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3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경기에서 3-1 승리를 거두고 대한항공의 우승 축포를 저지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대한항공이 여기서 축포를 쏘지 못하게 하자고 얘기 나눴다."
한국전력 선수들이 한목소리로 한 말이다. 안방에서 남의 잔치를 지켜볼 수 없다는 의지가 담겨있었다.
한국전력은 3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6~2017 V-리그 6라운드에서 대한항공을 세트 스코어 3-1(22-25 25-23 25-20 25-16)로 제압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승리를 챙겼다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지만 한국전력의 거센 저항에 가로막혀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경기 후 만난 한국전력 선수들은 대한항공의 축포를 막자는 얘기를 나눴다고 털어놨다.
베테랑 센터 윤봉우는 "선수들에게 부담 없이 즐겁게 경기에 임하라고 얘기했다"고 밝히고 "다만 대한항공이 여기서 축포를 터트리게 해서는 안된다고 선수들과 대화를 나눴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축포가 눈에 딱 보였다. 우리 집에 없는 것이 걸려있어서 열 받았다"면서 "왜 순번이 밀려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우승)할거면 빨리하지…"라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지난달 14일 대한항공전에서 '유니폼 사태'를 일으킨 강민웅 역시 "여기서 대한항공이 축포를 터트리게 해주고 싶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강민웅에게는 대한항공전은 반드시 잡고 싶은 경기였다. 자신의 실수로 인해 팀이 패했다는 생각이 그에게는 강하게 남았었기 때문이다. 강민웅은 "당시 팀에 엄청난 피해를 끼쳤다. 그 경기 이후 팀이 2연패를 더 당했다"면서 "이날 경기에서는 이전 실수를 만회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유니폼 사태'로 인해 심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던 강민웅이다. 그는 "솔직히 말해 정신병 걸릴 뻔했다. 정말 중요한 경기였고 우리가 잡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내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렀다"며 "그날은 잠도 못 잤다. 너무 괴로웠지만 더 고민해봐야 나만 손해라는 생각이 들어 빨리 털어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강민웅이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려는 모습은 경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의 토스는 공격수에 정확히 배달됐고 어김없이 팀 득점으로 연결됐다. 평소보다 파이팅도 넘치는 모습이었다. 신영철 감독 역시 "강민웅이 잘 버텨줘서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강민웅은 자신의 플레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나 자신에 70~80점을 주고 싶다. 썩 마음에 들지 않는 토스였다"면서 "오히려 지난 삼성화재전에서의 토스 리듬이 더 좋았다. 하지만 큰 실수를 범하지 않았던 부분은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강민웅의 얘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윤봉우는 "그냥 올려, 때려줄게"라는 말로 용기를 복돋워 주기도 했다.
안방에서 대한항공의 축포를 막아내려는 의지가 만든 승리. '봄 배구'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진 한국전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