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베이스캠프 스튜디오 제공)
'제2의 아이유'나 '아이돌 가수'가 되길 원치 않았다. 진정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과감하게 연습생 생활을 그만둔 그는 둥지를 옮긴 끝에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입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어반, 레트로, 알앤비 등 블랙뮤직 장르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 여자 솔로 뮤지션 아이디(Eyedi, 본명 남유진)다.
지난해 7월 미국 R&B 뮤지션 제프 버넷이 프로듀싱한 곡 '사인(Sign)'으로 가요계에 핫데뷔한 아이디는 실력과 외모를 겸비한 신예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2000년대 초반을 대표하는 블랙뮤직 아티스트 중 한 명인 마리오 와이넌스, 실력파 래퍼 김효은이 참여한 글로벌 프로젝트 앨범 '챕터 21(CHAPTER 21)'을 발표, 또 한 번 심상치 않은 잠재력을 뽐냈다.
"블랙뮤직 대표 아티스트가 되는 게 꿈"이라는 2017년 가요계 기대주 아이디를 만났다.
'챕터 21' 앨범 커버
--소개를 부탁해요.
▲ 작년 7월에 데뷔한 아이디입니다. 세 번째 싱글 '챕터 21'으로 돌아왔어요!
--'챕터 21'에 대한 소개를 부탁해요.
▲ 해외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에요. '챕터 21'인 이유는 이 프로젝트의 첫 장을 시작하는 올해 제가 만 나이로 스물한 살이기 때문이죠. 언제까지 이어지는 프로젝트냐고요? 제가 이 일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계속하고 싶어요.
--타이틀곡 '타입(Type)'은 어떤 곡인가요.
▲ 2017년 아이디가 선보이는 90년대 스타일의 블랙뮤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가사에는 서로 원하는 말을 쉽게 하지 못하는 남녀의 이야기가 담겼고요.
--영어 버전은 마리오 와이넌스와 함께 했네요.
▲ 마리오 와이넌스는 블랙 뮤직을 찾아 들으면서 우연히 알게 되었어요. 개성 있는 음색에 끌렸죠. '아이 돈 워너 노우(I Don't Wanna Know)'란 곡도 연습할 때 자주 불렀고요. 아시아 아티스트와의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었대요. 신기하고 뿌듯했죠. 많은 분에게 이 노래를 들려드릴 수 있다는 게 행복했고요. 예전 스타일의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을 향수를, 몰랐던 분들은 신선함을 느끼실 것 같아요.
--제프버넷에 이은 또 한번의 특급 콜라보네요.
▲ 제프버넷의 곡으로 데뷔한다는 건 정말 상상도 못 할 일이었죠. 이번에도 마찬가지고요. 혹시 몰라서 회사에 말씀드렸는데, '네가 마리오 와이넌스를 알고 있을 줄 몰랐다. 추진해볼게'라고 흔쾌히 받아들여주셨어요. 다행히 대표님이 발이 넓으셔서 마리오 와이넌스가 속한 레이블 쪽과 연락이 닿았고요.
--한국어 버전은 김효은 씨가 랩 피처링을 맡았네요.
▲ 영어 버전은 보컬, 한국어 버전은 래퍼와 함께하고 싶었어요. 여자 보컬과 남자 래퍼가 함께하는 90년대 느낌을 내고 싶었죠. 작년 '쇼미 더 머니5'에서 김효은 씨가 붐뱁 스타일 랩을 하는 모습을 인상 깊게 봤어요. 저와 스타일이 잘 맞겠는 생각을 했고, 좋은 기회가 만들어진 덕분에 함께할 수 었었고요.
--블랙뮤직은 언제부터 좋아했나요.
▲ 지금 회사에 온 뒤부터요. 대표님께서 프로듀서로 활동 하시다 보니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어요. 사무실에 항상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자연스럽게 블랙뮤직을 접하게 됐죠.
--어떤 점에서 끌렸나요.
▲ 유행을 따르지 않는, 본질에 가까운 음악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게 만든다는 점도 좋았고요. 제가 원래 한 번 빠지면 깊게 빠지는 스타일이거든요. 그 뒤부터 밤을 새우면서 음악을 찾아들었죠.
--요즘 음악 팬들의 취향과 맞지 않으면 어쩌죠.
▲ 그래서 완전히 그때 스타일로 나가지 않고, 요즘 스타일을 가미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충분히 자신감도 있고요. 데뷔곡 '싸인'도 그런 느낌이었는데, 굉장히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셨거든요.
--원래는 걸그룹 멤버가 될 뻔했다고 들었어요.
▲ 지금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는 아이돌 연습생이었어요. 열아홉 살 때 가수의 꿈을 품고 전남 순천에서 서울로 홀로 상경했었죠.
--연습생을 그만두고 회사를 옮긴 이유는요?
▲ 노래가 좋아서 시작했는데, 생각과 달랐어요. 이전 회사에선 기타를 손에 쥐여주면서 '널 제2의 아이유로 만들겠다'고 했죠. 그러다 춤을 시키기도 했고요. 이것저것 다 하다 보니 저의 정체성이 없어지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데뷔 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 미국에서 진행한 첫 쇼케이스를 꼽고 싶어요. 작년 4월 초엿는데, 미국의 많은 음악 관계자분들이 모인 자리에서 데뷔곡 '싸인'을 불렀어요. 반응이 어땠냐고요? 제 생각엔 좋았던 것 같아요! 한국에 돌아온 이후 공동 작업 제의가 많이 들어왔으니까요.
--데뷔 이후는요?
▲ 첫 사인회를 열었던 날이 기억에 남아요. 데뷔 이후 정확히 5일 만에 사인회를 했어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셔서 놀랐죠. 50명도 안 오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수백 명이 넘는 팬이 오셨거든요. 처음으로 팬들과 만나 인사하고 직접 싸인 CD를 드렸어요. 신기하고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아이디가 지닌 강점은 뭔가요.
▲ 음색과 목소리 톤이요. 기교적인 면보다는 감성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려고 해요. 목소리가 야릇하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있고, 신선하다는 반응도 많더라고요. 일단 솔로 여가수 중에서 이런 음악을 하는 분이 많이 없기 때문에 시도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으로 봐주시는 것 같아요.
--가사도 직접 쓰고 있죠.
▲ 써놓은 가사가 많아요. 주로 남녀 간의 사랑 노래이고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제 앨범을 직접 프로듀싱 해보고픈 욕심도 있어요. 랩도 해보고 싶고 연기도 해보고 싶고요. 요즘은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해외 아티스트들과 작업하려면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활동 계획이 궁금해요.
▲ 일단 방송보다는 공연 위주로 활동하려고 해요. EP가 될지 정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조만간 새 앨범도 발매할 계획이고요. 많이 기대해주세요!
--아이디의 새해 소망은?
▲ 차트에 랭크되어서 조금 더 많은 분이 제 음악을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좋은 음악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거든요. 아, 기회가 된다면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출연해보고 싶어요. 어마무시한 팝 전문 방송이잖아요. 저도 해외 아티스트와 작업한 영어 버전 곡이 있으니 가능하지 않을까요?
--장기적인 목표는 뭔가요.
▲ 블랙뮤직 대표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 블랙뮤직 하면 아이디, 아이디 하면 블랙뮤직이 떠오를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