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 이민행정 명령을 놓고 사법부와도 충돌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행정명령의 효력을 정지시킨 판사에 대해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으면서, 대통령이 삼권분립을 규정한 미국 헌법까지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모든 법적수단 강구"…트럼프 행정부, 사법부와도 충돌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입국을 전면 금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 이민 행정명령이 발동된지 딱 일주일 만에 효력이 전면 중지됐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3일 저녁, 미국 시애틀 연방지법의 제임스 로바트 연방판사가 반 이민 행정명령의 효력을 전국적으로 중지시키는 결정을 내놨기 때문이다.
미 법무부가 연방항소법원에 행정명령의 효력을 되살려 달라고 긴급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다음날 기각되면서 행정명령은 힘을 잃었다. 그동안 입국이 금지됐던 이슬람 7개국 국민들의 입국이 재개됐고, 항공사들도 미국행 비행기에 이들 국민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불과 1주일만에 행정명령이 무력화되자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행정명령을 복귀시키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5일 미국 abc뉴스와의 대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민의 안전을 가장 먼저 지키겠다고 말했고, 때문에 행정명령은 적법하고 적절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로바트 판사의 결정을 뒤집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법무부의 항고로 진행 중인 연방항소법원의 항소심은 물론 연방대법원까지 가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트럼프 행정부와 사법부의 격돌은 불가피해졌다.
◇ "소위 판사라는 작자의…" 트럼프 막말에 삼권분립 흔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행정명령이 무력화 되자, 트위터를 통해 행정명령에 제동을 건 로바트 판사를 '소위 판사라는 작자'(so-called judge)라고 공격하면서 발끈했다.
트럼프는 4일, 그의 트위터에서 "특히나 이 나라에서 법집행을 집어치워버린 소위 판사라는 작자의 의견은 우스꽝스럽고, 앞으로 뒤집어질 것!"이라고 감정적 언사를 쏟아냈다.
로바트 연방법원 판사를 '소위 판사.."(so-called judge)라고 비난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사법부의 판단에 불복할 수는 있지만,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해당 판사에 대한 인신공격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국 내 여론은 또다시 들끓고 있다.
특히 미국 민주당은 대통령이 연방법원 판사를 인신공격해 미국 헌법의 기본인 삼권분립마저 흔들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공화당 출신인 조지 부시 대통령이 지명했고, 미국 상원 인준을 만장일치로 통과한 로바트 판사를 두고 '소위 판사' 운운해 사법부의 권위를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패트릭 레이히 버몬트주 상원의원(민주당)은 "트럼프의 법치에 대한 적개심은 난감함을 넘어 위험하다"며 "트럼프는 헌법의 위기를 가져오려고 의도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격앙된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닐 고서치 연방대법관의 인준을 저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 즉 의사진행 방해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닐 고서치 연방대법관 내정자도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버드 로스쿨의 로렌스 트라이브 헌법학 교수는 민주당에게 "닐 고서치 내정자에게 트럼프의 '소위 판사' 발언을 비난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좋은 전략이 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고서치가 판사를 인신공격한 트럼프의 발언을 비난하지 않는다면, 스스로가 함정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반 이민 행정명령의 효력이 정지됐지만, 반(反) 트럼프 시위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휴가를 보내고 있는 플로리다의 마라라고 리조트에도 시위대가 모여들었다. 또 런던과 파리, 베를린 등 유럽 주요도시에서도 반 트럼프 시위는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