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서울라운드’ 한국과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0대5 로 네덜란드에 패한 한국 대표팀이 고개숙인채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는 모습. (사진=황진환 기자)
한국 야구대표팀이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국은 대회 우승을 목표로 내걸고 힘차게 닻을 올렸지만 결승 무대는 커녕 2라운드 진출조차 이뤄내지 못했다.
개막전부터 좋지 못했다. 한국은 지난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개막전에서 복병 이스라엘에 1-2로 패했다. 선발 장원준을 포함해 투수 8명을 투입하는 초강수를 두며 승리를 노렸지만 연장 접전 끝에 무릎 꿇었다.
다음날 열린 네덜란드전 결과도 참담했다. 선발 우규민이 흔들렸고 타선은 터지지 않았다. 결국 0-5로 두 번째 패배를 떠안았다. 2라운드 진출 희망이 사라져갔다.
희박했지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8일 경기에서 대만(1패)이 네덜란드(1승)를 잡고 9일 이스라엘(2승)이 네덜란드를 제압한다면 한국에도 살아날 기회가 찾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바람은 산산이 부서졌다. 네덜란드는 대만을 6-5으로 제압했다. 대만에 네덜란드는 벅찬 상대였다.
한국은 역대 최악의 성적으로 WBC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2006년 제1회 대회 당시에는 4강 성적을 기록했다. 6연승으로 준결승 무대까지 안착했다. 2009년에는 결승까지 올랐지만 연장 접전 끝에 일본에 3-5로 패해 준우승을 기록했다.
2013년에는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대만, 네덜란드 등과 함께 2승1패를 기록했지만 득실에 밀려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그리고 올해 또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그래도 지난 대회 때는 2승이나 챙겼다. 하지만 한국은 벌써 2패를 떠안았다. 9일 열릴 대만전 역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자칫하다간 3패로 대회를 마칠 수도 있다.
안방에서 열린 대회에서 역대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한국. 도대체 어디서부터 꼬이기 시작했을까?
◇ 줄부상에 선수단 구성부터 '삐끗'
WBC 한국대표팀 김인식 감독이 7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서울라운드’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패색이 깉어지자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 (사진=황진환 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해 9월 김인식 기술위원장을 WBC 감독으로 선임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김인식 감독은 2006년과 2009년 한국을 이끌고 훌륭한 성적을 거뒀다. 특히 2015년에는 한국을 프리미어12 정상에 올려놔 '국민 감독'이라는 칭호까지 얻었다. KBO는 이런 경험이 대표팀에 큰 도움이 될 것 이라 판단했다.
김 감독은 선임 당시 "철저히 준비해서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선수 구성 단계부터 암초에 부딪혔다. 부상으로 인해 소속팀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류현진을 제외한 나머지 코리안리거를 명단에 포함했지만 부상과 팀 적응, 그리고 불미스런 사건으로 인해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을 얻었지만 타선에 힘을 실어줄 추신수, 박병호, 강정호, 김현수 등은 끝내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을 수 없었다.
국내파 선수들 역시 부상에 신음했다. 좌완 에이스 김광현과 베테랑 2루수 정근우, '안방마님' 강민호 등이 수술과 부상을 이유로 낙마했다. 대체선수로 최종 명단 28명을 꾸렸지만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준비 과정도 녹록치 않았다. 특히 투수들의 구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임창용, 이대은, 임정우의 상태는 유독 심각했다. 결국 임정우는 전지훈련 도중 임창민으로 교체되기도 했다. 이대은은 대회 개막까지도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했고 이스라엘 네덜란드전에 등판조차 하지 못했다.
◇ 중심타선의 침묵…해결사 없던 김인식호
WBC 한국대표팀 김태균이 7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서울라운드’ 네덜란드와의 경기 4회초 타격 후 타구를 확인한 후 아쉬워하고 있는 모습. (사진=황진환 기자)
중심 타선의 부진 역시 탈락 요인 중 하나다. 김 감독은 김태균-최형우-이대호를 중심타선에 배치하고 대회를 준비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지난해 KBO리그 타율(0.376)-타점(144)-안타(195) 1위에 올랐던 최형우는 평가전과 연습경기를 포함해 총 7경기를 소화했지만 타율 0.091(22타수 2안타) 2사사구 1타점에 그쳤다.
이대호도 3차례의 평가전에서 9타수 1안타로 부진했다. 그나마 상무-경찰청과 치른 연습경기에서 2경기 연속 2루타를 쳐냈다는 것이 위안거리였다. 김태균은 그나마 나았다. 평가전에서 타율 0.500(8타수 4안타) 5타점 5볼넷으로 김 감독의 걱정을 덜어줬다.
김 감독은 최형우를 결국 개막전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대표팀의 3, 4번 타자는 김태균과 이대호가 나섰고 5번 타자로는 손아섭이 출전했다.
하지만 기대한 모습은 본 경기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김태균은 3타수 무안타, 이대호는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네덜란드전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김태균은 4타수 무안타, 이대호는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중심타선이 두 경기에서 기록한 성적은 16타수 1안타다.
최형우는 네덜란드전 패색이 짙던 9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대타로 나와 대회 첫 출전을 기록했다. 3루 앞 땅볼을 때렸지만 1루로 전력 질주해 내야안타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득점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한국은 두 경기를 치르면서 단 1점을 뽑는 데 그쳤다. 야구는 점수는 내서 이기는 경기다. 점수를 뽑아내지 못하니 이길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일찌감치 대회 탈락을 당한 한국. 과연 대만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