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행복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는 서울지방검찰청 검사에서 법무연수원장까지 30년간 검찰에 몸담아 온 변호사 조근호의 인생 공부 이야기이다.
2008년 3월 대전지검장이 되면서부터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조근호의 월요편지’를 써 어느새 9년이 지났다. 이제 그와 인연 맺은 5천 명의 사람들이 매주 ‘월요편지’를 받고 있다. ‘월요편지’는 저자가 하루하루 살아가며 겪은 자기 극복의 과정을 스스로 관찰하고 기록한 내용이다. 그런데 검찰을 떠나자 ‘월요편지’의 내용에도 변화가 생겼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내가 누구인지’ ‘인생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옛날 그리스 철학자들이 하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5쪽)는 등 인생에 대한 모색이 깊어졌다고 한다.
이 책은 이 시기 삶과 인생의 의미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한 에세이다. “30년 공직에서 벗어나 50대 후반을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인생을 그대로 보여”주어(6쪽) 독자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돌아볼 시간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인생 자체에 대한 고민부터 새로 시작한 사업, 함께 있을 시간이 더 소중하기만 한 가족들, 더 넓어진 인간관계를 어떻게 잘 꾸려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 인생 후반전을 더 건강하고 풍요롭게 할 운동과 도전의 필요성, 문화와 여행에 대한 소중함까지.
책 속으로
기분 좋은 일이 생기면 그냥 그 행복을 즐기면 됩니다. 만약 기분 나쁜 일이 생기면 행복해질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러면 반응이 달라질 것입니다. 기분 나쁜 일이 생길 때마다 ‘해피 찬스Happy Chance’를 외쳐봅시다. (…) 만약 집에 들어갔더니 현관에 신발들이 마구 어질러져 있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아내에게 분노하는 자동적 사고가 일어났을 텐데 순간 ‘해피 찬스’를 외치고 신발을 가지런히 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랬더니 내 기분도 좋아지고 이를 바라보는 아내도 미안해하며 같이 거들어 집안이 모두 행복해졌습니다. 여러분 어떠신가요. 다 같이 ‘해피 찬스’를 외쳐야 하지 않을까요?
-28쪽
아내가 다리를 다쳐 뒷바라지하는 동안, 그 선배님은 수십 년의 세월이 묻어버린 ‘아내’라는 소중한 사람을 재발견한 것입니다. 아내를 뒷바라지하면서 저녁을 차려주고 말벗을 해주는 것이 이 세상 그 누구하고의 약속보다도 더 귀하다는 사실, 사법시험을 합격하고 검찰총장에 오를 정도로 많은 법률지식과 검찰 업무지식을 가지고 있었어도 그 지식의 무게는 하루면 알 수 있는 아내의 음식 취향이라는 간단한 지식보다 가볍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수십 년이 걸린 것입니다.
-112~113쪽
저는 조카들과 헤어지면서 바람이 생겼습니다. 이 예쁜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하여 대학교에 합격하면 입학식에도 가고 졸업식에도 갈 것입니다. 그리고 모두 여자인 열한 명의 조카들이 결혼할 때 손잡고 버진로드를 걸어갈 아빠가 없으면 제가 대신 데리고 들어가고 싶습니다. 조카들이니까요. 아마도 다섯 살 아름이가 시집가려면 적어도 25년은 걸릴 테니 80세까지는 건강하게 살아야겠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상상을 하니 저도 몰래 입가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248~249쪽
이포교에서 낙동강 하굿둑까지 4박 5일을 달렸습니다. 족히 4백 킬로미터 이상을 달렸습니다. 매일 여덟 시간 정도, 80킬로미터에서 1백 킬로미터를 달렸습니다. 저 자신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아직까지는 무엇에 새로이 도전할 용기가 충분하구나. 수고했다. 조근호.” 이 경험을 통해 앞으로 인생에 그 무엇이라도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평소 등산도 좋아하지 않고 마라톤은 아예 도전해볼 생각도 가지지 않았는데 자전거가 저를 새롭게 해주었습니다. 인간의 몸은 우리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나 봅니다.
-315쪽
조근호 지음 | 김영사 | 316쪽 |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