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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떨어진 뉴스 신뢰도, MBC 김장겸 사장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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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 있는 젊은 방송" 선언했지만… 벌써 어긋나는 일주일 행보

"보도본부장으로 있으면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축소 보도하고, '태블릿PC 증거능력'에 대한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해 '뉴스데스크'를 '청와데스크'로 전락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2월 24일, 경향신문)

"보도국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사건을 축소·왜곡하는 데 앞장섰고, 보도본부장으로 임명된 뒤 '뉴스데스크'를 '청와대데스크'로 전락시켰다는 지탄을 받아왔다." (2월 24일, 한겨레신문)

"그가 윗사람 눈치 보지 않고 떳떳하게 보도를 이끌었다면 그가 사장이 된다고 나섰을 때 가장 우군은 아마 구성원들일 것이다. 정반대인 현실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위해 김장겸 사장은 사퇴해야 한다." (3월 1일, 한국기자협회)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이 지난 23일 권재홍, 김장겸, 문철호 세 후보 중 김장겸 보도본부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을 때 언론계 안팎에서는 '역시나' 하는 반응이 나왔다. 선임 1~2주 전부터 김 본부장이 새 사장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아, 이사회는 사실상 확인 도장을 찍는 자리가 됐다는 평가였다.

노조 등 내부 단체뿐 아니라 각종 일간지까지 김 신임 사장이 MBC의 수장이 된 것을 두고 '공영방송 MBC'의 앞날을 우려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김 신임 사장에게 주어진 과제와, 취임 후 일주일 간의 행보를 통해 향후 MBC의 모습을 전망해 봤다.

◇ "MBC뉴스 신뢰도 바닥으로 떨어뜨린 장본인"

지난달 23일 선임된 MBC 김장겸 신임 사장 (사진=MBC 제공)

 

김장겸 신임 사장은 '김재철 체제'에서 본격적으로 탄탄대로를 걷기 시작해 '안광한 체제'에서 주요 수뇌부로 자리를 굳힌 인물이다. 1987년 MBC에 입사한 그는 김재철 사장 취임 후 2년 넘게 정치부장을 맡았고, 이후 보도국장, 보도본부장으로 계속 영전했다. 같은 기간 MBC는 보도의 영향력, 신뢰도 면에서 점점 퇴보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메인뉴스 '뉴스데스크'는 '청와데스크'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김 신임 사장은 MBC의 편파·왜곡보도와 오보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이하 MBC본부)가 김재철 사장 퇴진 및 공정방송 쟁취 투쟁을 내걸고 싸운 170일 파업 이후 발표한 '공정말살 7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 단적인 예다. 그는 지난해 말 막내기자들의 '반성문 동영상'에서 최기화 보도국장과 함께 사퇴 촉구를 받기도 했다.

김 신임 사장은 MB 정권 때 '내곡동 사저 의혹'을 여야 간 공방으로 다루는가 하면, 한미 FTA 반대 집회 보도 및 장관 인사청문회 의혹을 누락했다. 이밖에도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 논문 표절 의혹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누락·축소 보도 △문재인 의원 변호사 겸직 논란 오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서 '태블릿 PC 증거능력 부족' 등 극우단체 주장 확대재생산 등 숱한 불공정 보도 사례를 쌓아갔다.

뿐만 아니다. 안산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 오보를 포함해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 MBC는 희생자와 유족을 모욕하고, 진상규명 움직임을 훼방 놓는 보도를 내놨다.

사고 당일부터 피해자가 받을 보험금을 계산하거나(2014년 4월 16일), 민간잠수사의 죽음을 유가족의 조급증 때문이라고 몰고(2014년 5월 7일), 세월호 특별법을 음해하는 루머를 선전했으며(2014년 7월 21일), 광화문 세월호 천막을 두고 '불법 농성' 논란을 제기했으며(2014년 9월 11일), 세월호 특별법에서 '피해구제'가 아니라 '단원고 학생 특례입학'을 부각했다(2015년 1월 6일). 더구나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에게 '깡패'라고 막말했다는 논란도 있었다.

"편파와 왜곡, 축소, 은폐를 통해 MBC뉴스의 신뢰도를 바닥으로 떨어뜨린 장본인이다. 국민으로부터 탄핵 당한 박근혜 정권을 호위하고, MBC 경영진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MBC뉴스와 전파를 사유화하는 데 앞장선 사람"이라는 MBC본부의 평가는 김 신임 사장이 사내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잘 드러낸다.

◇ 추락한 보도 경쟁력 회복, 조직 추스르기

현재 MBC는 '불공정 보도의 대명사'라는 딱지를 떼야 하는 상황이다. 김 신임 사장의 최우선 과제도 당연히 '보도 경쟁력 회복'에 있다.

언론 매체 영향력, 신뢰도, 열독률을 알아본 '시사저널' 2016년 조사에서 MBC는 영향력 5위(14.9%), 신뢰도 6위(10.3%), 열독률 10위(7.0%)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시사IN 조사에서도 MBC는 신뢰도 6위(4.5%), 불신도 4위(5.5%)를 기록했으며, MBC '뉴스데스크'는 신뢰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묻는 질문에 3.0%의 저조한 응답률을 보였다.

한국언론학회 소속 언론·방송 분야 학자 452명이 참여한 '제10회 미디어 어워드' 결과에서도 MBC는 신뢰성, 공정성, 유용성 면에서 '8대 미디어' 안에 들지 못했다.

MBC 메인뉴스 '뉴스데스크'는 4~5%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에는 3%대까지 더 하락하기도 했다. "MBC가 아직도 존재했나", "MBC 안 본 지 오래 됐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은 과장된 일부의 주장이 아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지난달 28일, 김장겸 사장 취임식장 앞에서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불복종 의사를 밝히는 피케팅을 벌였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제공)

 

또 하나 중요한 과제는 바로 '조직 추스르기'다. 김재철 사장 때부터 본격화된 '노조 탄압'은 MBC의 체질을 180도 바꾸어 놓았다.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경영진의 잘못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소송, 무단협, 업무 배제 등 다양한 수단으로 억눌러 온 까닭에 MBC는 '조직 내부의 건강함'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

법원은 MBC와 MBC본부의 빅3 소송이라고 꼽히는 해고 및 징계무효소송, 업무방해 소송, 손해배상 소송에서 항소심까지 모두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공정방송은 노사 양쪽의 의무'이자 '제1의 근로조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으나, MBC는 매번 불복했다. MBC본부를 '정파 조직'이라고 저격하며 노사 화합을 시도하려 하지 않고 있다. 노사 갈등으로 인한 조직 내부의 피로도와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로 보인다.

◇ 취임 후 일주일 행보로 예상하는 MBC의 미래

하지만 선임 후 일주일이 지난 3일 현재 김 신임 사장이 보여준 모습만으로는 앞으로 MBC 상황을 밝게 전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김 신임 사장은 지난달 28일 취임식에서 "MBC를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사, 건강한 웃음이 있는 콘텐츠 회사로 키워가고자 한다"며 '품격 있는 젊은 방송'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매몰되어 진영논리로만 해법을 찾는다면 미래를 헤쳐 나갈 답을 찾을 수 없다. 이제 MBC는 정치적 외풍에 흔들릴 것이 아니라 생존전략 더 나아가 1등 언론, 1등 방송이 되기 위한 지략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보도본부장일 당시, 헌정질서를 흔든 '초유의 사태'로 평가받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마저 정부여당을 옹호하는 보도를 선보여 '편향'을 자처한 김 신임 사장이 도리어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말자"고 하는 셈이다.

'저널리즘'을 언급하며 '품격 있는 방송'을 내세운 것과 달리 김 신임 사장 취임 이후에도 MBC의 보도 방향은 달라지지 않았다. 국회에서 탄핵당해 직무정지 중인 박 대통령을 감싸고 특검의 수사 성과를 흠집내며 '탄핵 반대 목소리'의 볼륨을 키우는 행태는 오히려 더 심각해졌다.

지난 1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사진=뉴스데스크 캡처)

 

지난 1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는 촛불집회보다 탄핵 반대 집회를 더 앞세워 보도했다. 탄기국(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이 참가자 수를 정확히 집계하지 않고 '500만' 등 터무니없는 숫자를 주장하는데도 '주최 측 입장'이라는 명분으로 "최대 인원이 참가했다"며 탄핵 반대를 강조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날 태극기 집회 소식은 3꼭지나 배치됐다.

'조직 추스르기'라는 과제 역시 해결이 요원해 보인다. 김 신임 사장은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미래전략본부를 종전처럼 기획본부, 경영본부로 다시 분리했고, 채용·핵심인재 관리 등 중징기 인력계획을 맡는 인재경영센터를 신설한 것이 큰 줄기다.

또한 김 신임 사장은 차례로 본사 임원·지역사 및 관계사 사장, 국장 인사를 단행했다. 내부에서는 △부사장 백종문 △기획본부장 최기화 △편성제작본부장 김도인 △보도본부장 오정환 △드라마본부장 이주환 △경영본부장 이은우 △미디어사업본부장 윤동열 △방송인프라본부장 김성근 등 '김장겸 체제'의 첫 인사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MBC본부는 "공영방송 MBC가 오늘날 총체적 파탄에 이르기까지 주도적 역할을 했거나 묵인·방조로 협조한 인사들이다. MBC를 친박·극우세력의 마지막 저항 기지로 삼겠다는 '김장겸 친위대'의 완결판"이라고 꼬집었다.

국장 인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차기 보도국장으로 거론됐던 문호철 신임 국장에 대한 반응도 좋지 않다. 문 신임 국장은 문화 부서에 주로 있다가 김 신임 사장이 정치부장일 당시 청와대 출입을 하게 됐고, 파업 이후에 국회 반장, 워싱턴 특파원 등 소위 'A급 코스'를 거쳤다. '김장겸의 사람'이 보도국장이 된 만큼, 당장의 '보도 개선'은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밖에 김지은 편성국장, 배연규 심의국장, 조창호 시사제작국장, 홍상운 콘텐츠제작국장 등 김재철 사장 당시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MBC본부의 파업을 방해하고 김재철 사장의 수하 역할을 했거나 도덕성 논란이 있어 사내 평판이 좋지 않은 인물들이 주요 국장을 차지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직개편에 대해서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MBC본부 관계자는 "조직개편은 큰 틀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다만, 회사가 인재경영센터를 신설했는데, 그동안 (신입 채용 없이) 경력 채용을 몇 년째 크게 하고 있는 만큼, 별도 조직을 만든 데에 어떤 의도가 작용했는지 지켜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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