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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빛나는 아이돌, 그들을 만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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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보컬 트레이너·안무가·음악프로듀서와 함께한 '아이돌 메이커' 북토크

아이돌 그룹의 잇따른 성공으로 음악시장까지 아이돌 위주로 재편될 만큼 '아이돌'은 대중문화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레드오션(포화 상태)라는 표현조차 진부할 정도로 한 해에만 수백 팀의 아이돌 그룹이 대중의 관심과 선택을 바라며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상황.

하지만 대중은 무대 위에서 화려하게 반짝이는 아이돌이라는 그 완성된 '결과'를 주로 보게 된다. 박희아 기자는 평소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분명히 고군분투하며 아이돌이 좀 더 빛을 발할 수 있게 애쓰는 '무대 뒤편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고, 그 호기심으로 '아이돌 메이커'(2016)라는 책을 썼다.

25일 오후 3시 10분, 서울 중구 충무로 스페이스아트1에서 '아이돌-메이커 북토크' 및 전시가 열렸다. 저자 박희아 기자와 아이돌로지의 미묘 편집장이 진행을 맡은 이날 북토크에는 엔터테인먼트사의 디자인을 맡았던 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시작으로 보컬트레이너, 안무가, 음악 프로듀서 등이 참석해 '아이돌 메이커'로서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YG의 그 콘서트와 굿즈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전 YG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장성은 씨는 빅뱅, 2NE1 등 소속 가수들의 굿즈(상품)부터 콘서트 무대까지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을 맡아 왔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현재 디자인회사 MA+CH 대표를 맡고 있고, 과거 YG엔터테인먼트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던 장성은 씨는 자신이 경험한 엔터업계의 속성과 창작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장 씨는 디자인을 할 때 자신이 집중하는 부분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콘서트 앨범을 만들 때 제 나름대로의 룰은 그 안의 현장감과 생동감을 가장 살리는 쪽이었다. (팬들에게) 추억을 선물하고자 했다"면서 "예를 들어 앨범을 펼쳤을 때 공연장 무대 모양이 나오게 해서 작은 기쁨을 드리는 정도? 입체감 있는 팝업을 콘서트 DVD 앨범 쪽에 적용하려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자신이 'CD 세대'여서 다른 사람들이 CD를 더 이상 사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좀 더 '기념품' 같은 위상을 갖게 된 '음반'을 디자인할 때에는 팬들의 소장가치를 높이는 방향을 취한다고 설명했다.

장 씨는 "요즘 사람들은 CD 플레이어를 갖고 있지도 않은데, 그런 사람들에게 어쩌면 '필요없는 제품'을 판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케이팝 시장에서 음악을 사랑해 주는 팬들은 매우 중요한 위치이기 때문에 팬들한테 더 도움 줄 수 있는 게 있을가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어, "예전에는 앨범 내지도 정말 많아야 28페이지였는데 이젠 100페이지 화보가 나온다. 그만큼 팬들이 정말 소장하고 싶게 '이유'를 만들어주고 싶었던 맘이 작용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장 씨는 "일반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보면서 '재밌겠다'는 생각을 많이들 하시지 않나. 그래서인지 들어오신 분들도 '돈 벌어서 잘 되어야지' 이런 생각보단 즐거움을 좇아간 경우가 많다. 뒤에서 (아이돌을) 위해 일하는 분들은 가치와 비전 때문에 온 분들이 더 많다 보니까"라고 말했다.

자신의 디자인 스타일이 어떻느냐는 질문에는 "저는 심플하고 미니멀한 것을 추구한다. 오랫동안 사랑받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가 하다가 알게 됐다"고 답했다.

◇ 기술자 아닌 '교육자' 꿈꾸는 보컬 트레이너

보컬 트레이너 김성은 씨는 트와이스, 아이오아이 등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걸그룹들을 가르쳐 왔다.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트와이스, 아이오아이 등 잘 나가는 걸그룹을 도맡은 보컬 트레이너 김성은 씨는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된 Mnet '프로듀스 101'에 출연한 덕에 눈 밝은 팬들 사이에서는 낯설지 않은 얼굴이다. 그는 보컬 트레이닝을 하는 것보다 전체적인 '프로듀싱'을 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저는 사실 크리에이티브한 걸 더 좋아한다. 그래서 프로듀싱하는 데에 관심이 많다. 아직 데뷔는 안했지만 준비하고 있는 아이돌이 있는데, 필요한 곡을 골라 팀 이미지를 잡는 것부터 프로듀서 섭외, 녹음까지 같이 했다. 이쪽이 더 재밌지만 가르치는 부분 역시 제게 숙명처럼 주어진 것이라 좀 더 전문적인 교수법을 쓰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느낌으로 불러주세요' 식의 모호한 디렉션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이비인후과 자료를 사용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고.

그를 거쳐간 수많은 아이돌 중 '잘될 것 같다'는 느낌이 온 사람은 누구였을까. 김 씨는 방탄소년단 진, 배우 이현우, 원더걸스 출신 선미를 꼽았다.

김 씨는 "사실 애기들(이라고 할 만큼 어려서)이라… 방탄소년단 진과 배우 이현우에게서 어떤 아우라를 느꼈다. 요즘 기대하는 건 선미다.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건 음악에 맞춘 것이고, 본인이 가진 색깔은 어마어마하다. 내부에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을 때 선미가 쓴 곡이 여러 번 타이틀로 선정되기도 했다. 본인의 음악색을 찾아가는 단계인데, 그런 걸 보면 제가 수업 때 느낀 게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특히 김 씨는 아이돌 연습생의 나이가 점점 어려지는 만큼, 좀 더 전반적인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연습생을 너무 일찍 시작하니 그 또래에 겪어야 할 사회관계를 못 배우고 들어온다. 외국인일 경우 더하다. 모국어 완성이 안 돼서 들어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더 사는 얘기, 친구 사귀는 얘기 등을 들려주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연습생 나이가 더 어려지는 것에 대해 "정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건 대부분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이뤄지는 것인데, 저는 한편으로 교육자이니까… (동의할 수 없다) 초등학교까지는 졸업하고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안무에 대한 팬들의 관심 반가워

안무가 이솔미 씨가 기획부터 참여한 오마이걸의 'Closer' 안무 (사진=MPD 직캠 캡처)

 

오마이걸과 전 소녀시대 멤버였다 솔로로 데뷔한 제시카 등의 안무를 맡고 있는 안무가 이솔미 씨는 팬들이 어떻게 하면 안무가 가장 잘 보이는지 카메라 워킹까지 신경쓰는 등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을 반가워했다. 팬들은 음악방송의 현란한 카메라 워킹 때문에 정작 아이돌의 디테일한 안무가 잘 살아나지 않는다고 자주 지적하곤 한다.

이 씨는 "전 너무 좋다. 제가 느꼈던 것에 대해 다른 팬들이 직접적으로 글을 올려주시니까. 말을 못했던 부분들을 직접 얘기해 주신다는 점에서 속으로 박수 치고 환호한다. 진짜 좋고 감사하다"고 답했다.

혹시 댓글 반응도 보느냐는 질문에는 "욕도 봤다. 악플 보면 잠시 서러운 생각이 들지만 좋은 댓글도 본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 씨는 수록곡 안무가 콘서트장이나 연말 시상식 무대 등 한정적인 공간에서만 노출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제가 짠 안무가 유튜브 같은 데 올라가서 더 많이 보이길 바라는데… 팬분들이 아이돌 보느라 정신이 없어서 (직캠으로) 찍지 않으신 것 같더라"고 말했다.

이 씨는 아티스트와의 작업이 본격화될수록 요구받는 것이 많아진다고 전했다. 오마이걸의 'CLOSER'는 컨셉도 직접 잡고 주로 몸에서 나오는 대로 안무를 만들었다면, 지금은 '머리를 많이 써야' 되어서 불편해졌다는 설명이다.

이 씨는 안무를 창작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좀 더 큰 그림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저는 무대를 통째로 만들어 보고 싶다. 뮤지컬 같은 걸 너무 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 오마이걸 음악프로듀서가 말하는 '나만 알고 있어 아까운 명곡'

25일 오후 3시 10분, 서울 중구 충무로 스페이스아트1에서 '아이돌-메이커 북토크' 및 전시가 열렸다. (사진=김수정 기자)

 

오마이걸 음악프로듀서이자 tKAA 대표인 최재혁 씨는 타이틀곡을 제외한 수록곡이 대중에게 제대로 '들려질'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최 씨는 "오마이걸은 수록곡이 유난히 좋은 평가를 받는 편인데 많이 아쉽다. 한국 음반시장 자체가 수록곡의 경우 정말 팬들 이외에는 많이 들려지지 않고 있어서 그런 부분들이… 가끔은 수록곡은 대충 끼워맞춰야 하나 이런 생각도 했으나, 앨범을 만드는 데 완벽성을 추구하는 편이라 그렇진 않고 있다"고 밝혔다.

수록곡이어서 잘 알려지지 않은 '명곡'을 추천해 달라는 질문에는 'SAY NO MORE'이라고 답했다. 최 씨는 "흔히 말하는 '빠다'(버터) 느낌이 너무 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쉽게 말하면 뽕끼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지금은 대중들의 음악 취향이 변해가고 있는 편이지만, 여전히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가장 좋아하는 타이틀곡은 무엇일까. 최 씨는 "저는 '윈디 데이'를 제일 좋아한다. 과감한 선택을 해 주시는 소속사(WM엔터테인먼트)에게 감사드린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그런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창작자들이 어떤 시도를 할 때 그걸 하게 해 준다는 자체가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윈디 데이는 오마이걸의 인지도를 높여준 곡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서 너무 좋았던 앨범"이라며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대중이 없으면 (제 결과물이) 대중 콘텐츠가 아니게 되는 것이라 반응이 되게 중요하다. 진실된 비평은 아이돌을 위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팬들이 어떤 것이든 좋다고 할 때 오히려 아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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