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맹호 민음사 회장 (사진=민음사 홈페이지 캡처)
박맹호 민음사 회장이 22일 오전 0시4분 83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고인은 출판사 민음사를 창립해 50여년간 이끌어온 출판계의 거목이었다. 그는 생전 인터뷰에서 "책을 사랑하다, 책을 만들다, 그리고 사라졌다. 이렇게 기억해주길 바랍니다"는 말을 남겼다.
1934년 충청북도 보은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불문과에 진학해 문학 청년으로 성장하였다. 195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했다가 낙방한 이후 몇 번의 시도를 거쳤으나 과감히 진로를 변경, 책을 만드는 일에 평생을 헌신했다.
1966년 청진동 옥탑방에서 시작한 민음사는 '세계 시인선' '오늘의 시인 총서', '이데아 총서' 등을 통해 한국 출판계를 이끄는 손에 꼽는 출판사로 자리잡았으며, 그동안 소설가 이문열을 비롯해 다양한 작가들을 발굴하였다.
북 디자인에도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가로쓰기를 도입했으며 인문학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노력해온 사람, 책을 사랑하고 책을 만드는 것이 즐거웠던 그는 한국 지식사회를 이끌어 온 거인이다.
생전에 출판 산업에 대한 어두운 전망에도 불구하고 박 회장은 출판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았다. "저는 책이야말로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쌓아 올린 문화의 진수이자 인간의 DNA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책은 인생의 교과서일뿐만 아니라 모든 발전의 디딤돌입니다. 책을 통해서만 성장이 가능해요. 흐르는 정보, 디지털을 통해서 흐르는 정보만으로 발전할 수는 없습니다. 책을 통해서 단단히 쌓아 올린 디딤돌 위에 섰을 때, 인간은 발전을 하게 됩니다. "
책이 하나의 예술품이라고 생각하는 박 선생은 책을 만들 때 북 디자인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저는 책은 '예술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어요. 책은 그 내용이 중요함은 물론이요 독자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 건데, 사랑을 받으려면 책의 디자인이 뛰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그래서 책 디자인을 이끌어 갈 인재에 대한 갈망이 컸죠."
한국출판인회의 윤철호 회장은 추모사를 통해 문화개척자로서의 고인의 발자취를 추모했다. "박맹호 회장은 한평생 오직 한 길, ‘책을 사랑하고 만들고 사라져 간’ 영원한 출판인이었습니다.박맹호 회장은 그의 일평생을 통해 우리 출판계의 토양을 풍요롭게 일궈왔으며 책이 사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그로 인해 박맹호 회장은 후배 출판인들에게는 존경받는 선배 출판인이었으며, 우리 사회에는 문화의 개척자로 몸담았습니다.한국출판인회의는 한평생 책을 사랑했던 고인의 마음, 그리고 책이 우리 사회를 풍요롭게 만들리라는 고인의 믿음을 온 국민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