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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몸' 계란, '미끼상품' 전락…유통시장에 무슨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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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후려치기로 계란 시장가격 왜곡, 미국산 신선란 수입금지로 가격 불안 부채질

(사진=자료사진)

 

NOCUTBIZ
국내 계란 유통시장이 점입가경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계란이 산지 공급 물량 감소로 품귀현상을 빚었지만 불과 한 달 만에 대형 할인매장과 동네 마트의 미끼 상품으로 전락했다.

그동안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대에 묶였던 계란이 시장에 정상 출하되고 외국산 가공란 수입이 이어지면서 계란수급에 다소 숨통이 트이자, 소매업체들이 또 다시 갑질 횡포를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 인해 계란 중간상인들은 산지에서 비싼 가격에 계란을 구입해 울며 겨자 먹기로 손해 보고 납품하는 등 계란 유통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AI 발생으로 6일부터 미국산 신선란과 병아리 수입이 금지되면서 국내 계란 유통시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 대형 할인매장, 동네마트… 계란 기획상품전 10~45% 할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계란(특란 30개) 소비자가격은 평균 7311원으로, 지난달 같은 기간의 8596원에 비해 한 달 만에 14.9%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같은 기간 계란 산지가격도 5937원에서 5070원으로 14.6% 떨어졌다.

이처럼 계란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지난 1월 계란 값 폭등 이후 소비가 둔화된 데다, AI 방역대에 묶였던 계란이 출하되면서 어느 정도 수급이 안정을 되찾고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계란 소비자 가격이 산지 가격과 연동해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시장이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는 통계 가격일 뿐이고 실제로 대형 할인매장과 동네 마트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국계란유통협회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오는 9일까지 실시하는 기획전을 통해 계란 30개 한 판에 5900원 대에 판매하고 있다.

특히 일부 동네 마트의 경우는 봄철 기획 할인행사를 통해 4000~4500원까지 팔고 있다.

평균 소비자가격과 비교하면 대형마트는 10~25%, 동네 마트는 40~45%나 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가격대가 어떻게 해서 가능한 것일까?

 

◇ 계란, 일반 상품 매출 증대를 위한 미끼상품 전락

국내 대형 할인매장과 동네 마트들은 이번 AI가 발생하기 이전에 수시로 할인 기획전을 하면서 계란 납품가격을 최대한 낮추는 이른바 '후려치기'를 해 왔다.

계란 중간상인들은 평소 거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갑'의 이런 부당한 요구에도 어쩔 수 없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납품할 수밖에 없는 '을'이 돼야 했다.

계란 중간 상인인 박철영(57세) 대표는 "이번 홈플러스 기획전에 중간상인들이 30개 한 판에 5400원씩 납품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산지에서 5천원씩 구입해서 5400원에 넘겼기 때문에 겉으로는 400원의 마진을 본 것 같지만 실제로 운송비와 인건비, 포장비 등으로 600원이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에 결국 200원씩 손해를 본 것"이라고 전했다.

박 대표는 "동네마트의 경우는 먼저 할인행사 전단지를 돌리고 나서 납품상인에게 가격을 맞추라고 강요하는 게 통상적인 관행"이라며 "계란 한 판 소비자가격 4000원을 맞추기 위해선 3700원에 납품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까지 계산하면 계란 한 판당 1900원씩 밑지고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1월 달에 계란 파동이 나면서 계란이 귀한 몸이 됐지만 채 한 달도 못가서 다시 호객행위용 미끼 상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박 대표는 특히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형마트에서 기획전을 통해서 싼 가격의 계란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을 것 같이 생각되지만 납품가격을 맞추기 위해 저품질의 계란이 유통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산 흰색 계란 (사진=정재훈 기자/자료사진)

 

◇ 미국산 신선란 수입 금지…제2의 가격 파동 오나?

농림축산식품부는 미국 동부의 테네시주 소재 종계농장(7만4천마리 사육)에서 H7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다고 6일부터 미국산 신선란과 병아리 수입이 전면 금지됐다고 밝혔다. 이는 계란 값이 다시 오를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지난해 11월 16일 AI가 발생한 이후 산란 닭의 34%인 2천378만 마리가 살처분되면서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미국산 신선란 1049톤, 1835만개가 수입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미국산 신선란이 국내 계란 수급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았지만 가격 안정화에 많은 역할을 했다"며 "미국산 신선란 수입이 중단되면 심리적인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미국산 병아리와 종란 수입도 금지되면서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AI 발생 농장의 병아리 재입식도 차질을 빚게 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병아리와 종란을 수입할 국가는 미국밖에 없다”며 “미국이 AI 종식 선언을 하기 위해선 최소 3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병아리 입식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산란계 농장뿐만 아니라 계란 유통시장의 정상화 과정이 3개월 이상 지연될 수 있다는 얘기로, 이로 인한 제2의 계란 파동이 우려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계란유통협회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대형마트와 동네마트에서 계란 미끼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다가 또 다시 가격이 오를 경우 심리적인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국민 식재료인 계란을 가지고 장난질하는 소매업체들 때문에 유통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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