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21일 '강남역 살인사건'을 추모하는 포스트잇이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을 가득 메우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세상은 달라지고 있다. 일상 속에 스며든 페미니즘은 더는 사회에서 간과할 수 없는 주요 이슈가 되었다. …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멀다."녹색당 여성특별위원회는 8일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논평 '오늘도 여성은 투쟁하고 있다'를 통해 여성들이 더욱더 격렬하게 목소리를 함께 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위원회는 "2016년은 페미니즘이 화두에 오른 한 해였다"고 운을 뗐다.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이후 많은 여성이 연대했고 여성 혐오를 말하는 다양한 공론화 자리도 만들어졌다. 여성들은 더는 참지 않고 당면한 폭력을, 당연한 권리를 함께 말하기 시작했다. 낙태죄 폐지를 위한 검은 시위, 세계 여성 공동 행진, 문화계 성폭력 고발 등 다양한 자리에서 여성들의 연대가 빛을 발하며 ‘성평등한 미래’로 변화 가능성이 엿보였다."
이어 "세상은 달라지고 있다"며 "일상 속에 스며든 페미니즘은 더는 사회에서 간과할 수 없는 주요 이슈가 되었다"고 진단했다.
"몇 백여 권의 페미니즘 서적들이 출판되고 페미니즘 강연 수요가 넘치는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주요 대권 주자들은 앞다투어 페미니스트가 되겠다고 선언하며 여성을 위한 정책을 내놓겠다고 말한다."
위원회는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멀다"며 여전히 취약한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을 지적하며 "더욱더 격렬하게 목소리를 함께 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작년 말, 전 행정자치부가 공개한 '대한민국 출산지도'에는 가임기 여성 수가 표시되어 있어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 탄핵당한 대통령이 '여성'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벗겨 놓고 조롱했던 '더러운 잠'과 입에 차마 담기도 어려웠던 성적인 모욕들, 끊임없이 일어나는 여성혐오 사건들은 이 땅에서 성평등한 정치를 꿈꾸는 페미니스트들이 발 디딜 곳을 잃게 했다. '생명 잉태를 위한 공공재로서 생리대를 무상지급'해야 한다는 말을 당당히 내뱉고, '여성이며 동성애자인 나의 인권은 둘로 나뉘는 것'이냐는 물음에 '나중에'라 답하는 자칭 '페미니스트 대통령 후보들'을 마주해야 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더욱더 격렬하게 목소리를 함께 내야 한다."
위원회는 끝으로 "여성의 역사는 지난한 투쟁들로 엮어졌다. 1908년 3월 8일, 광장에 모인 여성 노동자들이 '빵과 장미'를 달라며, 생존과 권리를 요구하던 그때로부터 109년이 지났다"며 "그동안 여성들은 모두가 의심했던 당연한 권리들을 연대와 투쟁으로 쟁취해 왔다. 우리는 앞으로도 지워진 수많은 권리를 얻기 위해, 배제와 차별이 없는 새로운 사회를 위해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