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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올라 감격… 대통령·김기춘·최순실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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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의 기적 GV]

2011년 6월 개봉한 국내 최초 게이 다큐멘터리 '종로의 기적' (사진=시네마달 제공)

 

지난 2011년 개봉한 '종로의 기적'(감독 이혁상)은 국내 최초 게이 다큐멘터리다. 소준문, 장병권, 고 최영수, 정욜 네 명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종로의 기적'은 개봉 후 7759명의 관객과 만났다.

성소수자의 커밍아웃이 주요 소재이고, 그들의 친구와 주변인이 무수히 많이 등장하는 영화이기에 허락과 확인을 구해야 할 절차가 더 복잡해, '종로의 기적'은 현재 다운로드 서비스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래서일까.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촛불영화 블랙리스트 영화사 시네마달 파이팅 상영회-종로의 기적 GV(관객과의 대화)'에는 이번 상영회에 오른 8편의 작품 중 가장 많은 관객들이 몰렸다. 무브먼트 진명현 대표 사회로 진행된 GV에는 영화의 주인공 소준문, 장병권, 정욜과 이혁상 감독이 참석했다.

◇ "대통령님, 김기춘 비서실장, 최순실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날 GV에는 '종로의 기적'을 처음 본 관객들이 절반 이상이었다. 이혁상 감독은 "(박근혜) 대통령님과 김기춘 비서실장, 최순실님께 감사드린다. 물론 관객분들께 가장 감사하다. 촛불영화를 배급해 블랙리스트에 오른 시네마달에게도. 저도 블랙리스트에 올라 감격스럽다. 이 정국이 낳은 영화제에 많이 참여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웃었다

이 감독은 "어떻게 보면 '종로의 기적' (개봉) 때는 지금보다 상황이 나았던 것 같다. 이명박 정권이긴 하지만 이 정도로 심각하게 망가지진 않았다. 되게 힘들었지만 그래도 해볼 만하다는 가능성은 있었다는 느낌이 든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 얘기를 공개적으로 하는 건 처음인데 세상이 망해가니까 해도 될 것 같다. MB 정권 때 어느 극장에서 (상영이) 중단된 적이 있다. 성소수자 다큐였던 게 심기 건드렸던 것 같은데, 이명박 퇴진 피켓 든 장면 등을 문제삼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도 되게 화가 많이 났지만, 어떻게 보면 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때도 국정원과 권력 네트워크가 이미 그렇게 돼 있던 건 아닐까. 이제는 국민의 힘으로 새롭게 변화되는 모습이 보여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 네 명의 '명랑게이'는 영화 출연 이후 무엇이 달라졌나

'종로의 기적'의 주인공 소준문, 장병권, 고 최영수, 정욜 (사진=시네마달 제공)

 

'종로의 기적'은 네 명의 '명랑게이'가 등장해 큰 웃음을 주다가도 눈물을 쏙 빼는 영화다. 커밍아웃을 하고 창작 활동을 해 나가는 소준문 감독, 동성애자 인권연대(현재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의 전신) 활동가로 성소수자의 노동자성을 위해 운동하는 장병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합창소모임 '지 보이스'를 만나며 인생의 황금기를 맞았던 고 최영수(최영수는 뇌수막염으로 쓰러져 사망했다), HIV/AIDS 이슈를 제기하고 감염인들의 인권을 보장하라 외친 정욜의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주인공 선정 기준을 묻자 이 감독은 "지금 기억해 보면, '예뻐서'라고 대답했던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저와 동년배(당시 서른 중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관객들과 접촉하기 쉬운 평범함을 지닌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면 (영화 출연 자체가) 평범함을 깨는 것이지 않나. 그래서 캐스팅이 순조롭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제 주변 친구들, 인권운동했던 친구들이 모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 5명을 하려고 했는데 커밍아웃을 염려하는 분이 한 명 있어서 4명으로 가게 됐다. 만일 5명으로 찍었다면 저는 편집하면서 미쳤을 것"이라며 "각각 개성이 있고 하고자 하는 메시지들이 확실한 캐릭터여서 저는 첫 다큐를 되게 축복 속에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장병권은 "게이가 나오는 다큐라서 당사자 분들이 많이 오셨다. 실제로 성소수자들이 어떻게 살고 무엇을 요구하는지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극장 안에서 계속 이뤄져서, '이해'를 관객들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당시 동성애자 인권연대 후원인이 많이 늘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소준문은 "영화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영화 속 의기소침했던 제 모습을 보니 너무 부끄럽더라.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도 됐고. 제 모습이 많은 성소수자들이 가질 수밖에 없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는데, 저 개인을 한 단계 성숙시켜주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욜은 "'종로의 기적' 뒷풀이 자리에서 '데뷔'(커밍아웃)를 한 관객들이 많았다. 그분들 소식을 접하면 지금도 새롭다. 이게 '종로의 기적'이 남긴 큰 선물 같다. 영화에 출연한 사람과 영화를 본 관객의 위치 (차이가) 없어진다고 해야 할까"라며 "HIV/AIDS 감염인 분들과의 접촉이 많아지게 된 것도 달라진 점"이라고 꼽았다.

이 감독은 "그때 저는 그 (관객과의) 뒷풀이 때문에 간이 많이 안 좋아졌다"고 말해 폭소를 유발했다.

◇ 다운로드 서비스, 이제는 가능할까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디스페이스에서 '종로의 기적' GV가 열렸다. 왼쪽부터 무브먼트 진명현 대표, 이혁상 감독, 정욜, 소준문, 장병권 (사진=김수정 기자)

 

GV에 참석한 관객들은 '종로의 기적'이 2차 유통되어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기를 바랐다. 한 관객은 앞으로도 계속 다운로드 서비스가 안 되느냐고 염려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이게 2011년 개봉했고, 2008년부터 작업했으니 이제 10년 정도 된 작품이라 (지금 2차 판권을 준비하는 게) 약간 부끄러운 마음이 있다. 또 출연하셨던 분들하고도 얘기해 봐야 하고…"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성소수자 다큐가 비슷한 경험을 했겠지만, 이게 사회적인 커밍아웃이지 않나. 주인공뿐 아니라 출연진 모두와 합의해야 하고 안 되면 모자이크 처리를 해야 한다. 너무나 보수화된 한국사회에서 겪어야 할 성소수자 다큐의 숙제인 것 같다. (다운로드 서비스는) 고민해 보겠다"고 전했다.

디렉터스 컷 등 별도 DVD 발매 가능성에 대해서는 "(오늘 상영분이) 가장 최종적으로 편집했던, 나름대로 '디렉터스 컷'이다. 무언가를 더 덧붙이기보다 지금 버전으로 정확한 메시지가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지금 것에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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