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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고발' … 북한 작가의 감정과 저항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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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 지음

 

북한 반체제 작가 반디(필명)의 소설집 '고발'이 출간됐다. 이 작품은 '채식주의자'의 번역가로 잘 알려진 데버러 스미스가 번역한 '고발' 영국판이 2016년 영국 펜(PEN) 번역상을 수상해 문학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몰래 피임약을 먹고, 자신이 출근한 뒤에 또 밥을 짓는 아내를 의심하는 남편, 여행증 없이는 이동이 금지된 상황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는 노모의 임종을 지키려는 아들, 창밖으로 보이는 마르크스와 김일성의 초상화에 경기를 일으키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 큰아버지로 모시는 이에 대한 믿음과 당에 대한 충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재원, 배우인 아들이 보여준 현실의 부조리극 앞에 혼란스러워하는 아버지. '고발'에 수록된 일곱 편의 이야기에는 북한 체제에서 생활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핍진하게 그려져 있다. 작가 반디는 이런 평범한 남녀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끔찍한 부조리를 보여줌으로써 절망과 암흑의 끝에서도 지속되는, 지속되어야 하는 인간애와 희망을 역설한다.

'고발'은 완전히 고립된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초상화다. 동시에 인간은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유지할 수 있고, 생각의 자유를 요구하는 용기는 그것을 억누르는 힘보다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감정과 저항을 표현하는 '고발'은 인간애로 가득하다.

'고발'이 지닌 또 하나의 중요한 가치는 읽는 맛이 살아 있는 아름다운 한국어 문장에 있다. ‘돌따서다(가던 길을 되돌아서다)’ ‘들장 내다(어떤 일의 끝장을 보다)’, ‘꿈만하다(대수롭지 않게 여겨 크게 마음쓰는 것이 없다)’ ‘고패 치다(어떤 물건이 세차게 올랐다 내렸다 하다)’ ‘씨까스르다(쓸까스르다: 남을 추기었다 낮추었다 하며 비위를 거스르다)’ ‘겁석(어떤 대상이 몹시 가벼워 보이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갑자르다(힘이 들거나 뜻대로 되지 않아 낑낑거리다)’ 등 북한에 보존된 풍부한 우리말 표현을 접할 수 있다.

◆ 줄거리 소개

탈북기
남편은 우연히 아내의 피임약을 발견하고 얼마 뒤 자신이 출근하면 아내가 또 밥을 한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자 아내를 의심한다. 아내는 정말 바람을 피우는 것일까? 아내의 일기장을 통해 드러나는 충격적인 진실.

유령의 도시
창밖으로 보이는 김일성과 마르크스의 초상화에 아기가 눈을 뒤집고 경기를 일으키자 엄마는 아기가 초상화를 보지 못하게 덧커튼을 친다. 외국인이 많이 오는 행사 준비를 앞두고 정한 이 도시의 커튼 규칙과 엄마의 당연한 선택이 충돌을 일으킨다. 덧커튼에서 비롯된 비극.

준마의 일생
과거 전쟁 영웅이었던 마부는 공산주의가 그리는 밝은 미래의 상징으로, 입당 기념으로 친구와 함께 마당에 느티나무를 심었었다. 그동안 열과 혼을 다해 당에 헌신했지만 돌아오는 것이라고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쇠붙이 훈장들뿐이다. 체제에 기만당한 주인공의 마지막 선택은….

지척만리
광부인 주인공은 노모가 위급하니 빨리 오라는 전보를 세 차례나 받지만 그 지역은 '1호 행사'로 여행이 제한된 상태다. 발만 구르던 주인공은 친구와 홧술을 마시고 돌아오다가 술김에 여행증 없이 기차에 올라탄다. 아들은 과연 노모의 임종을 지킬 수 있을까?

복마전
'1호 행사'로 복잡한 기차역에 갇혀버린 노부부와 손녀. 할머니는 식량 문제로 한 입이라도 덜까 싶어 걸어가기로 한다. 귀가 안 들리는 노인인 척 문초를 넘기며 길을 가는데, 그만 숨을 곳이 없는 도로 한복판에서 '1호 행사'의 실체인 김일성 행렬을 만난다. 할머니는 어떻게 될까?

무대
김일성 애도 기간에 발견된 빈 술병에 대한 오해로 아들과 말다툼하던 보위부원은 결국 권총까지 빼드는데….

빨간 버섯
한 도시의 된장 공급을 위해 온몸을 바쳐 성실히 일했지만 그 성실성이 오히려 독이 되어 공개 재판까지 당하는 주인공. 그가 마지막으로 외쳤던 '빨간 버섯을 뽑으라‘는 말의 의미는….

반디 지음 | 다산책방 | 276쪽 |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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