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에 신원이 밝혀지지 않는 남성이 자전거를 끌고와 자물쇠로 잠그고 달아났다. 시민사회단체는 이 남성을 경찰에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사진=부산겨레하나 제공)
부산 평화의 소녀상을 훼손하려는 시도가 심해지자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시민고발단'을 조직하는 등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소녀상 관리방안을 마련하겠다던 관할 지자체는 소녀상 훼손 시도에 대해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는 등 여전히 눈치만 보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시민단체 "소녀상 훼손 시도 도를 넘었다" 법적 대응 돌입부산 평화의 소녀상에 버려진 자전거가 발견된 것은 지난 5일 자정쯤.
당시 목격자 등에 따르면 한 남성이 끌고 온 자전거를 의자와 자물쇠로 묶은 뒤 그대로 사라졌다.
앞선 4일 오전에는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두 남성이 폐가구 등 폐기물을 들고 와 소녀상 근처에 버린 뒤 달아났다.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근처에 신원이 밝혀지지 않는 남성들이 폐가구 등 폐기물을 버리고 달아났다. 시민사회단체는 이 남성들을 경찰에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사진=부산겨레하나 제공)
이 밖에도 각종 쓰레기와 불법 선전물이 난무하는 등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근처에서는 연일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최근 이 같은 소녀상 훼손 움직임이 도를 넘었다고 보고 고소·고발 등 강경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소녀상을 지키는 부산시민행동'은 소녀상에 자전거를 묶은 행위가 재물손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남성을 경찰에 고소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정 단체나 개인이 아닌 소녀상을 만들기 위해 성금을 낸 '시민고발단'을 조직해 사법적인 조처에 돌입할 예정이다.
부산 평화의 소녀상은 5천143명이 성금 8천500만 원을 모아 건립됐다.
시민행동은 또 대선 후보 등 부산지역 야권 정치인들과 간담회를 통해 소녀상 관리 방안 마련을 공론화할 예정이다.
부산겨레하나 윤용조 정책국장은 "소녀상이 시민 성금으로 조성된 만큼, 이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범시민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시민고발단을 만들어 경찰 고발 등 사법적 대응에 나서는 한편 지역 국회의원 등 정치권과 간담회를 통해 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 "소녀상 함께 지키자"던 부산 동구청은 여전히 '눈치 보기' 급급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근처에 신원이 밝혀지지 않는 남성들이 폐가구 등 폐기물을 버리고 달아났다. 시민사회단체는 이 남성을 경찰에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사진=부산겨레하나 제공)
시민행동에 따르면 동구청은 소녀상 근처에 자전거 등 폐기물이 버려진 사실을 확인한 뒤에도 이렇다 할 행동을 하지 않았다.
평화의 소녀상이 여전히 '불법' 조형물인 데다 시민단체의 홍보물 역시 불법 부착물이기 때문에 형평성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다는 게 동구청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동구청은 시민 항의가 빗발치고 또다시 비판 여론이 형성되자 6일 오전 11시 부랴부랴 폐기물과 불법 부착물 등을 모두 치웠다.
또 시민단체의 요구에 따라 이번 주 안에 CCTV를 설치하는가 하면 방문객을 위한 공식 게시판을 설치한 뒤 다른 홍보물은 모두 정리하기로 했다고 시민행동은 밝혔다.
하지만 시민행동은 평화의 소녀상을 관리·유지하기 위해 힘을 모으자던 동구청이 기존 약속과 달리 여전히 '소극적인' 행정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윤 정책국장은 "소녀상에 대한 훼손 시도 사실을 알고도 동구청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다가 비난 여론이 강해지자 황급히 이를 치웠다"며 "이는 시민과의 약속을 저버린 행동임은 물론, 여전히 외교부와 일본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소극적인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동구청은 인력과 시간적 한계 때문에 즉시 정비하지 못했을 뿐, 3월 중 이를 정비할 계획이었다고 해명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주말에 집중적으로 쓰레기가 버려졌다곤 하지만, 인력과 시간적 한계상 쓰레기가 버려질 때마다 매번 치울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시민단체의 요청을 받아 3월 중에는 폐기물을 모두 정비할 계획이었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