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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마저 '성조기' 흔든 친박집회…"미국은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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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독립 내걸고 만세 시위 벌인 넋들 욕되게 하는 일"

3·1절인 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친박집회 참가자들이 대형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있다. (사진=이진욱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친박단체의 집회 현장에서 3·1절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기인 성조기가 대량으로 뿌려지고 나부껴 눈총을 사고 있다.

1일 오후 12시 30분께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은 이날 예정된 친박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어수선했다. 본집회를 앞두고 이곳 현장에 모인 사람들은 손에 크고 작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채 거리를 활보했다.

이날 성조기를 손에 든 한 집회 참가자에게 '어디서 구했나'라고 묻자 "태극기 파는 곳에서 5000원에 샀다"고 답했다.

'3·1절인데 남의 나라 국기를 든다는 것이 어색하지 않나'라고 다시 묻자 "괜찮다. 미국은 우리를 지켜주기 위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까지 (배치하려) 하는 판이지 않나"라며 "미국은 우리를 살려 준 나라이기 때문에 (성조기를 들어도) 괜찮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문 앞과 서울시청 광장 곳곳에는 태극기와 함께 성조기를 파는 상인들이 여럿 자리잡고 있었다. 한 상인에게 '3·1절에 성조기를 파는 것이 불편하지는 않나'라고 묻자 "어쩔 수 없다. (친박집회에 나오는) 많은 사람들이 (성조기를) 원하니까"라며 "오늘도 많이 팔린다"고 설명했다.

성조기를 무료로 나눠 주는 곳도 있었다. 한 집회 참가자는 "이곳에 도착해서 태극기를 받으려고 간 데서 성조기도 함께 줬다"며 "많이 나눠 주더라"라고 전했다.

그에게 '3·1절에 성조기를 드는 기분이 어떤가'라는 질문을 건네자 "안해도 되는데… 주니까 하나 받았다"며 손에 든 성조기를 내밀고는 "줄까요?"라고 되물었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3·1절은 1919년 3월 1일 일본의 식민 통치에 맞서 일어난 항일 민족 독립 운동이다. 일본 제국주의가 무력으로 조선의 통치권을 빼앗고 식민지 정책을 펼치면서 민중들이 온갖 굴욕과 고통을 받던 끝에 들고 일어선 날을 기념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친박집회는 민족의 자주독립을 외치며 수많은 사람들이 스러져간 날에도 성조기를 들어 3·1절의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비판으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역사학자인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날 "3·1절은 일제강점기였던 1919년 3월 1일에 자주독립을 내걸고 만세 시위를 벌인 날 아닌가"라며 "3월 1일에 자주독립의 의미가 뭔지 뼈저리게 되새겨도 부족한데, 남의 나라 국기를 흔들면서 집회를 한다는 것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그날 목숨을 걸고 만세를 부른 넋들을 욕되게 하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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