는커녕 다음 세대에 크나큰 재앙을 맞을지도 모른다고 설파한다. 예컨대 특정 산업을 육성하고, 경제를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더 이상 '국가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새로운 산업을 찾아내고, 발전시키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개별 기업과 개인들이 해야 할 일이며, 국가는 이를 위해 공정한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면 된다. 즉, 산업에 대해 국가는 '시장 조성자'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원재 역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과거에는 국가가 기업을 육성하고 보호하는 데 앞장서며 '대표선수(예컨대 오늘날 기득권 세력이 된 재벌 기업들)를 밀어줘 국부를 키운다'는 프레임에 머물러 있었다면, 이제부터는 다양한 복지정책 등을 통해 좀 더 적극적으로 국민을 보호함으로써 개개인에게 힘을 더 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새로운 기업이 태어나고 낡은 기업이 사라지는 생태계의 활발한 순환 속에서 개개인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성장하며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강조한다.

그동안 국가는 국민 개개인의 이익은 무시한 채 몇몇 산업과 기업의 성장만을 중시해온 게 사실이다. 한마디로 어떤 국민에게는 국가가 부재(不在)했던 것이다. 이 책은 이제라도 국가의 에너지를 올바른 방향으로 쓰기 위해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헌법 제34조)라는 헌법정신으로 다시 돌아가서 '국가의 역할'을 제대로 묻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세계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립된 개인들이 무한 경쟁하는 사회는 행복하지도 않고, 더 이상 경쟁력도 없다. 자유롭게 연결되어 있고 서로 협력하는 개인들, 상처 입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갖춘 개인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한국 사회는 너무 오랫동안 국부를 키우고 나라를 지키는 데만 에너지를 쏟았다. 이제, 그 에너지의 방향을 바꿀 때가 됐다."
_이원재 (p. 9)

두 대담자는 기득권으로 꽉 막힌 사회를 과감하게 뚫고, 낡고 오래된 ‘60년대 체제’(박정희 시대의 렌트 배분, 재벌 위주 성장 등)를 확 털어내면서 공정하고 균형 잡힌 국가 시스템을 만드는 방안에 대해 세 장에 걸쳐 제시한다.

먼저 1장에서는 공정한 사회가 되기 위해 국가가 되찾아야 할 제 역할을 살펴보고, 국가를 변화시킬 담대한 해법, 이른바 어떻게 낡은 체제를 털어버리고, 오랜 장애물들을 걷어내고, 실제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2016~2017년에 걸쳐 우리가 자주 들은 “이게 나라냐”라는 분노의 외침을 절망에서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국가의 역할’을 제대로 정의해야 한다.

2장에서는 이러한 해법이 각 정책 분야(주거, 교육, 소득, 일자리, 통일 등)에서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원칙이 아무리 분명해도 실제 상황에 적용하려면 이런저런 혼란이 생기게 마련이다. 구체적 사례를 통해 우리 삶의 각 부문들이 어떻게 바뀌어나가는지를 하나하나 살펴봄으로써 지금 대한민국에 시급한 변화의 시도를 이야기한다.

마지막 3장에서는 이 원칙들이 실제로 우리 사회에 적용되기 위해 필요한 리더십과 시스템에 관해 다루었다. 아무리 좋은 제안이 있어도 그것이 제안에만 그친다면 현실은 변하는 게 없다. 변화를 주도할 리더십이 없다면, 그리고 재원 마련 방법과 같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면 말잔치로만 끝날 뿐이다. 리더십의 조건과 함께 시민이 직접 변화의 모델을 만드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그런 시민이 많아지려면 어떤 사회, 어떤 시스템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이 책은 앞으로 우리가 새로운 정부를 맞게 된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국가를 바꿔야 할지, 어떻게 바꿔야 진짜로 이 사회가 바뀔지,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읽힐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으로

이헌재: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것이 시대정신이라면 그렇게 하면 됩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에 대한 근거는 우리 헌법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어요. 국가의 역할에 대해 헌법 119조에서 '국가는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라고 돼 있지 않습니까? 소득 정책을 쓰라는 것입니다.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라는 것이고,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하라는 것입니다. 그동안 정부가 나서서 산업을 키우고, 기업을 키워서 그 결과로 국민들이 잘 살도록 하는 방법을 취했는데, 그 방법을 유지하는 것보다 국민들에게 돈으로 나눠주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면 그렇게 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 방식애야 기본소득 제도가 되든 근로장려금이 되든 연구해보면 됩니다.-64~65쪽

이헌재 (대담) , 이원재 (대담), 황세원 글 | 메디치미디어 | 172쪽 | 1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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