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예비후보 캠프가 이른바 '문빠'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문 전 대표의 열성 지지층을 일컫는 '문빠'는 문 전 대표의 강력한 지지기반이지만 '문자폭탄' 등 일부 '문빠'의 극렬한 행동이 이어지면서 문 전 대표가 불필요한 논란에 휘말리고 있기 때문이다.
◇ 개헌파 의원들에게 문자폭탄…文, 즉각 진화 나섰지만지난달 민주연구원이 낸 개헌보고서의 편파성을 비판하던 비주류 의원, 경선 경쟁자로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김부겸 의원에 이어 최근에는 당내 개헌파 의원들이 '문빠'들의 공격대상이 됐다.
당내 '경제민주화와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들은 지난 23∼24일 개헌 워크숍을 연 뒤 당 지도부와 대선주자들에게 개헌 관련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문재인 전 대표를 직접 지칭하는 내용은 없었는데, 성명서 발표 직후 해당 의원들에게 적게는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천 개의 문자폭탄이 쏟아졌다. 문자에는 '내부 분탕질하는 자유한국당 2중대', '왜 문재인을 공격하냐', '개헌은 당을 배반하는 행위'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한 개헌파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문자 내용을 보면 문재인 지지자들이 보내고 있는 것 같다"며 "문자가 계속 오는 것을 보면 누군가 선동하면 자동적으로 반응해서 문자를 보내는 것 같은데 (문 전 대표 측에서는 자신들은) 아니라고 하니 믿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논란이 커지자 문 전 대표는 28일 기자들을 만나 "탄핵심판 승복 얘기를 했더니 문자가 오는 등 저도 문자폭탄을 받는다"며 "서로 선의의 경쟁이 될 수 있도록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들의 좋은 점과 장점을 주장하는 방식으로 힘을 모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문 전 대표 측 박광온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지지자들이 특정 사안에 대한 견해를 표명하거나 열띤 토론을 벌이는 것은 환영하고 독려해야 할 일"이라면서도 "상대방에 대한 욕설과 비방, 인신공격, 위협으로 번지는 것은 지지하는 후보는 물론, 당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스스로 자제하고 경계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거들었다.
◇ 文, 자제 요청에도 문자폭탄 계속…의원들 "文이 방치" 부글부글문제는 문재인 전 대표의 자제 요청에도 일부 열성 지지자들의 배타적 행태가 잦아들지 않고 있고, 이런 일들이 이어지면서 당내 갈등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팬클럽인 '문팬' 창립행사에서 "SNS공간에서 대대적인 선플운동 같은 것이 전개돼야 할 것"이라며 "문팬 가족부터 먼저 그 일을 시작하고 분위기를 선도해나가자"고 제안했고, 지난달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생각이 달라도 판단이 달라도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 우리끼리 과도한 비난은 옳지 않다"고 적기도 했다.
그러나 문 전 대표와 의견을 달리하는 의원들에게 문자폭탄 공격이 반복되자 당내에서 비판 여론이 이어지고 있다.
박홍근 의원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문 전 대표 지지자들이) '민주당 소속 20대 국회의원 과반인 62명이 반문질을 했다'면서 각종 언론보도의 데이터까지 만들어 SNS상에서 확산시키고 있다"며 "정작 자신들이 돕는 그 분(문 전 대표)으로부터 의원들을 더 멀어지게 만들고 원심력이 더 커지는 일들을 본인들이 재촉하고 있는지 알기라도 하겠느냐"고 꼬집었다.
당내에서는 "문 전 대표가 극렬 지지자들의 이런 행태를 방치한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노무현재단 운영위원 출신인 김한정 의원은 지난달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SNS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타후보 비방과 독설이 도를 넘고 있다'로 시작하는 글을 통해 "일전에 문 후보 측에 이런 부작용(사실은 역효과)을 지적했더니, '국정원 의심' 운운하기에 정신 차리라고 한마디 한 적도 있다. 극성지지자를 자제시키지 못하고 (적어도 그런 노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우물쭈물하는 대처를 하면서 정권을 달라 할 수 있을까?"라고 적기도 했다.
◇ 文측 "극렬 문빠, 우리도 통제 안 돼…묘안 알려 달라"
문재인 전 대표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김경수 대변인은 "어떤 형태로든 의견을 제시하고 전달하는 것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지만 욕설이나 인신공격, 인신비방 등 건전하지 많은 문제제기는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 문 전 대표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문자폭탄 등은 우리가 관리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고 일일이 그분들에게 우리가 무엇을 하라말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이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입장전달이 가능한 지지자들께는 여러 번 문 전 대표의 입장을 전달해 그분들이 이런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문팬 모임을 가보면 선플운동이나 악플불가가 불문률처럼 돼 있다"고 전했다.
다른 캠프 관계자 역시 "인신공격성 문자폭탄이 계속되면 문 전 대표에게 좋을 리 없는데 우리라고 이 문제를 그대로 두고 싶겠냐"며 "댓글을 달고 문자를 보내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닌데 일일이 연락해서 못하게 할 수도 없고 묘안이 있으면 알려 달라"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합리적인 의견 표출을 넘어서 완력의 지경에 이른 지지행위는 지지층 밖에서 반감이 크고, 문 전 대표에게 반감이 옮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문 전 대표 측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지지자들이) 자신들과 조금만 달라도 힘으로 상대방을 압박하는 행태를 계속하는 것은 외연확장의 과제를 갖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에게는 상당한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며 "대선을 앞두고 보수가 어떻게 결집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중도층의 지지가 필수적인 문 전 대표가 지지자들의 이런 행위를 더 자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