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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건설과 함께 발파된 시골교회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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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 빛마을교회의 강제 철거 위기

경북 영주시 문수면에 위치한 빛마을교회는 장애인, 청년, 어린이 등 총 열 18명의 지체들이 함께 생활하며 선교활동을 꿈꾸는 선교공동체다.

이희진 목사가 2010년 5월에 교회를 세워 문수면 일대 주민들을 대상으로 마을 잔치와 이미용 봉사, 한방진료, 발 마사지 등 지역에 필요한 섬김 사역을 펼치며, 조금씩 자리를 잡아왔다.

경북 영주시 문수면에 위치한 빛마을교회 예배당 건물 외경.

 


◇ 교회에 날아온 철도부지편입 통보문

월세를 전전하던 교회는 여러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2012년 12월에 지금의 교회 부지를 매입할 수 있었고, 이듬해인 2013년 8월에 현재의 예배당을 건축해 봉헌했다.

그로부터 2년이 채 안 된 2015년 5월 29일, 빛마을교회는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철도부지편입 통보문’을 받았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중앙선 도담~영천 구간 복선 전철화 사업’으로 교회 앞마당에 철길이 뚫리면서 2년 전 건축허가를 받은 예배당 건물을 모두 헐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빛마을교회가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받은 고시장.

 


◇ 비현실적인 보상금과 합의 절차

철도시설공단는 교회에 통지 없이 지장물 조사와 감정평가를 진행해 보상금을 제시했다. 교회 부지를 구입할 때 분할하여 구입한 땅은 제대로 고시하지도 않았다. 뒤늦게 1차 감정평가내역과 손실보상협의 요청서를 받았지만 보상금이 현실적이지 않다.

교회를 건축하며 들어간 비용은 1억 2천~5천여만 원.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고, 공동체 식구들이 4개월 동안 새벽부터 저녁까지 건축에 참여해 인건비를 줄인 결과다. 하지만 건물 감정평가 결과 제시 받은 보상금은 9천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토지 보상금 역시 턱 없이 적게 책정됐다. 인근에 교회 부지가 될 만한 곳의 대지 가격이 평당 70-100만 원인데, 교회에는 평당 20만 원의 보상금이 책정됐다. 교회 길 건너편 맹지도 평당 20만원 수준인데, 교회 밭의 보상금은 11만 4천원밖에 되지 않는다.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토지가격과 감가상각에 의한 건물 감정평가로 인해 교회의 이전과 존립은 거의 불가한 상태다. 그럼에도 건축비의 3분의 2도 보상받지 못한 채 무조건 교회를 옮겨야만 하는 억울한 현실에 교회는 계속해서 시설공단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 주거 시설로 인정되지 않는 교회건물

현재 빛마을교회에는 18명이 실제로 거주 하고 있음에도 ‘종교 시설’인 교회 건물은 ‘주거 시설’로 인정되지 않아 이주정착금마저 지원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다만 교회 물건과 18명의 이사비용으로 100만 원이 책정됐다.

용무가 있어 외출한 이들을 제외하고는 늘 식사와 생활을 함께하는 빛마을교회 공동체.

 


이에 대해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주거이전비와 이주정착금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주거용 건축물에서 생활해야 한다”며, “실제 용도가 주거용이거나 관계법령에 따라 주거용으로 용도변경이 가능한 건물로서 실제 주거용으로 이용하여야 하나, 교회는 종교시설로 주거용 건물이 아니므로 거주자 조사 대상에도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모든 건축물에 대한 건물의 소유자 또는 세입자는 확인하고 있으나 일시적인 거주자 등은 조사가 불가하다”며, “회사 당직실에 직원들이 잠을 잔다고 해서 그 공간을 주거용 건물로 볼 수는 없다”고 답했다. 현재 이희진 목사 부부를 비롯한 공동체 식구 12명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도 교회로 되어 있지만, 이 역시도 거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처럼 여러 명의 사람이 모여 공동체 생활을 하거나 별도의 사택을 마련할 형편이 되지 않아 교회에서 생활하는 사역자들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지만, 국가의 공공사업 등에 의해 빛마을교회와 동일한 상황을 맞이한다면 어느 교회도 주거 시설로 인정받지 못해 보상이나 협의에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인 것이다.

◇ 시공사의 가림막 없는 공사 돌입

이런 와중에 교회입구에서 직선거리로 6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산에서는 작년 3월부터 시공사가 터널 구축 공사에 돌입했다. 터널을 만들기 위해 여러 차례 바위를 깨고 발파하면서 소음과 분진 날림 등이 발생했다.

또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보호 장치 하나가 없었다. 교회가 수차례 민원을 넣은 후에야 작년 11월에 겨우 가림막을 설치했다.

교회와 불과 6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는 터널 구축 공사가 한창이다.

 


이러한 막무가내식 공사 진행에 주민들도 분통을 터뜨렸다. 교회 뒷집에서 축산업에 종사하는 최원섭 씨는 “공사를 시작하고 아끼던 송아지가 세 마리가 죽었고, 원래 70~80%정도 됐던 수정성공률도 50%도 안 된다”며, “황토로 지은 흙집에도 이곳저곳 균열이 갔는데 우연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여기서만 20년 가까이 살며 소를 키웠는데 보상액이 너무 터무니없고, 다른 곳으로 옮겨도 요즘에는 축사 허가가 잘 나지 않아 막막하다”고 했다.

◇ 교단 차원의 움직임 있었나

빛마을교회가 소속해 있는 기독교대한감리회는 개인이 교회를 사유화 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교회 재산을 모두 교단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다. 빛마을교회 역시 2014년 1월 9일에 해당 부동산을 모두 기독교대한감리회 유지재단에 편입했다.

초기에 어려움을 겪던 교회가 교단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교단에서는 '개교회의 문제'로 일관하며 도움을 주지 않았다.

최근에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감독회장 차원의 연석 서명과 연회 차원의 서명 권면 서신 발송 등에 나섰지만, 초반의 적극적인 대처가 없었던 것이 아쉬운 상황이다.

빛마을교회의 안타까운 상황을 모두 지켜봤다는 영주성민감리교회 호대원 목사는 “어차피 빛마을교회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재산이기 때문에 본부측에서 재산권을 주장하고 보전해 주어야 한다”며, “감리교회의 불모지인 영주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사역자를 도와주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현재 교회는 토지보상절차상 강제 수용과 철거가 가능한 ‘수용재결’단계까지 진행된 상황이라 보상 산정 내용을 변경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빛마을교회 이희진 목사는 “지금까지 만났던 관계자들이 어려움에 빠지는 게 싫어서 믿고 기다렸는데, 진행 과정에서 그분들의 말이 거짓인 걸 알게 될 때 너무나 마음이 어려웠다”며, “보상금을 많이 받고 싶은 것도 아니고, 지금의 공동체가 생활을 유지할 수만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이런 일을 다른 누군가가 또 겪어야 할 것을 생각하니 더 마음이 아프다”며,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이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처럼 공공사업에 대한 공권력 행사로 인해 발생하는 교회건축물 침해와 보상 손실 문제는 비단 빛마을교회만의 일이 아니기에 교단과 교계차원의 적극적인 관심과 관련 제도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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