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현지시간으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금리인상 결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미국 연방준비제도 Flicker)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이 금리를 올리자 가계부채 폭발이나 금융위기 등 긴축에 따른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양적완화 중단에서 시작해 2차례의 금리인상이 단행할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이다.
물론 장기간 지속된 초유의 초저금리 시대가 끝나는 만큼 긴축의 고통이 클 수 있고, 저금리로 인해 사회 구석구석 스며있는 거품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위험도 잠재해 있다.
그러나 당국자들은 과도한 불안감이나 위기감을 가질 필요는 없으며 우리 경제에 득이 되지도 않는다고 지적한다.
◇ 가계부채= 가계부채는 양적인 면에서 우려할 만큼 빠르게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금리가 오른다고 해서 금융시스템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가계 대출의 70%가 주택담보대출이고, 부채의 대부분이 소득 상위 40% 이상에 몰려 있다. 담보나 상환능력 면에서 양호하기 때문에 웬만한 충격이 와도 금융시스템 위기로 이어질 개연성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다만 금리 상승으로 인해 한계가구들의 도산과 신용불량자 양산은 심각한 문제이고, 정부가 미리 대책을 세워야한다.
또한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원리금 상환부담으로 소비 여력이 감소하는 등 거시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도 문제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가계부채가 금융시스템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가계부채는 안고가야 할 짐이라는 인식을 갖고 금리인상을 무조건 부담스러워하기 보다는 경기가 좋아져서 소득이 증가고, 금리가 오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 자본유출= 미국이 예상대로 올해 두 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리면 1.25%~1.50%가 되면서 우리나라가 현행 연 1.25%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미국의 금리상단이 우리보다 0.25%포인트 더 높아진다. 미국이 예상대로 6월과 9월 금리를 올린다면 이르면 9월에 한미 간 금리역전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금리가 역전이 돼도 외국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우리 경제의 체력이 튼튼해진 만큼 국내 금융자산도 상당 수준 안전자산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일본 중앙은행은 16일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유럽중앙은행인 ECB를 비롯해 다른 주요 국가들도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할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다른 나라가 저금리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전 세계 돈이 미국에만 몰릴 수 없는 이상 한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다. 일본과 ECB의 완화적 기조유지가 미국의 금리인상 충격을 완충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된 시기가 있었지만 자본의 유출은 없었다. 지난달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금통위원도 한미 간 금리가 역전돼도 자본유출의 급격한 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리나라가 순자산국이란 점도 과거와 많이 달라진 점이다. 설령 자본유출이 일어나더라도 해외자산을 가져올 수 있어 방어막이 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자료사진)
◇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지난달까지만 해도 해외투자은행들을 중심으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 내릴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금융시장에서도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이 많았다. 그만큼 한은의 통화정책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현재로서는 미국이 예상대로 올해 두 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동안 이주열 한은 총재는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면서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우리나라도 기계적으로 금리를 올리지는 않는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린 16일 장병화 부총재는 같은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금리를 올리게 되더라도 시기와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하면 시기의 문제일 뿐 한은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경제 상황에 맞춰 금리인상의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긴축 충격에 대비할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 4월 위기설=
각종 불확실성이 겹칠 때면 예외 없이 위기설이 나온다. 지난 2015년 말 미국이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첫 금리인상을 시작으로 금리가 오를 때 마다 예외없이 위기설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3월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자 4월 위기설이 부상했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사드 보복,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우조선의 회사채 만기,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등의 악재가 겹쳐 우리 경제가 위기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자들은 한마디로 실체가 없다고 말한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은 가능성이 낮고, 유동성 부족에 따른 회사채 문제도 미국이 금리를 인상해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는 만큼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
사드배치문제로 중국과의 경제 갈등이 악화되고 있지만 우리 경제를 위기로 몰아갈 정도는 아니라는 게 당국의 평가다.
금융당국 고위인사는 “지난 수십 년 간 위기가 아닌 적이 있었냐?”고 반문하면서 “실제 위기가 발생한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위기를 우려할 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돼온 비정상적인 초저금리 시대가 서서히 끝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긴축에 들어가면 경제주체들은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특히 국내 경기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면 긴축 고통은 훨씬 더 커진다.
따라서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는 것과 함께 한계가구 도산, 신용불량자 양산 등 금리인상으로 야기될 사회 경제적 충격에 미리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