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불륜 사이…홍상수-김민희 고백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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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왼쪽)과 배우 김민희가 13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감독 홍상수)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인정하는 첫 마디였다. 취재진들과 영화 관계자들로 빽빽한 객석에서는 정적이 깨지고 작게 탄성이 흘러나왔다.

9개월 만의 침묵을 깨뜨린 진실은 허망할 정도로 간단했다. 불과 몇 초도 되지 않는 사이에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는 공식적으로 사랑하는 사이가 됐다. 홍상수 감독이 이혼하지 않는 이상, 두 사람의 관계는 여전히 '불륜' 꼬리표를 뗄 수 없음에도.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기자간담회를 갖겠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부터 이 같은 상황은 어느 정도 짐작되는 바였다. 두 사람은 이미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부터 커플링을 착용하고 등장해, 시종일관 연인처럼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세상에 더 이상 관계를 숨기지 않겠다는 의지가 내비쳤다. 그리고 예상대로, 오는 23일 영화 개봉에 맞춰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영광과 추문은 끊임없이 교차했다. 유부남 감독과 사랑에 빠진 배우가 독일과 강릉을 오가며 사랑의 아픔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 어딜 봐도 자전적일 수밖에 없는 이 영화로 김민희는 한국 배우 최초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결과는 씁쓸했다. 홍상수 감독과의 관계에 대한 비난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영화는 작품성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 배우 최초'라는 수식어 역시 '불륜설' 그림자에 가렸다.

두 사람은 '사랑'과 함께 '책임'을 이야기했다. 앞으로 이에 대한 대중의 어떤 비난도 달게 받겠다는 것이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13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구성했다.

▶ 베를린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축하드린다. 기자간담회에 앞서 그간 계속 두 사람 관계에 대한 언론 보도가 있어왔는데 아무런 해명도 없었다.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이 먼저 있었으면 한다.

- 홍상수 감독(이하 홍)> 처음에는 개인적인 일이라 이런 이야기를 해야 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후에는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길래 더 이상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보도들 때문에 좀 불편한 게 있었다. 외국에서는 만나는데, 한국에서 (김민희와) 만나지 않는 것도 이상했다. 정상적으로 영화를 만들었으니 기자들과 만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인 부분은 저희가 책임져야 되는 부분이고, 그냥 영화 만들었으니까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 김민희(이하 김)> 저희는 만남을 귀하게 여기고 믿고 있다. 진심을 다해서 만나고 사랑하고 있다. 저에게 다가올 상황이나, 놓여질 상황 모든 것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

▶ 영화를 보면 영희의 지인이 영희와 감독의 사랑을 세상이 비난하는 것을 비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게 국민 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 김민희와의 관계를 비난한 이들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 홍> 일반 국민이라는 표현이 조심스럽지 않나 싶다. 저의 경우 보도들이 있었고, 실시간 검색어를 많이 찾아보고 읽어봤다. 사람이 처지에 따라 또 개인적인 성격에 따라 어떤 사안에 대해 의견이 다 다르다. 그런 것들로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김민희 주위와 내 주위 사람들 반응은 전혀 또 달랐다. 너무 다른 사람들이 모여사는 세상이고 당연히 어떤 사안에 대해 다른 의견과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구체적으로 피해를 준다거나 법에 저촉된 행위가 아니라면 동의할 수는 없고, 싫어도 존중하려고 한다. 저 또한 남들에게 똑같이 그런 대우를 받고 싶다.

▶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배우로서는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소감이 궁금하다.

- 김> 함께 작업한 모든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보람이 되어서 좋다. 영화로만 관심과 집중을 받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영화가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는 순간, 그런 평들이 쏟아져 나오는 게 기뻤다.

▶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앞으로 상업영화보다는 예술영화에 참여하겠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계속 홍상수 감독의 '뮤즈'로만 활동할 것인지, 아니면 상업 영화에도 참여할 생각이 있는 건지 궁금하다.

- 김> 나는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두지 않는다. 지금 제게 주어진 작업에 굉장히 만족한다. 내가 연기를 할 때 그 과정에만 몰두를 하고, 그걸로 모든 게 채워지길 바란다. 홍상수 감독과 작업하는 일은 너무 귀하다.

▶ 유부남 감독과 사랑에 빠진 여배우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감독 본인의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평을 듣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실제로 대사에서 감독이 영희에게 "넌 너무 아깝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홍상수 감독 본인의 경험을 재현한 대사인가?

- 홍> 내가 영화를 만드는 방식을 소설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다. 가능한 개인적으로 뭔가 알고 있는 디테일을 사용한다. 그걸 모아서 전체를 꾸미는 의도가 내 삶의 부분을 재현하려는 자전적인 요소는 아니다. 디테일을 개인적으로 쓰는 건, 그걸 써야 다른 것들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저와 관계가 없고, 거리가 먼, 상업적인 필요에 의해 선택된 디테일이 있다. 그걸 건드릴 때 제 안에서 일어나는 게 있고, 개인적 디테일은 또 다른 것 같다. 저는 자전적인 영화가 불가능하다고 본다. 해석하거나 들어갈 때 미화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고, 그런 작업은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렇지만 오해할 수도 있고, 그렇게 받아들인다고 해도 상관은 없다. 어떤 디테일이 가까울 때 제 속에서 촉발되는 게 있는데 제 개인의 삶을 재현하거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느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방향이 거기 담겨 있다. 마음대로 조작할 수 없는 가까운 디테일이 주는, 저로 하여금 진실해야 한다는 무게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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