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특검의 1차 칼날을 피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두 번째 공격은 막아내지 못했다.
이건희 회장이 3년째 와병중인 가운데 삼성은 사상 처음으로 ‘총수부재 사태‘를 맞게 됐다.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치소로 이동하는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미래전략실장인 최지성 부회장과 차장인 장충기 사장 등 그룹 수뇌부는 전날 오후 늦게 끝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이재용 부회장이 구치소에서 대기하는 등안 서초동 그룹 사옥에서 밤새 대기했지만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는 소식에 망연자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전실 대다수 팀장들도 서초동 사옥에서 밤을 지새웠고 커뮤니케이션팀 임원 2명과 미래 부-차장급 간부 직원 10명도 의왕 서울구치소 앞에서 이 부회장을 기다렸다.
그러나 이들 모두 허탈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은 사상 초유의 총수구속 사태를 맞게 됐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 역시 수사를 받기는 했지만 불구속 상태였다.
따라서 일상적인 경영활동은 계열사 CEO를 중심으로 이뤄지겠지만 M&A와 지배구조 개편, 대형 투자 등 굵직굵직한 경영현안들은 줄줄이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급한 불은 우리 시간으로 17일 밤 미국에서 진행될 하만 주주총회다.
우리나라의 해외 M&A 사상 최대규모인 9조원 짜리 거래이자, 삼성의 미래 먹거리 가운데 하나인 자동차 전장사업을 위한 하만 인수가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또 특검수사 때문에 지난해 12월 1일에서 미뤄둔 사장단 인사도 손을 댈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당초 특검수사가 종료 되는대로 미래전략실 해체를 단행하기로 했었지만 이 역시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해 자신이 직접 점검해 발표했고 다음달부터 시행하기로 한 ‘뉴삼성 인사제도 개편방안’도 표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투기자본 엘리엇의 주주제안으로 재점화된 지배구조 개편 등의 현안도 당초 약속대로 상반기 중에 결과를 내놓기로 했었지만 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상 첫 총수 구속이라는 폭탄을 맞은 삼성은 당분간 그로기 상태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