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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 맞은 '낭만가객' 최백호, 여전히 뜨거운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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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감회 현장]

가수 최백호가 9일 오후 서울 아현동 마포문화원 뮤지스땅스에서 데뷔 40년 기념앨범 ‘불혹’ 발매 음악 감상회를 갖고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40년이면 강산이 네 번이나 바뀔 만큼 긴 시간이다. 나이로 치면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됐음을 의미하는 '불혹(不惑)'이다.

1977년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로 데뷔해 '입영 전야', '영일만 친구', '낭만에 대하여' 등의 곡으로 사랑받은 최백호(67)는 올해로 가수 인생 '불혹'을 맞았다.

최백호는 그간 쌓은 연륜과 경험을 오는 23일 발매하는 40주년 기념 앨범 '불혹'에 녹였다. 애초 지난달 발매 예정이었으나 보다 높은 완성도를 위해 발매 시기를 한 달 가량 미뤘을 정도로 애정을 듬뿍 쏟았다.

 

최백호는 9일 오후 4시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있는 뮤지스땅스에서 열린 40주년 앨범 발매 기념 음감회를 열었다. 취재진 앞에선 그는 "그간 앨범을 20장 냈는데, 15장이 실패해고, 5장이 그나마 알려졌다"며 "앨범을 내고 이런 자리(음감회)가 처음이라 어색하다"며 멋쩍게 웃었다.

총 12트랙이 담긴 이번 앨범은 신곡과 리메이크곡이 적절히 섞였다. 최백호는 이날 다시 부른 자신의 대표곡 '낭만에 대하여', 더블 타이틀 곡 중 한 곡인 '바다 끝', 애착이 많은 곡이라는 '하루 종일', 주현미와 함께 부른 '풍경' 등 4곡을 들려줬다.

그는 "사랑 이야기를 부르기엔 어색한 나이가 됐다"며 "나이 든 남자의 소회를 주제로 한 곡들로 앨범을 채웠다"고 전반적인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번 앨범은 지난 2013년 발표한 곡인 '부산에 가면'을 통해 인연을 맺은 가수 겸 프로듀서 에코브릿지가 프로듀싱을 맡았다.

최백호는 "에코브릿지는 묘한 감성이 있는 뮤지션이다.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 있다. 우리가 지금껏 들어온 가요 형태와는 다른 느낌"이라며 후배에게 40주년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긴 이유를 설명했다. "덕분에 신구 조화를 잘 된 앨범이 나올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함께 자리한 에코브릿지는 "최백호 선생님만의 이야기가 아닌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을 만한 곡들로 앨범을 구성했다.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레코딩과 포스트 작업을 할 때 건드릴 게 없더라. 건드리는 순간 선생님 특유의 느낌이 사라졌다"며 "선생님과의 작업은 굉장히 신선한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최백호는 "에코브릿지가 올해 마흔이다. 제가 가수를 시작하던 해에 태어났더라"며 "묘한 인연이다. 그와 같이 음악 하려고 40년을 기다린 것 같기도 하다"며 미소 지었다.

가수 최백호(오른쪽)와 에코브릿지가 9일 오후 서울 아현동 마포문화원 뮤지스땅스에서 데뷔 40년 기념앨범 ‘불혹’ 발매 음악 감상회를 갖고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이번 앨범에는 에코브릿지 뿐만 아니라 세대를 초월한 다양한 피처링진이 참여했다. 데뷔 40주년을 맞이한 최백호의 음악적 발자취를 기념하기 위해 주현미, 뮤지컬 배우 박은태, 어반자카파 조현아가 참여했으며, 앨범 재킷 디자인 및 비주얼 디렉팅은 나얼이 맡았다.

최백호는 여러 후배들과 협업한 소감을 묻자 "처음에는 적응하기 굉장히 어려웠다. 앞서 아이유와 '아이야 나랑 걷자'라는 곡을 함께했을 때와는 또 달랐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얻은 게 많다. 신선한 충격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너무 좋았다"며 "분명, 다음에 만들 앨범에 묻어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도 리메이크 버전으로 실렸지만, 최백호의 대표곡은 단연 '낭만에 대하여'다. 이 곡은 발표 후 1년 반 가량이 지나서야 빛을 봤다. 김수현 작가가 우연히 라디오에서 노래를 듣고 반해 자신의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1996)에 삽입한 게 계기였다.

히트곡을 보유한 덕분에 최백호는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앨범을 내고 가수 생활을 이어올 수 있었다. 그는 "못 믿으시겠지만, 가수로서 더 큰 욕심은 없다. 제가 가진 능력보다 더 성공했다는 생각"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좋은 길만 걸어오지 않았다. 술집에서 노래하는 치욕적인 순간도 있었다"며 "하지만, 그 덕분에 항상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여전히 뜨거운 음악 열정을 유지 중인 최백호는 지난 2011년부터 (사)한국음악발전소 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그는 음감회 말미 인디 뮤지션들에 대한 관심을 당부하며 "나이가 든 저에겐 이제 내리막만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두렵지 않다. 후배들에게 꾸준히 음악만 바라보고 가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격려의 말을 남겼다.

한편, 최백호는 앨범 발매와 함께 오는 11~12일 양일간 LG아트센터에서 데뷔 40주년 기념 콘서트를 개최하고 활발한 음악 활동을 이어간다.

 

■ 최백호 '불혹' 트랙리스트
1.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2. '바다 끝'
3. '새들처럼' (Feat. 박은태)
4. '그리움은 사랑이 아니더이다'
5. '위로'
6. '조용한 날들'
7. '풍경' (Feat. 주현미)
8. '하루 종일'
9. '눈물샘'
10. '지나간다 (Feat. 조현아 of 어반자카파)
11. '오랜 빛'
12. '낭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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