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자의날에 방송되는 소비자고발프로그램 '3.15 완후이(晩會)' (사진=CCTV홈페이지)
사드 보복의 분수령이 될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이 밝았다.
사드 부지 제공으로 보복의 표적이 돼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롯데는 숨을 죽이고 있다. 이날 밤 관영방송 CCTV에서 '3.15 완후이(晩會)'가 방송되기 때문이다.
완후이는 1억명 이상이 시청하는 소비자고발프로그램이다. 매출, 시장점유율 등에 엄청난 영향을 미쳐 글로벌기업에게는 저승사자와 같다. 그동안 애플, 폭스바겐, 맥도날드, 까르푸, 니콘, 금호타이어 등이 곤욕을 치렀다.
◇ 소비자고발 '완후이', 반한 감정에 기름 붓나
롯데는 완후이가 불붙은 반(反)롯데 감정에 기름까지 붓지는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롯데는 불매운동 확산에다 롯데마트 점포 절반 이상의 영업정지 등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 여기에 완후이에서 다뤄질 경우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롯데의 완후이 방송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CCTV는 대상기업을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
롯데 관계자는 "현재까지 현지 사업장에서 방송 관련 징후는 포착되고 있지 않다"면서도 "완후이는 몰래카메라 등을 이용한 잠입취재로 진행돼 사전 인지가 힘든 만큼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만신창이가 된 롯데 대신 다른 한국 기업이 제물이 될 수도 있다.
이날은 중국 정부의 한국관광 상품 판매 전면 금지 조치가 발동되는 날이기도 하다. 지난 11일에는 크루즈선을 타고 제주에 도착한 중국인 단체관광객 3400여 명이 하선을 거부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 中, 朴탄핵 이후 수위조절…심판일 아닌 전환점? 다행히 중국 정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 이후 수위 조절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 10일 파면 이후 중국 공안당국은 그동안 방치해온 반롯데‧반한 집회를 통제하고 나섰다. 불매운동을 부추기고 외과수술식 군사적 타격까지 주장했던 관영언론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반드시 도리를 지키고 절제가 있어야 한다"며 "한국과 한국인에게 모욕적인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입장을 바꿨다.
한국관광 제한 조치와 관련해서도 "한국관광은 개인의 자유 의지에 속하는 문제"라며 한 발 물러섰다.
이는 박 전 대통령 파면으로 차기 한국 대통령 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일단 숨을 고르며 차기 정부와의 협상을 준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등 야권의 유력 후보들이 사드 문제를 차기 정부에서 대화로 풀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완후이를 통해 보복에 계속 불을 당길 경우 한국 내에 반중 감정이 확산돼 협상 자체가 원천 차단될 수 있고 이는 중국으로서도 큰 부담이다. 자칫 한반도 안보상황이 한국·미국·일본과 중국·북한간 극한 대치로 치닫는 상황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때마침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부터 4박5일 일정으로 한·중·일 3국을 방문한다. 틸러슨 장관은 다음달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왕이 외교부장을 만나 사드 배치 필요성에 대한 이해를 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전문가인 백두원 8차이나 대표는 "탄핵 이후 새로운 국면이 기대되는 만큼 중국 정부는 당분간 보복 카드를 접어놓고 외교적인 사태 해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회담이 사드 문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완후이 주제도 '网络诚信 消费无忧(인터넷 신용을 높여 소비자 걱정을 없애자)'로 일단 인터넷기업을 주타겟으로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