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드림을 품고 한국 땅을 밟은 30대 몽골인 여성 A 씨는 현재 전치 6주의 상해 진단을 받고 병실에 누워 있는 신세다.
생계를 위해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던 중 자신을 강간하려는 조직폭력원 B 씨에게 저항하다가 눈 주변 뼈와 늑골이 골절돼서다.
A 씨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법무사 사무실에서 멀쩡히 일하는 회사원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노래방 도우미를 할 것이란 생각은 상상조차 못했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까지 마친 그는 '기회의 나라'에서 취업까지 했으니 일만 열심히 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회사에서도 '똑소리'로 통하는 재원이었고 그의 고용주도 A 씨를 아꼈다.
하지만 취업비자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비자가 만료되자 A 씨는 3년간 몸담았던 직장을 그만둬야했다.
취업비자를 영주자격을 신청할 수 있는 비자로 변경하려면, 4년 이상 취업한 상태에서 2000만 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야한다.
꿈을 위해 한국에서 수 년을 노력했지만, A 씨에게 2000만 원 이상의 자산을 모으는 일은 쉽지 않았다.
A 씨는 할 수 없이 관광비자를 대신 발급 받은 뒤 코리안드림을 이어나가고자 했다. 불법체류자 신분만은 간신히 면한 만큼 다시 일어서려고 발버둥쳤다.
고심 끝에 노래방 도우미 일을 하기로 마음먹은 A 씨는 잠시만 하는 일일 뿐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생계 걱정을 면한 게 어디냐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노래방에 나간 지 두 번째 되는 날, 변을 당하고 말았다. 소중히 간직했던 코리안드림이 깨지던 순간이었다.
서울 도봉경찰서 등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28일 오전 4시쯤 도봉구의 한 상가 지하 노래방에서 동네 조직폭력원 B 씨에게 목이 졸리고 얼굴과 몸을 수차례 맞았다.
B 씨는 자신의 겁탈 시도에 A 씨가 소리를 지르며 반항하자 얼굴 뼈가 골절될 정도로 그를 때렸다.
충격을 받은 A 씨는 경찰에 강간상해 피해자보호지원을 요청했다.
'이주민과함께'의 이한숙 연구소장은 "전문 인력이라 하더라도 취업비자가 만료되면 체류자격과 일자리를 잃어 고국으로 돌아가는 사례가 흔히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입장에서도 경력자를 잃게 돼 서로 손해다"라며 관련 제도의 문제를 지적했다.
경찰은 평소 관리대상자였던 피의자 B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현재 그의 행방을 쫒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