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방기(新技訪記)'는 새롭고 독특한 기술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편집자 주]기도폐쇄는 공기가 폐로 통하는 통로가 폐쇄된 현상으로 주로 식사 도중 음식물이 목에 걸려 발생하거나 감염 등에 의해 기도세포가 부어올라 기도가 막히는 경우를 말합니다.
기도폐쇄는 곧 질식상태로 이어지기 때문에 5~10분 안팎의 '골든타임' 안에 응급조치를 해야만 뇌손상이나 사망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하임리히 요법'입니다.
음식물로 기도가 막히자 하임리히 요법을 시행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흉부외과 전문의인 하임리히 박사(2016년 별세)가 신시내티 유대인 병원에서 일하던 1974년 개발한 하임리히 요법은 기도나 목구멍이 막혀 질식상태에 이른 환자를 현장에서 급히 구하기 위한 요법입니다. 환자의 등 뒤에 서서 갈비뼈 밑으로 양팔을 두르고 배꼽 윗 부분을 세게 당겨 압박하면서 환자의 목에 걸린 이물질을 토해내게 합니다. 환자의 등 뒤에서 복부를 한 팔로 감싸고 다른 팔로 환자의 어깻죽지 가운데를 강하게 내리치는 방법도 있습니다.
미국 할리우드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83세이던 2014년 한 골프 행사에서 치즈를 먹다 기도가 막힌 행사 진행자에게 하임리히 요법을 실시해 그를 살린 일화가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하임리히 박사 자신도 한 실버타운 시설에서 생활하던 중 식사를 하던 동료 거주자에게 하임리히 요법을 실시해 목에 걸린 햄버거 조각을 토해내게 했습니다.
이 요법은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보편적인 응급 요법이긴 하지만 뼈와 장기가 약한 어린아이에게 하임리히 요법을 실시할 경우 골절이나 장기손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고 평소 숙지하지 않으면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2016년 3월 미국 의학 학술지인 '아메리칸 저널 오브 이머전시 메디신'(American Journal of Emergency Medicine)에는 흥미로운 기도폐쇄 처치 장치에 대한 논문이 발표됩니다.
어린 아들이 포도가 목에 걸려 질식상태에 빠지자 하임리히 요법을 처치했지만 끝내 숨졌다는 한 엄마의 사연을 접한 아서 리(Arthur Lih)는 2014년 브로디 박사, 지인들과 함께 뉴욕 스프링 필드 가든에 회사를 설립하고 이물질이 목구멍에 걸려 질식상태에 빠진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기구 '라이프백(LifeVac)'을 개발합니다.
라이프백은 특허받은 밸브로 설계되어 마스크를 통해 공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로 우리의 고무 흡착기인 '뚫어뻥'과 생김새와 원리가 비슷합니다. 산소호흡기를 닮은 이 밸브의 마스크를 환자의 코와 입의 안면부에 흡착시켜 진공상태로 만든 뒤 잡아당기면 목에 걸린 이물질을 쉽게 빠져나오게 됩니다.
지난 1월 애쉬베리 헬스 그룹(Ashberry Health Group)이 영국 웨일스 디버드 주에 운영하는 노인 요양원 'Allt-Y-Mynydd Care Home'에서 이 라이프백을 구입한지 이틀 뒤 점심식사를 하던 한 할머니의 목에 음식물이 걸리자 이 장치로 단 한번에 토해내게 해 목숨을 구한 일이 알려졌습니다.
소식을 접한 아서 리 라이프백 창업자는 "질식 피해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고안된 라이프백이 생명을 구해 매우 기쁘다"며 "라이프백은 의사와 EMT(Emergency Medical Technician)에 의해 개발되고 처방전 없이도 사용이 승인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에서는 매년 4천명이 넘는 환자가 질식으로 사망하고, 전 세계적으로는 10만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한국도 만만치 않습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 음식물 섭취 중 기도폐쇄로 119구급대가 이송한 환자는 400여명으로 이중 88명이 사망했습니다. 원인이 된 음식으로 떡이 절반에 가까웠고, 과일이나 고기, 낙지가 뒤를 이었습니다. 전체 환자의 50% 가량이 80대 이상 노인이었으며 70대(28.4%), 60대(14.8%) 등 60대 이상이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라이프백은 학교나 요양원, 이물질로 인한 질식 위험이 높은 곳에서 쉽게 사용이 가능한 제품이어서 현지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임리히 요법이 현재까지 가장 잘 알려졌지만 물리적인 힘을 신체에 가해야 하기 때문에 숙달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다소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공시설에 심정지 환자를 위해 자동제세동기(AED)를 확보하는 것처럼 라이프백을 비치한다면 음식물 등으로 인한 질식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더 쉬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뚫어뻥' 사용 경험이 있다면, 라이프백 사용법 동영상을 보고 쉽게 숙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0여년간 전 세계 질식 환자들의 목숨을 구했던 하임리히 요법이 간단한 도구로 대체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비닐백에 든 응급 시설용(EMS) 제품은 65달러(약 7만5천원)이며 대량으로 구입할수록 가격이 최대 10달러 할인됩니다. 긴 원통에 든 일반용은 69.95달러(약 8만원)로 밸브와 테스트용 마스크가 달린 일체형 제품과 성인용 마스크, 소아용 마스크가 각 1개씩 포함되어 있습니다. 교체형으로 별도 구매가 가능한 성인용과 소아용 마스크는 각 5.95달러(약 7천원)입니다.
전문가들은 환자가 발생할 경우, 섣부른 처치보다 119에 즉시 신고하고 필요한 처치에 대한 안내를 받으라고 합니다. 여의치 않을 경우 하임리히 요법이나 라이프백을 사용하고 환자 상태에 따라 심폐소생술을 해야 합니다. 하임리히 요법과 심폐소생술을 평소 익혀두고 라이프백과 같은 구급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면 나와 가족에게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위험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