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2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이한형기자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조윤선(5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소환됐다.
조 장관은 21일 오후 2시 36분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도착해 '현직 장관으로서 첫 구속된 심경은, 이제 혐의 인정하는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 전날과 같이 입을 굳게 다문 채 조사실로 향했다.
함께 구속된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특검에 나오지 않았다.
현직 장관 재직 중에 최초로 구속된 조 장관은 이날 오전 사퇴 의사도 표명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런 사태가 빚어진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조 장관의 사표를 신속히 수리한다는 방침이다.
특검은 조 장관을 상대로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관리를 지시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특검은 지난 18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조 장관과 김 전 실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영장에는 '문화예술인 정부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은 2014년 5월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란 점이 적시됐다.
이들은 이날 새벽 3시 48분쯤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두 사람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모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전 실장은 2013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대통령 비서실장을, 조 장관은 2014년 6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재직하면서 반정부 성향의 예술인들을 일명 '좌파'로 몰아 각종 정부 지원에서 배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고 있다.
특검은 블랙리스트가 김 전 실장의 지시로 정무수석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작성돼 교육문화수석을 거쳐 문체부에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블랙리스트 관련 윗선의 지시를 받고 이행했다는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정관주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등은 구속된 상태다.
한편, 특검은 네 번째 소환에도 응하지 않은 '비선실세' 최순실씨(61)씨에 대해서는 이날 중으로 체포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최씨는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최씨의 딸 정유라(21)씨의 이화여대 입학 관련 비리를 수사하는 특검 입시비리팀에 '강압수사'라는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