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상승세를 타던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율이 '선의'라는 말 한마디에 한 풀 꺾였다. 반면, 지난해 탄핵 정국에서 촛불민심을 대변하면서 지지율이 반등했다 하강곡선을 그리던 이재명 성남시장은 탄핵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자 다시 반등의 기회를 얻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갑작스러운 사퇴 등 최순실 사태가 터진 이후 지금까지 적어도 세차례의 큰 정치적 변곡점이 있었다.
이처럼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이 개인적 발언부터 정치적 구도 등으로 그때그때 민감하게 영향을 받고 있다. 그만큼 유동층이 많다는 반증이다. 앞으로 3주 사이에 탄핵 결정 등을 계기로 몇차례 큰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 '선의 발언'에 상승세 꺾인 안희정, 반등 기회 잡은 이재명
안 지사의 상승세는 무려 4주 연속 이어졌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사퇴가 상승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후 중도층을 겨냥해 대연정과 탄탄한 안보관을 내세우면서 드라마틱하게 지지율이 올라갔다.
마의 20%를 찍은 안 지사의 발목을 잡은 것은 바로 스스로의 말 때문이었다. 한 강연에서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도 '선의'로 그랬을 것"이라는 발언이 큰 논란을 일으킨 것이다. 처음에는 소신으로 해명하던 안 지사도 결국엔 사과했다. 이는 결국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리얼미터가 MBN·매일경제 의뢰로 지난 20~24일간 전국 성인남녀 25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3.1%포인트)에 따르면 안 지사는 1.5%포인트 떨어진 18.9%로 2월 3주차에 처음으로 올라섰던 20% 선을 지키지 못했다.
보수층에서 오른 반면, 중도층과 진보층, 호남과 충청, 40대와 60대 이상, 민주당 지지층 등 대부분 지역과 계층에서 하락했다. 이에 안 지사는 '적폐청산'을 다시 강조하며 집토끼 단속에 나섰지만 오락가락 행보에 다시 급격한 상승세를 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반면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던졌던 이재명 시장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촛불민심을 등에 업고 지지율이 급등했던 이 시장은 1월 말부터 2월 안 지사의 상승세로 하락하다 다시 세번째 변곡점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황 대행이 특검 승인을 끝내 거부해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임박한 상황도 이 시장에게는 다소 유리한 구도이다.
안 지사와 이 시장의 지지율이 출렁이는 가운데 문재인 전 대표는 안정적으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부 교수는 "특검 기간 연장이 불허된 것은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 등 야권 주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될 것이다. 특히 보수층의 일시적 결집은 있겠지만 중도층을 아우르는 것이 아니라 범보수 진영에는 불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개헌·탄핵 등 변곡점 수두룩…캠프 '작은 실수'도 중원층 표심에 영향 미쳐 3월 들어서는 중요한 변곡점이 줄줄이 있어 판이 더욱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황 총리의 특검 연장 불허로 야3당(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이 황 총리 탄핵을 결의하는 등 정국이 다시 강대강 국면으로 치닫는 것이 변수이다. 현재로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지만 황 총리의 탄핵이 실제 추진될 경우 야권이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10일을 전후로 탄핵 결정이 나면 대선판은 크게 출렁일 수 밖에 없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탄핵 결정 직후의 반등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탄핵이 인용돼 박근혜 대통령이 실제 물러나면 판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는 계산이다. 반면 탄핵이 인용이 되도 구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오히려 민주당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개헌 움직임이 물밑에서 심상치 않은 것도 정치적인 변수이다. 개헌파 의원들은 '권력분산형 대통령제'에 대체로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민주당 일부를 제외하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이 개헌 단일안을 내놓으며 적극적이다.
국회의 개헌 추진이 단순히 대선 주자 압박용에 그칠 것인지, 반문 연대의 기치로 작용할 것인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김종인 전 대표 등 민주당 내 비주류 의원들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안 지사의 '선의 논란'에서도 볼 수 있듯 이번 대선은 자칫 실수하면 기회를 놓치는 살얼음 같은 형국이다.
정치적 변곡점을 떠나 각 주자나 캠프 관계자의 실수 하나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안 지사의 '선의 발언'은 당일 밤에 바로 SNS 등으로 퍼져 논란이 됐다. 각 진영이 민감한 만큼 SNS 상 모니터링과 여론전도 치열한 상황이다.
최 교수는 "주자들 뿐 아니라 캠프 관계자들이 구설수에 오르게 되면 그 자체가 사실 여부를 떠나 중원에 있는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SNS 등에 설화가 순식간에 퍼지고 이를 이용하려는 세력이 있는 만큼 대선 정국에도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