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반(反)헌법행위자 열전 수록 집중검토 대상자 명단발표’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이번에 선정된 집중검토 대상자 중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도 포함돼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반헌헙행위자열전 수록 집중검토대상자 405명의 명단이 발표되었다. '반헌헙행위자열전편찬위원회(열전편찬위)'는 16일 오전 10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들 명단을 발표했다. 연인원 628명, 중복자를 제외한 순 인원만 405명이다. 여기에는 지난해 7월 13일 발표한 1차 명단(99명)도 포함돼 있다.
이날 회견에서 405명의 명단을 이해동(청암언론재단 이사장),김중배(전 MBC문화방송 대표이사),김정헌(전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홍세화(장발장은행장)씨 등 4명이 100여명씩 나눠 일일이 한 명씩 호명했다.
반헌법행위 유형은 △민간인 학살 △내란 △고문 조작 △간첩조작 △부정선거 △언론탄압 △문민정부 이후 반헌법적 사건 등으로 구분돼 있다. 민간인 학살 104명(중복제외 66명), 내란 86명(중복제외 61명), 부정선거 60명(중복제외 43명), 고문조작 221명(중복제외 129명), 간첩조작 92명(중복제외 65명), 언론탄압 25명(중복제외 10명), 문민정부 이후 40명(중복제외 31명)이며, 정권별로는 이승만 정권 170명(중복제외 112명), 박정희 정권 209명(중복제외 119명), 전두환 정권 171명(중복제외 117명), 노태우 정권 28명(중복제외 18명), 김영삼 정권 7명(중복제외 5명), 김대중 정권 1명, 이명박 정권 16명(중복제외 15명), 박근혜 정권 26명(중복제외 18명)이다.
주목할 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군사쿠데타, 유신, 긴급조치, 민청학련 사건 등 모두 10건의 사건에서 집중검토 대상자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여기에 김기춘·김형욱·신직수 등도 9번이나 이름이 중복됐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모두 8번의 사건에서 집중검토 대상자로 선정됐다.
현재 공직자 최소 7인, 최대 11명 포함
이번에 선정된 집중검토 대상자 중 최소 7인, 최대 11인은 현 공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화교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에 연루된 국정원 직원 4명의 퇴직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현직에 있는 공직자 숫자를 확정하지 못했다.
이들 중 특기할 인물은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구조 직무유기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 2가지 사안과 관련해 선정됐고, 황 권한대행은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 수사방해, 세월호 참사 구조 직무유기, 통합진보당 해산 등 3개 사안과 관련해 집중검토 대상자로 선정됐다.
요직 역임자 '수두룩'이승만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등 모두 6명의 대통령이 반헌법 인물로 선정됐고, 국회의장 4명, 대법원장 3명이 집중검토 대상자로 선정됐다. 헌법과 법률을 관장하고 이를 집행하는 대법원장(4명), 대법관·대법원 판사(22명), 헌법재판소장(1명), 헌법재판관(3명)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이외에도 직군별로는 사법부 40명, 검찰 69명, 군출신(영관급 이상) 111명, 보안사(CIC·방첩대·특무대 포함) 33명, 중정·안기부·국정원 69명, 경찰 60명으로 집계됐다.
문민정부 이후 반헌법사건 분야 집중검토 대상자는 11건의 사건에 총 인원 40명, 순 인원 31명이다. 사건별로는 안풍사건(대선자금 안기부 계좌관리 사건)(2명), 총풍 사건(판문점 총격 요청 사건)(2명), 북풍 사건(안기부 대선개입 사건)(3명), 검찰의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1명), 광우병 촛불집회 폭력 진압 사건(3명), 용산 참사(용산철거민 과징진압 사망 사건)(2명), 이명박 정부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3명),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8명), 세월호 구조실패 및 직무유기 사건(4명),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사건(3명), 박근혜 정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9명) 등이다.
총 405명 중 생존자는 15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는 친일인명사전 발간당시 4000여 명의 수록자 중 2인만이 생존해 있었던 것과 큰 대조를 이룬다. 여성은 박근혜 대통령과 조윤선 전 문화부장관 2인 뿐인 것으로 알려져, 여성들이 헌법을 파괴할만한 권력에 근접하지 못했던 차별적 현실을 보여준다.
한홍구 교수(성공회대학교 민주자료관 관장)는 "편찬위원회가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숫자의 최대치를 300여 명으로 잡았으나 400여 명으로 늘어난 것은 '언론 탄압', '문민 정부 이후'가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노동 탄압'은 제외되어 아쉽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조작 간첩 사건의 경우 관련자가 많게는 100명이 넘어 사건당 1-2명 선정했고, 민간인 학살 사건은 40만-50만명이 죽었는데 겨우 66명을 선정하는데 그쳤다"고 말했다.
16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반(反)헌법행위자 열전 수록 집중검토 대상자 명단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이번에 선정된 집중검토 대상자 중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도 포함돼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이만열 열전편찬위 상임대표(전 국사편찬위원장)는 인사말에서 "대다수 국민을 경악케 한 국정농단 사태가 가능할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는 바로 민주공화국의 헌정질서를 유린한 반헌법 행위자들이 응분의 처벌을 받지 않고 오히려 활개 치며 이 사회를 주물러온데 있다"며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 사업은 우리 사회의 근본개혁을 위한 새로운 행보에 적지 않은 힘이 돼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열전편찬위' 측은 대상자 본인이나 가족 등의 이의 신청과 반론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집중검토 대상자 명단을 사전에 공개했으며, 이후 '반헌법행위자열전' 수록인물을 확정하고 집필하기에 앞서 여러 자료수집 및 검토를 통해 면밀한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아울러 헌법학자, 현대사학자, 정치학자, 변호사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신중한 심사를 거쳐 열전의 수록대상자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반헌법열전편찬위원회는 이날 열전 수록 대상자 명단을 발표하는 자리를 빌어, 상훈법의 서훈 취소 요건에 해당되는 경우는 물론, 그 밖에 반헌법행위가 분명한 경우에는 서훈을 취소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만들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반헌법적, 불법적 행위로 인하여 국가로 하여금 손해배상을 하도록 만든 자들에 대해서 정부가 구상권을 끝까지 철저히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을 만들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