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회, 파업을 벌인 노조가 회사에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이 잇따라 내려진 가운데, 마지막 해법인 '노란봉투법' 국회 상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 신발 던지면 250만원, 파업하면 90억원… 노동권 비웃는 '손배소'지난달 24일, 수원지법은 초박막 액정표시장치(TFT-LCD) 제조업체 하이디스 경영진 5명이 이상목 하이디스 지회장 등 노조원 3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모욕)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이디스는 지난 2015년 1월 경영난을 이유로 전체 직원 377명 가운데 330여명을 정리해고 대상으로 올리고, 결국 이들 대부분이 해고됐다.
하이디스 노조 10여명은 하이디스를 인수한 대만계 모기업 융펑위(永豊餘) 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원정 항의시위를 벌였고, 집회 도중 경영진 사진을 세우고 신발을 맞추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에 경영진은 모욕을 당했다며 총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조 판사는 집회 당시 현장에 없었던 이 지회장을 제외한 윤씨 등 피고 2명에게 "원고들에게 총 2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지회장은 "노동자가 시위를 한 억울한 일은 전혀 살피지 않고, 회사 측 주장만 인용해서 판결을 내린다"며 "불합리한 판결에 맞서 끝까지 항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공장 점거파업을 벌인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들은 무려 90억원을 물어내야 한다.
다음날인 25일에는 부산고등법원 제1민사부가 현대차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의 항소를 기각하고 9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현대차는 2010년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25일간 공장을 점거 파업한 노동자 27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같은 해 11월부터 7년째 이어진 재판 과정에서 사측이 노조를 탈퇴하고 신규 채용에 응한 소송 대상자만 선별해 소를 취하하면서 소송 대상인 피고는 5명으로 줄어들었지만, 손해배상 금액은 그대로 남았다.
노동자 측 소송 대리를 맡은 정기호 변호사는 "현재의 자본주의 법 질서 하에서는 불가피한 판결"이라며 "노조법상 쟁의행위로 발생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하는 법 제도가 도입되지 않는 한 현행 법 상으로는 기각되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 마지막 희망 '노란봉투법' 이번 주말까지 상정돼야… 여야 간사 합의 넘을까이처럼 재판부가 잇따라 사측의 손을 들어주는 가운데, 노동계는 노동3권을 제약하는 무분별한 손배가압류를 막는 방법으로 국회에 발의된 노란봉투법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노란봉투법 개정안에는 ▲ 평화적인 노동쟁의에 대한 손배소 청구를 막고 ▲ 노동자 개인, 신용보증인에게 손배 책임을 묻지 않으며 ▲ 손배 청구 금액에도 상한선을 두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번 20대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은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지난달 18일에 발의해 아직 45일이 지나지 않아 자동 상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월 임시국회에서는 오는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되어야 다음날 법안 심의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 전에 환노위 여야 간사가 '노란봉투법' 상정에 합의해야만 논의라도 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19대 국회에서도 '노란봉투법'이 발의됐다가 새누리당의 거센 반대로 상임위에서 한 차례 논의된 뒤 곧 폐기됐던 전례를 살펴보면, 이번에도 구여권 의원들의 반대로 법안 상정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손배소 피해 노동자들은 오는 7일 오전 국회에서 법안 상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날인 8일 피해사례 및 법안 토론회를 진행하며 활발한 입법 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노란봉투법'을 발의한 더민주 강병원 의원은 "노동조합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많은 노동자들이 손배가압류로 고통 받는다"며 "'노란봉투법'이 2월 국회에서 통과돼 고통 받는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안을 최근에 발의해 환노위 여야 간사 합의를 거쳐야만 안건으로 상정될 수 있다"며 "반드시 간사들이 합의해 2월 국회에서 논의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