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김정남 피살 사태'에 대해 "우리도 그런 역사가 있었다"며 "우리가 비난만 할 처지는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정 전 장관은 전날 '오마이TV'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피살사태를 박정희 정부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납치사건에 비유하며 이같이 발언했다.
정 전 장관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의 국정경험 조언 자문단 '10년의 힘 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정 전 장관은 인터뷰에서 "정치적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것이 권력을 장악한 사람들의 속성"이라며 "권력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그런 무자비한 일을 저지른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실패해서 망정이지 1973년 김대중 납치사건이 민주국가에서 일어나지 않았나"라며 "다행히 미국의 구원으로 김 전 대통령이 저 세상 사람은 아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때 (김 전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바짝 추격한 것이 죄가 됐다"며 "정치적 경쟁자에 대한 발본색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에서 유학생들을 북한과 접촉했다는 이유로 잡아들인 동백림 사건, 김형욱 납치사건, 김 전 대통령 납치사건 등을 (김정남 암살과)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승만 전 대통령도 정적을 얼마나 많이 제거했나. 합법적인 방식으로 제거한 것도 있었다"며 "김구 선생이 (암살당한 것도) 혐의는 그런 식이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김정은이 이복형을 죽이는 것에 대해 비난할 처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비슷한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TBS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김정남이 피살당한 것이 전쟁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머릿속 회로가 어떻게 깔렸는지 들여다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불가피론까지 연결하려 하는데, 논리 비약이 너무 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보수 진영에서는 대선 정국에서 이 사안으로 이슈를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그러나 1960년대 국민의 정세관에서는 먹혀들겠지만, 지금은 이런 식의 북풍 몰이는 대선에서 이슈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촛불집회를 평화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면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얼마나 높아졌나"라며 "북풍몰이를 하면 역풍이 세게 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