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거점 역할을 하는 포켓스톱이 도심지에는 빽빽하게 몰려 있지만, 충남·경남 등 지방에서는 포켓스톱 밀집지가 드물어 사용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포켓몬고 게임화면.(사진=연합뉴스)
유명 모바일 위치기반(LBS) 게임 '포켓몬고'가 국민 게임으로 떠오른 가운데 지방 사용자들사이에서는 불만이 들끓고 있다.
게임의 거점 역할을 하는 '포켓스톱'이 서울 시내 등 인구밀집지에 몰려 있고 교외나 지방에는 그 수가 너무 적어 '도농격차'가 크다는 것이다.
포켓몬고는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실제 지형지물에 숨어 있는 귀여운 괴물인 '포켓몬'을 잡는 것이 기본 뼈대다.
특히 야외 조형물이나 호텔·카페 등에 세워지는 포켓스톱은 게임 아이템을 공짜로 얻을 수 있고 포켓몬도 많이 나타나, 플레이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주변의 포켓스톱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러나 포켓스톱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주로 세워지기 때문에 지역별로 차이가 크다.
2일 연합뉴스가 포켓스톱의 국내 지역별 현황을 확인한 결과 서울 광화문이나 부산 해운대 등 도심지에는 포켓스톱이 빽빽하게 몰려 있지만, 충남·경남 등 지방에서는 포켓스톱 밀집지가 훨씬 드물었다.
예컨대 경북 봉화군이나 경남 거제시는 군·시 중심지를 벗어나면 포켓스톱을 찾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지방 사용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도심지 거주자들은 직장·집 주변에 포켓스톱이 흔해 편하게 포켓몬고를 즐길 수 있지만, 외곽 지역에 사는 사용자들은 포켓스톱을 찾으려고 먼 곳까지 '원정'을 가야 해 불편하다는 얘기다.
한 네티즌은 "'포세권(포켓몬과 역세권을 조합한 신조어·포켓스톱이 많은 지역을 뜻함)에서 멀리 산다는 사실 때문에 게임에서마저 빈익빈 부익부를 실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네티즌은 "도시 사람은 동네 산책만 해도 포켓스톱에서 포켓볼(포켓몬을 잡을 때 필요한 아이템)을 수십 개를 얻는데, 시골에서는 포켓볼도 부족해 유료 아이템을 구매해야 할 지경"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포세권 도농격차 지적은 예전에도 있었다. 포켓몬고의 고향인 미국의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에서는 작년 여름 '포켓스톱의 지역 불평등은 영화 설국열차를 떠오르게 할 정도'란 게시물이 큰 화제가 됐다.
설국열차는 미래 열차 안에서 꼬리 칸에 사는 하층민과 열차 앞쪽 칸에 사는 특권층 사이의 투쟁을 다룬 작품이다.
포켓스톱이 드물어 포켓몬도 제대로 못 잡는 외곽지 유저들이 영화 속 꼬리 칸 빈민 처지와 비슷하다고 비꼰 것이다.
포켓몬고의 개발사인 나이앤틱은 애초 사용자 요청이 들어오면 심사를 거쳐 특정 지점에 포켓스톱을 신설해줬지만, 작년 7월 말 신청 접수를 중단했다.
나이앤틱은 언제 포켓스톱 신설 신청을 재개할지를 밝히진 않았다.
C넷 등 외신에 따르면 나이앤틱은 포켓스톱의 위치를 정할 때 과거 자사 위치기반 게임인 '인그레스'(2014년작)의 데이터를 많이 참고한다.
인그레스 사용자가 과거 특정 지점을 게임의 거점인 '포털'로 정해놓으면 이곳이 포켓몬고의 포켓스톱이 될 확률이 거의 100%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외에서는 포켓스톱을 찾을 때 인그레스 포털 지도를 많이 쓴다.
지난달 24일 출시된 포켓몬고 한국판도 인그레스의 포털 위치를 고스란히 옮겨 포켓스톱이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인그레스는 귀여운 캐릭터가 나오는 포켓몬고와 달리 SF영화 풍의 딱딱한 분위기에 게임 방식도 복잡해 한국에서는 IT(정보기술) 종사자 등 일부에서 마니아층이 형성됐다.
이 때문에 국내 커뮤니티에서는 '포세권이 아닌 곳에 사는 사람들은 결국 동네에 인그레스 사용자가 없었다는 것을 탓해야 할 판'이라는 한탄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인그레스 포털을 특정 지역에 대거 만들면 포켓스톱도 자연스럽게 늘릴 수 있지 않느냐는 제안도 있지만 이도 여의치 않다. 나이앤틱은 2015년 9월 이후 지금껏 인그레스 포털 신설에 관한 요청 접수도 중단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