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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팝 타고온 '김사부', 가슴에 낭만을 당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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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1-2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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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닥터' 시청률 20% 돌파…한석규 명연기 화제

 

"'돈나 언니'는 역시 카세트테이프로 들어야 맛이지"라며 몸을 슬쩍 들썩이는 이 의사. "낭만 빼면 시체지. 또 내가"라며 씩 웃는 이 남자.

속이 텅빈 '공갈빵'이 아니다. 실력으로만 말하는 내공 100단의 의사다.

그런데 메이저병원 특진의사로 이름을 날리는 게 아니고, 허름한 산골 병원에서 먹고 자며 환자 치료에만 전념한다.

남들은 그를 이해 못 할 '괴짜'라고 하지만, 이런 사람 하나쯤 주변에 있으면 우리의 숨통이 좀 트이지 않을까.

SBS TV 월화극 '낭만닥터 김사부'가 방송 8회 만에 시청률 20%를 넘어서며 쭉쭉 뻗어 나가고 있다.

'제빵왕 김탁구' '가족끼리 왜이래' '구가의 서' 등을 히트시킨 강은경 작가의 단단한 필력이 대들보가 되고, 타이틀 롤을 맡은 한석규의 꽉 찬 연기력이 화면을 장악한다.

드라마는 낭만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허공에 뜬 판타지보다 더 얄궂은 게 낭만일 수 있다. 하지만 시청자는 그 낭만에 마음을 내줬다.

아직 신드롬까지는 아니다. 요란하게 활활 타오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어렵다는 시청률 20%를 넘어섰으니 연구 대상이다.

이 어수선한 시국에 우리의 가슴에 겁도 없이 낭만을 당긴 '낭만닥터 김사부'는 그 뜨거운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끝까지 태울 수 있을까.

◇ 한석규, 낭만을 불러내다

아마도, 다른 배우가 김사부를 연기했다면 지금처럼 김사부가 낭만적이지는 못했을 것이다.

1990년대를 절정에서 풍미한 한석규가 김사부를 맡았기에 시청자는 자연스럽게 시계의 바늘도 살짝 뒤로 돌려놓고, 그가 이끄는대로 디지털에서 빠져나와 아날로그의 감성에 취할 준비를 했다.

한석규와 함께 '서울의 달'과 '초록물고기' '8월의 크리스마스' '쉬리'를 신나게 소비하며 1990년대를 보낸 이들은 한석규의 감미로운 목소리, 익숙한 연기 화법을 보면서 지금보다는 '인간적'이었다고 생각되는 지나간 시간을 추억한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최첨단 의료기기가 발달한 오늘을 무대로 하지만, 김사부는 현재의 속도계와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

그는 몇 대 때려줘야 작동을 하는 '석기시대' 의료기기와 열악한 근무 환경에도 불평 한마디 없이 귀신같은 수술 솜씨를 발휘하며 오로지 의사의 본분에 충실한다.

그런 김사부를 날 때부터 한몸인 양 연기해내는 한석규의 모습은 한석규라는 배우를 몰랐던 젊은층의 시선마저 빼앗는다. 한석규 역시 기교나 CG의 도움 없이 오로지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시청률 20%를 끌어모은 것이다.

실용성만을 따지고, 먹고 살기 위해 앞만 보고 뛰며, 오로지 위로위로 올라가기 위해 바쁜 우리에게 이기적이 아니라, 이타적으로 사는 게 얼마나 폼나는지 한석규의 김사부는 이야기한다.

성공만 바라보는 젊은 강동주(유연석 분)가 그런 김사부에게 "잘난척 한다"고 하자 김사부는 이렇게 맞받아친다.

"그것을 전문용어로 '개멋부린다' 그러지. 좀 더 고급진 말로는 낭만이라고 그러고. 낭만 빼면 시체지. 또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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