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아시안게임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꺾은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자료사진)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가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숙적 일본을 꺾었다. 최근 3연승을 거두며 심리적 우위를 차지했고, 사상 첫 동계아시안게임 은메달 전망도 밝혔다.
백지선(50 · 미국명 짐 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4일 일본 삿포로 쓰키사무 체육관에서 열린 '2017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2차전에서 홈팀 일본에 4-1 승리를 거뒀다. 지난 1차전에서 최강 카자흐스탄에 져 금메달 가능성이 희박해졌지만 은메달은 충분히 가능하다.
역대 최고 성적을 예약했다. 지금까지 최고 성적은 동메달이었다. 1, 2회 삿포로 대회와 2007년 창춘, 2011년 알마티-아스타나 대회 등 4번 3위에 올랐다.
한국은 톱 디비전에서 세계 랭킹 37위로 최약체인 중국과 오는 26일 3차전을 이기면 은메달이 확정된다. 앞서 중국은 일본에 0-14로 대패했다. 한국은 23위로 21위인 일본보다 랭킹이 뒤지지만 이날 승리했다. 16위인 카자흐스탄은 중국을 대파하고 2연승으로 선두에 올라 사실상 금메달이 유력해졌다.
대표팀은 1피리어드부터 서영준(고려대)이 9분33초 선제골을 넣으면서 기세를 올렸다. 골리 맷 달튼(안양 한라)이 잇딴 육탄방어로 일본의 파상공세를 막아냈다. 1피리어드 샷에서 11-9로 앞설 만큼 잘 싸웠다.
2피리어드에서도 한국은 슈팅수 10-7의 우위 속에 9분39초 마이클 스위프트(하이원)의 샷이 상대 골리의 몸을 맞고 들어가는 행운까지 따랐다. 대표팀은 3피리어드에서 '피겨 여왕' 김연아의 연인으로 알려진 김원중(안양 한라)이 12분4초께 추가골을 넣으며 쐐기를 박았다. 일본이 뒤늦게 1골을 만회했지만 종료 1분 5초 전 박우상(안양 한라)이 골리까지 총공세를 펼친 텅빈 일본의 골문에 추가골을 넣었다.
▲34년 동안 1무19패, 최근 3번은 3연승
한국은 일본과 최근 3번 대결에서 모두 이겼다. 한국은 지난해 4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일본에 3-0으로 사상 첫 승을 거둔 데 이어 지난 11일 경기도 고양에서 열린 유로 아이스하키 챌린지에서도 역시 3-0 완승을 거뒀다.
이전까지 한국은 일본에 절대열세였다. 1982년 첫 대결에서 0-25의 굴욕적인 참패를 당한 이후 아시안게임 8전패를 포함해 34년 동안 1무19패에 그쳤다. 어느 스포츠든 한일전은 치열했지만 아이스하키에서만큼은 한국은 한 마디로 일본의 봉이었다.
하지만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그것도 일본의 안방에서 시원한 승리를 거두며 판도 변화를 예고했다. 최근 일본전 3연승으로 자신감을 끌어올리며 아이스하키 한일전도 접전 양상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특히 이번 대회는 일본이 대대적으로 전력을 보강한 터였다. 사실 지난 11일 대결에서는 일본 주축들이 대거 빠졌던 상황. 그러나 이번에는 아시아 정상급 스나이퍼 구지 슈헤이를 비롯해 다나카 고(34), 우에노 히로키(31)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한국도 내년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대거 전력을 보강했다. 세계 최고의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출신 백지선 감독을 영입했고, 달튼과 스위프트 등 귀화 선수들로 수준을 높였다.
대표팀은 일본을 꺾으면서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자신감을 끌어올릴 계기를 마련했다. 대표팀은 여전히 세계 정상과 거리가 멀지만 개최국의 자존심을 걸고 올림픽 첫 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