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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자처한 문재인, 성소수자 인권은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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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공약했던 차별금지법 '선 긋기'에 비판 나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여성의 권익 향상에 앞장서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한 문재인 후보에게 '성소수자 인권'은 '나중에' 챙겨야 할 문제일까.

16일 오후, 온라인 매체 닷페이스에는 한 동영상이 올라왔다. 같은 날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문 전 대표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포럼에 참석한 한 성소수자가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문 전 대표의 입장을 묻는 내용이었다. 해당 영상은 17일 오전 9시 현재 15만 뷰를 기록했다. (바로가기)

이 참석자는 "저는 여성이고 동성애자인데 제 인권을 반으로 자를 수 있습니까. 제 평등권을 반반으로 자를 수 있느냐는 말입니다. 유력 대선후보시면 대답을 해주시란 말입니다. 왜 이 성평등 정책 안에 동성애자에 대한 성평등을 포함하지 못하시는 겁니까"라고 외쳤다.

이때 문 전 대표는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를 드릴게요"라고 말했고, 장내를 채운 문 전 대표의 지지자들 역시 "나중에!"를 연호하며 이 참석자가 발언을 이어가지 못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 SNS상에서는 '문재인 지지는 #나중에' 등의 표현으로 이날 발언을 꼬집는 쪽과, 문 전 대표를 옹호하는 쪽이 격론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문 전 대표는 같은 날 △국가가 아이를 함께 키우는 나라 △여성 일자리 차별 철폐 △비정규직 여성의 노동권과 모성권 보장 등을 골자로 한 성평등 정책을 발표하면서, "저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문 전 대표가 여성과 성소수자의 권익 모두 '인권'과 직결되어 있는데도, 한쪽은 적극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다른 한 쪽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의 이같은 '모순'은, 지난 13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보수 기독교단체를 만난 자리에서의 발언으로 드러났다. 그는 "동성혼은 국민정서상이나 현행 법체계에서 허용되고 있지 않지만 다른 성적지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배제되거나 차별돼서는 안 되도록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에 규정돼 있으므로 추가 입법으로 인한 불필요한 논란을 막아야 된다는 것이 민주당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인권단체들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차별금지법 반대하는 민주당과 문재인을 규탄한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트위터)

 

차별금지법은 헌법의 평등이념에 따라 성별·장애·병력·나이·출신국가·출신민족·인종·피부색·언어·출신지역·용모 등의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가족형태 및 가족상황·종교·사상이나 정치적 의견·범죄전력·보호처분·성적지향·학력·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 모든 영역에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당시 '차별금지법 제정과 동성커플의 사회적 의무와 권리에 대한 제도적 대안마련'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5년 만에 자신의 공약을 뒤집은 셈이다.

자연히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녹색당은 15일 성명을 내어 "동성애는 연령, 인종, 장애여부, 성별정체성 등 개인의 사회적 정체성을 이루는 요소 중 하나이고 지지나 철회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정권교체와 적폐청산을 외치는 야권의 대선후보가 혐오선동세력에게 무릎 꿇고 사회적 소수자를 ‘팔아’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은 깊은 배신감과 절망을 준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녹색당은 "문 후보가 '염려하지 마시라'며 안심시켜야 할 대상은 보수기독교 인사들이 아니라, 매일의 일상에서 크고 작은 소외와 차별, 혐오를 견디며 살아가는 시민들이다. 그래서 차별금지법 제정, 동성결혼 법제화 등 성소수자를 위한 제도보완이 시급하고 중요하다"며 "문재인 씨가 만들겠다는 그 새로운 나라에 소수자의 자리가 있는가? 같이 가자고 시민들에게 손 내밀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사진=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트위터)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인권단체들도 16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민주당과 문 전 대표를 규탄했다.

이들은 "차별금지법은 유엔 등 국제 인권 규범은 물론 대한민국 헌법으로 보장된 평등권으로부터 당연히 도출되는 국민의 권리"라며 " 차별금지법은 단순히 성소수자만을 위한 법이 아니며, 그동안 어디 말할 곳 없이 차별적인 제도와 사회구조 아래 참고 견뎌온 사람들에게 마이크를 쥐어주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직도 대한민국에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처벌하는 군형법 조항이 존재하고, 청소년 성소수자 두 명 중 한 명이 자살을 시도한다.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만으로 직장에서 쫓겨나는가 하면, 사랑하는 동성 애인이 가족으로 인정되지 못한 채 배제되고, HIV/AIDS 감염인이라는 이유로 진료거부 당하기가 부지기수다. 성소수자에게 인권은 목숨"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시민들이 외친 '적폐 청산'은 국정농단에 대한 처벌 너머 모두의 존엄을 보장하고 이 땅에 민주주의 가치를 새롭게 세우자는 엄중한 요구"라며 "그런 중에 문 전 대표는 합의를 명분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없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는 민주주의와 존엄을 위한 사회변화 의지를 배제한 채 때이른 표심 장사에 국민의 기본권을 내다 버리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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